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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19) 혼내주러 오라던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19 조회수1,030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5년4월19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ㅡ사도행전11,19-26;요한10,22-30ㅡ

 

       혼내주러 오라던데?

                              이순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내공이 튼실하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내공이 튼실하다고 하는 말도 물론 싫어하지만 누군가 누구에게 내공이 튼실하다고 해주는 말도 싫어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내면 세계가 거기가 거기라서 각자가 지니는 내용만 다르게 담았을 뿐이지 온갖 잡음과 벼라별 상심들을 끄집어 와서 안해도 되는 근심에다가, 필요없는 경계에다가, 당당하지도 못한 잘난척에다가, 그렇다고 나서서 뾰족히 대응할 할 용기나 대안도 없으면서 은근슬쩍 뒷북 치느라고 남들에게는 내공이 있어보이는게 인간의 복잡한 심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람의 양심을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하거나 아니면 그런 착각조차도 못하는 미련한 동물일 때도 있지만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 첫째는 자기의 양심을 자기가 보는 것이고, 둘째는 하늘을 두려워 하는 것이고, 셋째는 제3자인 누군가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밀은 없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굿뉴스를 하면서도 세가지의 조건을 필요충족하면서 충실하게 이행하고자 노력한다. 왜냐하면 첫째가 내 양심이 소란스럽기 싫음이요. 둘째는 하늘을 두려워함이요. 셋째는 내가 못된 마음을 먹으면 굿뉴스에서 얼마든지 알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ID를 몇 개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내가 어디서 퍼다가 누구의 글을 인용하는지? 나의 묵상글 작업시간은 몇 시간인지? 누구랑 쪽지를 하는지? 또 글과 다른 대화는 무엇을 나누며 지내는지?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공장소이므로 나 같은 모범(?) 가입자에게는 특별나게 경계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런 걱정은 없지만 내 양심이 내 자신과 하늘과 운영진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굿뉴스에 임하고 있다. 하물며 글 몇 줄을 쓰는 일에도 이렇게 정확히 나를 알아버리는 일을 간혹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거라고 착가하는 사람들의 무례함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는 내가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그래! 너는 그렇게 살고 싶은가 보지? 라고 내버려 둔다. 내가 비극이냐? 그러는 너가 비극이지! 따수운 밥 먹고 할 짓이 그렇게도 없냐? ㅎㅎㅋㅋ

 

몇 일 전에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들었다. 기가막혀서! 내가 칩거에 들어가면서 모든 우정관계를 청산해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살고 있다. 너무너무 좋다. 미사도 조용히 다녀오고, 인맥과 얽히지 않아서 좋다. 신앙생활을 오래했으므로 전례에 따르는 모든 실천은 알아서 척척 임하고, 아쉬울 것도 부족할 것도 없이 평온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매일 성체를 모시던 매일 미사를 궐하는 일일 뿐, 그거야 이사를 가서 다른 성당에 다니게 되면 또 열심히 할 것이고...... 그런데 어떤분이 나에게 한다는 소리가?! 참! 기가막혀서 요절을 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 성당을 다니고 싶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처사일 것이다.

 

<제노베파가 주임신부님 좀 혼내줘야 한데. 어찌나 빡빡한지? 아무도 신부님을 못 건드니까 다들 제노베파가 와서 주임신부님하고 한판 붙어야한데.>

입장을 바꿔놓고 한 번 생각해 보라! 어떻게 이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는지를? 내가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소속감이 챙피할 지경이었다.나는 그 자리에서 말을 돌려주었다.

<그 말 한 년의 주둥이를 찢어버릴 거다고 전하시오. 내 손에 걸리기만 하면 주둥이만 찢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니 나 보면 길거리에서 송장되지 말고 피해서 숨어서 다니라고 전하세요.>

 

그때는 내가 성당을 쉬고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전임 신부님께서 이임인사 때 <어떠한 이야기로라도 그것이 칭찬이 될지라도 새 주임신부님께서 오시면 저의 이야기를 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교우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평생을 특수사목에 전념하셨던 전임 신부님의 사목방향은 평범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파급되는 요소들이 적지 않았고..... 늘 교회공동체라는 것이 멀리서 지켜보는 관점에서는 소란이 나지 않으나 가까운데 머무는 측근에서 소란이 나게 되어있다.

 

반면에 새로 오신 할아버지 신부님은 차돌이시다. 나는 개인적으로 차돌보다도 단단하신 老신부님쪽에 마음의 손을 들어드리고 있다. 그러나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하늘의 뜻이므로 내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대로 흘러서 직류도 만나는가 하면 곡류도 만날 것이고, 잔잔한가 하면 급물살을 만나 열정을 소모하게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젊고 싱싱하며 유희적인 열정이 넘치셨던 전임신부님을 그리워하는 분들 중에서 늙고 딱딱하며 정통적인 고요를 실천하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을 숨이 막혀라하는 것이다.

 

그것까지는 좋다. 그런 신부님을 혼내줘야 한다는 발상이 문제인데..... 더 큰 심각성은 신부님을 혼내줄 수 있는 인물이 나라고 꼽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임 신부님께서 지금 뭘 잘못하고 있지?  가까이서 머물러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전임 신부님이나 후임 신부님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뭐! 오히려 미사에 가서 듣는 강론이 훨씬 좋아서 미사에만 머무는 신자의 입장은 신부님하고 즐거울 일도 나쁠 일도 없다. 다수 교우들의 입장은 나와 같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기가 더 막히는 것은 신부님께서 뭘 잘 못하고 계시는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전임 신부님과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입에서 버큼이 넘어올 지경이다.

 

나는 신부님들하고 어울려서 놀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그 즐거움이 짜릿한지? 아니면 벌렁벌렁한지? 아니면 느끼한지? 아니면 감미로운지? 아니면 흐믈흐믈한지? 아니면 냄새가 진동을 하는지?를 모른다. 그거야 놀아 본 사람들의 입맛이 아니겠는가?! 댈데가 따로있지? 어디서 나의 이 청렴한 입맛을 그 추접스런데다 이용하려 드는가?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나는 흥분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신부님을 잡아두고 싶었으면 일찌기 행동거지들 좀 자중하셔서 신부님을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지?! 미친 짓거리는 자기들이 다하고, 신부님을 가시게 한 본인들이 자기들임을 모르고 있는가? 그 인간 만나기만 하면 "제탓이요. 제 탓이요. 제 큰 탓입니다." 라고 입술에서 피터지며 씨부렁거리게 만들어야겠구만이요. 당장 쫓아가서 이년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것입니다. 신부님들이 제 놀이개인 줄로 착각을 하려거든 제 년이나 하고 살을 것이지. 왜 나꺼정 그 꾸정물통에 담그려고 하는지? 대갈통에 입력된 장치를 모조리 제거시켜 줘야겠구먼이요!>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진짜로 비밀이 없다.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면 내 마음속의 생각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의 새장에 갖혀 자기만 자기를 보지 못할 뿐, 바라보는 모든이는 그를 알고 있다. 기기묘묘하게도 인간의 마음은 인간이 가장 잘 알아낸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넘볼 수 있는 감정을 삭제하거나 절제시키는데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잔인하리만치 내 자신의 감정에 칼을 대서 삭막해지는 추위를 느끼며 스스로 슬퍼하기도 한다. 그래야 또 내 자신이 당당할 수 있고, 하늘에 두려움이 적고, 묵상을 쓸 때도 누군가를 후벼파는 글이 아니라 내 자신이 후련한! 껍질을 벗는 글을 봉헌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편안한 것이 좋다. 나는 고요한 것이 좋다. 그러므로 나는 외로움을 선택한다. 나에게는 아무나 혼내주는 위대한 능력이 없다. 사람이 사람 속에서 칩거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저 독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나를 보아도 지독한 인물이다. 나를 아시는 벗님들께서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일 것이고! 칩거에 성공하는데 2년이 걸렸다. 그리고 벌써 묵상글을 쓴지도 2년이 되어간다. 오르락 내리락 벌써 5~6년은 벗들과 교류하지 않고 있다. 굿뉴스에 들어온 처음에는 이곳에서 벗님들을 사귀며 즐거웠는데 그 또한 나에게는 사치로운 여유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도 나는 묵상글만 쓰는 칩거에 돌입하고 있다. 점점 더 교류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편안한 것이 좋다. 나는 고요한 것이 좋다. 그러므로 나는 외로움을 선택한다. 제발 나를 내버려둬! 나는 지금의 주임신부님이 전임 신부님 보다 훨 좋당께. 그런데 뭘로 혼을 낸당가? 혼을 내려거든 나더러 오라하지 말고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당당히 나설 일이지 워째서 뒤에서 쑤군쑤군 한당가? 재미나고,  짜릿하고, 벌렁벌렁하고, 느끼하고, 감미롭고, 흐믈흐믈하고, 냄새가 진동할 적에는 부르지도 않고 자기들만 즐겁드니, 몽둥이 들고 피 보는 짓거리는 나에게 하라는 말인가? 웃긴다. 정말! 꼭 자신 없는 인간들이 남의 옆굴텡이 건들어 놓고 똥구멍이루 호박씨 까드라고!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길을 갈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옆굴텡이도 안보고 앞만 보고 나의 길을 갈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주님께서 또 나에게 맞는 나의  길을 열어주신다고 믿는다. 하하하하하하하! 그것은 네 생각이다. 하하하하하하하! 너는 그렇게 못된 생각이나 하면서 살아라! 하하하하하하하! 내 마음이 답답허냐? 네 마음이 답답하지! 하하하하하하하하! 자기 마음을 자기가 어지럽히는 것도 능력일 것이여! 히히히히히히! 나는 아무나 혼내지도 않지만 내가 내 마음을 엄청이루 사랑하거든! 히히히히히! 내가 내 자신을 엄청이루 아까워하거든! 히히히히히히히! 그래서 내가 나를 더럽게 하는 걸 못 참거든! 히히히히히히히!

 

신부님! 우리 신부님! 저는 엄청이루 신부님을 사랑합니데이!

그래도 이사는 꼭 갈 것이구만이요. 신부님!

제노베파 이사 가게 해 달라고 신부님께서 기도 좀 해 주세요. 신부님!

 

ㅡ"내가 이미 말을 했는데도 너희는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바로 나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너희는 내 양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믿지 않는다."요한10,25-26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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