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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품안에 잠겨있다 할지라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20 조회수958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21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요한 13장 16-20절


“‘나와 함께 빵을 먹는 자가 나를 배반하였다’한 성경 말씀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느님 품안에 잠겨있다 할지라도>


“‘나와 함께 빵을 먹는 자가 나를 배반하였다’한 성경 말씀은 이루어질 것이다.”


굴곡 많은 인생 여정(旅程)을 걸어가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갖은 뼈아픈 체험들 가운데 가장 지독한 아픔을 남기는 체험은 어떤 것일까요?


하늘같이 믿었던 그 사람이 나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버리고 떠나 가버린 그런 철저한 배신의 체험,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까이 지내던 사람, 그래서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나를 아득한 낭떠러지로 밀어뜨려버린 그런 죽음과도 같은 배신의 체험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와 함께 빵을 먹는 자가 나를 배반하였다’한 성경 말씀은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씀하시며 유다의 배신을 예견하십니다.


저희 같은 교회에 몸담고 살아가는 사람, 교회 가까이 사는 사람, 봉헌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섬뜩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빵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유다 사회 안에서 단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식탁에 앉는다는 것’ 그만큼 격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족과도 같은 친밀한 관계임을 암시합니다.


예수님과 배반자 유다의 관계는 이처럼 원래 서로 얼굴 마주보고 식사를 하던 관계,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가까웠던 관계였습니다.


결국 예수님과 유다는 삶을 나누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철저하게도 동고동락하던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습니다.


그런 유다가 배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하느님과는 더 멀리 있다”는 가슴 찌르는 말이 있습니다. “수도원 안에도, 수녀원 안에도 냉담자가 있다”는 뼈아픈 말도 자주 듣습니다.


성서를 읽다보면 예수님을 아주 가까이서 접했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에게서 등을 돌리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매일 예수님을 뵈었던 사람들, 매일 그분의 말씀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외면하고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절대로 안심할 일이 못됩니다. 지금 우리가 교회의 사람으로, 봉헌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하더라도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비록 우리가 하느님 품안에 푹 잠겨 살아간다 할지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예수님과의 첫 만남, 그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자기 쇄신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시시각각으로 고난의 십자가 그 예수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언제 또 다른 유다가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한때 유다는 베드로 못지않은 예수님의 최측근이었습니다. 예수님과 늘 얼굴을 대면하던 사람, 예수님과 빵 덩어리를 나눠먹던 사람, 예수님과 같은 포도주 잔을 나누어 마시던 사람, 예수님의 분신과도 같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유다였지만 정확한 예수님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배신의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메시아로서 한때 잘나가던 예수님의 외적인 화려함에만 몰두했던 유다였기에 배신의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기적의 예수님, 능력의 예수님만을 따랐던 유다였기에 배신의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 외롭게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그 중요한 순간, 유다는 결정적으로 예수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진지하게 우리 자신의 신앙을 한번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그분에게서 무엇을 원합니까? 만사형통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뜬구름 같은 현실세계에서의 지속적인 성공만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한결같은 건강, 지속적인 상승곡선, 그것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까?


언제나 겸손하게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행복도 주시고, 기쁨도 주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 주시는 고통과 슬픔의 잔도 기꺼이 받아 마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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