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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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벽 앞에 선 느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22 조회수892 추천수11 반대(0) 신고
4월 23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요한 14장 7-14절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절벽 앞에 선 느낌>

언젠가 아이들과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시합을 뛰고 난 후의 일입니다. 한 할머니께서 수도원 언덕을 올라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손을 저으면서 외치십니다.

“어이, 젊은이! 여그가 살레시오 맞지요? 미사도 신청할 겸, 자식들 문제 상의도 좀 할 겸 원장신부님 좀 만나러 왔는데, 어디로 가야 되나요?”

무엇보다도 먼저 '젊은이'란 말에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온 몸은 땀으로 다 젖었고, 반바지에 축구화 차림이 좀 그래서 죄송스러웠지만, 제가 그랬습니다.

“옷차림이 이래서 죄송한데요, 제가 원장신붑니다. 들어가시죠.”

저를 한참 바라보시던 할머님께서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에끼! 젊은 양반이 농담도 잘 하네. 그러지 말고 잘 가르켜 줘봐!”

“제가 맞다니까요?”

“어허이! 이 양반, 또 그라네. 나도 바쁜 사람인께, 농담할 시간 없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마음은 마치 절벽 앞에 선 듯한 느낌이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토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립보는 이렇게 묻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봤을 때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 당신 자신이 아버지와 하나인데, 당신 안에 아버지가 계신데, 당신이 아버지 그 자체인데...

필립보는 아버지를 눈앞에 두고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누가 생명과 구원을 베풀어주실 메시아인지?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어디에 목숨을 바쳐야하는지 그렇게도 열심히 교육시키셨건만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덜된 제자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신앙의 눈을 뜨지 못해 갈 길이 멀었던 제자들, 그래서 인간적인 잣대로만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자들이었기에 아직‘덜떨어진’제자들의 대표 격인 필립보는 구세주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웠던 예수님은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단 말이냐?”

이제 때가 다 되어 곧 떠나가실 주님이셨기에, 아직‘덜떨어진’제자들의 모습 앞에 아쉬움을 감추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하고 설득해도 영적인 눈을 뜨지 못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이었습니다. 너무도 서글프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자들과 백성들을 죽음의 길에서 생명과 진리의 길로 돌아서게 하시려는 예수님의 마음, 어떻게 해서든 깨닫게 해서 죽음에서 돌아서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시는 예수님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이번 한 주간 보다 단순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면 우리의 시선이 조금씩 정화되겠지요. 인간적인 눈, 세속적인 눈을 조금씩 감게 될 때, 영적인 눈, 순수하고 맑은 눈, 신앙인의 눈, 관상가로서의 눈, 예수 그리스도의 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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