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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큰 축복, 자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23 조회수1,103 추천수10 반대(0) 신고
4월 24일 부활 제5주일-요한 14장 1-12절


“너희는 걱정하지 마라.”



<가장 큰 축복, 자유>


‘엄마 걱정’이란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걱정 중에 참으로 깜찍한 걱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가신 엄마가 왜 이렇게 늦나? 행여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노심초사하는 아이의 깜찍한 걱정은 오랜 만에 저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군요.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위와 같은 깜찍한 걱정이 아니라, 갖은 스트레스의 원천인 걱정거리들로 우리네 삶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며 삽니다.


“근심 걱정은 뼈를 마르게 한다”는 성서 말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시로 다가오는 갖은 근심걱정들로 하루의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또 그로 인한 중압감,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스트레스는 또 다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악화로 연결되니 근심걱정이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란 보통 큰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근심걱정들을 분석해 본 결과 40%는 현실 안에서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30%는 이미 지난 일, 되돌릴 수 없는 일을 걱정한답니다. 그리고 12%는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이랍니다. 10%는 아직 불확실한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8%만이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 되겠습니다. 그중 절반인 4% 역시 우리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걱정이라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나머지 4%마저도 당신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비결은 다름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품 안에 우리 인생 전체를 맡기는 일입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열심히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혼자서 다 떠 매고 가는듯한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때로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것, 그것이 걱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걱정근심으로부터 철저하게도 자유로운 분이셨습니다. 예수님 존재 그자체가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님을 따름으로 인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축복은 자유입니다. 죄로부터의 자유, 멸망과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갖은 이기심과 사리사욕으로부터의 자유.


참으로 쓸모없고, 가치 없는 것이 지나친 근심걱정입니다. 지나친 걱정은 결국 심신장애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근심 걱정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하느님께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자비, 그분의 현존, 든든한 그분의 뒷받침을 생각한다면,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께서 언제나 든든하게 우리를 받쳐주고 계시는데,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분께서 우리가 영원히 둥지를 틀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실 것을 굳게 믿는다면 근심걱정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자식을 극진히 사랑하는 부모처럼 우리가 있을 곳을 마련하기 위해 노심초사하시고, 잘 꾸며진 보금자리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생각한다면 걱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삶을 휘감고 있는 모든 근심걱정거리들을 하느님 자비의 손길 안에 맡기도록 합시다. 우리의 지난 과거, 오늘, 다가올 미래 역시 모두 그분 손길에 맡기도록 합시다. 그 길만이 거센 폭풍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길입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단순하게, 보다 단순하게 살기로 다짐하길 바랍니다.


지나친 감정의 기복 없이 평안히 남은 한평생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평화의 하느님 품 안에서 푹 잠겨, 세상의 근심걱정 잊고, 매일 떨치고, 매일 일어서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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