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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교황님을 맞이하던 날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25 조회수750 추천수5 반대(0) 신고
 

   지난주 회사일로 며칠간 서울에 갔었습니다. 봄을 화사하게 장식하는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벚꽃이 만발하였더군요. 어느 정원을 지나갈 때 라일락의 그윽한 향기가 봄 냄새를 풍겨 주대요. 황하에서 날아든 불청객인 황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오래 만에 찾은 고국 땅이라 정겹기만 했습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새 교황님의 탄생은 부활축제를 지내고 있는 지구촌에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톱뉴스로 꽃피웠지요. 저도 깨끗한 마음으로 새 교황님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에 바쁜 틈을 쪼개어 한국천주교회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명동대성당을 찾았습니다. 

 

   앵베르 주교, 샤스탕 신부, 모방 신부와 여섯 분의 유해가 모셔져있는 지하묘소에서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상기도를 하는 동안 오래도록 제 영혼을 짓눌러왔던 무거운 짐을 주님께 맡겨드리고 싶은 충동을 받았습니다. 부활판공성사를 본지 한달 남짓하지만 다시 고백소를 찾았습니다. 

 

   가정이나 일터에서 겪는 온갖 고통들은 당연히 제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인데도 늘 남의 탓으로 여겨왔었지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내의 지병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죄,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이웃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죄, 참된 벗을 따르는 가난한 삶을 마음속으로 동경하면서도 세속의 부와 명예를 쫒고 있는 부끄러운 삶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흐느끼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주님의 다정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내가 늘 너와 함께 하고 있단다.  지금은 알렐루야 소리 드높은 부활축제의 기간이니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진체 허덕이지 말고 언제나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말씀을 듣는 순간 지울 수 없었던 아픈 추억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부터 고통과 슬픔의 눈물은 멀리하고 감사와 기쁨의 눈물만을 흘리리라고 다짐하며 고백소를 나서는 저의 발걸음은 날아갈듯 가벼웠고 성전 뜰에 불어오는 봄바람마저도 새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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