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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렇게 울어서는 안 됩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4-29 조회수998 추천수8 반대(0) 신고
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요한  15 장 12-17절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이렇게 울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입니다. 25명이나 되는 대가족에서 태어나, 많은 형제자매들 틈에서 성장한 가타리나였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빛나는 덕행과 탁월한 신심, 뛰어난 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논문을 구술하였고, 교회는 그녀를 교회박사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녀의 탁월한 신심생활과 하느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 이웃사랑의 실천, 거룩함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그녀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녀로부터 영적 지도를 받은 사람들, 깊은 감화를 받은 사람들은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가타리나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을 찾았고 만났으며 사랑의 합일로서 주님과 일치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가타리나의 고백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하느님 사랑에 깊이 빠져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벌거벗음을 덮어주시는 의복이십니다. 당신은 쓴맛이 조금도 없는 감미이시므로 그 감미로움으로 배고픈 우리를 먹이십니다. 오, 영원한 삼위일체이시여!”


가타리나의 하느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은 자주 그녀를 깊은 탈흔의 경지에 이르게 했습니다. 열렬한 기도 안에서 구세주의 형상을 뵙고 난 그녀는 그 기쁨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이 웃으시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던 것이 가라앉았고, 나도 예수님을 향해 웃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향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은 모든 종이 한꺼번에 울려 퍼지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알리던 부활절보다 더 기뻤습니다. 성탄절 날 구유에 깔린 밀짚 위에 작은 아기 예수 인형을 놓을 때보다도 더 기뻤습니다. 우리 엄마를 끌어안을 때보다도 더 기뻤고, 정말이지 하늘의 기쁨을 누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가타리나의 이웃을 향한 사랑 역시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성라자로 병원에 테카라는 밉살스럽고 성격이 괴팍한 한 나병환자가 있었는데, 병원 직원들은 그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팠는지 모릅니다. 다들 이렇게 지독한 환자, 날이면 날마다 사람 못살게 구는 환자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의 나병이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못쓰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는 무슨 일에나 불평불만이었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대들었습니다. 도저히 그를 감당할 수 없었던 병원 당국은 할 수 없이  그를 병원에서 강제로 퇴원시키기도 했습니다.


테카는 분노로 이글거렸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비켜요! 비키란 말이요. 문둥이가 지나가요!”


사람들은 문을 걸어 닫았고, 아이들은 돌을 던지며 따라다니면서 놀렸고, 개들이 짖으며 뒤따라 다녔습니다. 이런 소식이 마음씨 착하기로 소문났으며, 남 괴로운 일 있으면 못 참는 가타리나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즉시 테카를 찾아간 가타리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위로해주시기 바랍니다. 테카.”


그러나 테카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에게 나 보다 더 지독한 나병에 걸리게 하시기를!”


그러면서 테카는 성난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가타리나를 할퀴었습니다.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리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테카를 방문하여 그를 위로하여 주었고, 밤낮으로 상처를 닦아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친절의 결과는 늘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쩐 일이야? 성당에 앉아계시기가 퍽이나 지루했던가보지?”


“나를 준답시고 맛있는 과일 케이크를 받아서는 남몰래 다 먹어치웠군. 내 말이 틀림없지?”


가타리나는 일언반구도 없이 꾸준히 테카를 간호했습니다. 마치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린 것처럼 그런 사랑과 정성으로 온 마음을 다해 간호를 계속했습니다.


그리도 고약했던 테카가 어느 날 눈물을 흘리며 가타리나에게 사과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간호하던 가타리나에게도 나병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용서해주세요. 가타리나. 나 때문에 당신께서 나와 똑같은 몹쓸 병에 결렸군요. 날 간호하다가 이렇게 되신 겁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요?”


가타리나의 대답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걱정마세요. 테카. 주님께서 생각하시는 바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 더 큰 상을 주시기 위해 주님께서는 우리를 나병에 걸리게 하셨을 겁니다.”


테카는 그날 아침 고백성사를 본 다음 숨을 거두었습니다. 카타리나는 마지막으로 테카의 곪아 터진 상처를 깨끗이 씻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묘지까지 따라갔습니다. 가타리나의 착한 마음씨를 눈여겨보신 하느님께서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가타리나가 자신의 손을 보니 전처럼 깨끗이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살아생전 언제나 생생하게 예수님을 눈앞에 뵙듯이 살았던 가타리나,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극진히도 예수님을 섬겼던 가타리나, 그래서 결국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그 오상을 온 몸에 받은 가타리나, 천국을 확신한 가타리나였기에 임종 직전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내 자녀들이여, 이렇게 울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나는 이 눈물의 세상을 떠나서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 속에 쉬러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기뻐하셔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와 늘 가까이 있겠고, 또 하늘에서는 더욱 열심히 어머니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니 가겠습니다. 주님의 귀중한 피로써 나를 구원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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