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리운 어머니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01 조회수1,00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오월이 오면 어머니 모습이 그립습니다.  십 사년 전 하늘마저 궂어 초여름 비가 어설프게 내리던 날, 동구 밖 채소밭에 나가셨다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받고 황급히 중앙선을 타고 고향으로 달려갔건만 객지에 간 아들이 보고 싶으셨는지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운명하셨더군요.


   그 무렵 “서울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시다가도 “나랏일에 바쁘니 참아야지.”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가신 어머니 생각에 효도한번 제대로 못한 저는 회한의 눈물을 한없이 흘려야만 했습니다.


   라면조차도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 양식을 아끼시고자 나물밥과 밀기울 떡까지 장만하시어 끼니를 굶지 않게 하셨던 어머니셨지요. 농사일을 도맡아 하시면서도 들나물과 산채를 캐시느라 손에는 지문조차 남아 있지 않아 도민증(주님등록증)을 처음 만드시던 날 지문찍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숙모에게 전해 들으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자식 잘 되라고 새벽에 냄비 밥 따로 지어 도시락 싸주시고, 입학시험 볼 때면 찬물에 목욕하시고 두 손 모아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목화를 길러 솜을 따다가 길쌈을 하여 무명옷을 만들어 입히시고 솜이불을 만들어 겨울 구들목을 따뜻하게 해 주셨던 어머님의 기른 정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첫 월급을 탔을 때 구정(설날) 선물로 겨울 내의 한 벌 사서 드렸는데 그것도 무슨 보물이라고 장롱 속에 깊숙이 간직해 두셨다가 며느리에게 선물로 넘겨주시던 가난한 마음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도, 보고 싶은 그리움도 가슴에 묻고 침묵하셨던 어머니, 찌든 가난과 갖은 고통에도 굴복하지 않으시고 가족 돌봄을 기쁨으로 아시고 사신 어머니셨기에 그리움은 더해갑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오래도록 마음아파 하다가 예수님께서 십자가 아래 있는 성 요한에게 “이 분이 네 어머니 시다.”(요한19:27)라고 하신 말씀을 발견하고부터 성모님을 나의 어머니로 모시고 기도 하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성모님께서도 이 땅에 사시었고 아기 예수님을 낳아 기르셨지요. 저희 어머니처럼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장만하셨고 살림을 사시느라 골몰하셨을 테지요. 어린 예수님을 키우시면서 겪으신 놀라운 일들이 한두 번도 아니셨겠지만 성모님께서는 늘 마음속에 간직하였다고 성서(루가 2:19, 51)는 전합니다.

 

   목공소에서 일하는 요셉을 도왔을 테고, 기쁨의 노래(찬미가)를 부르기도 하고, 나사렛의 가난한 목동들과도 이웃한 어머니라고 생각됩니다. 성자를 낳으신 후 강보에 싼 채 이집트로 피난도 가셔야했고, 최후에는 골고다 언덕길을 함께 걸으시며 십자가아래 고통까지 감수하셔야만 했던 통고의 어머니가 되셨지요. 성모성월을 맞으며 우리의 어머니를 노래해 봅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나사렛 성가정을 가꾸신 어머니

                             해마다 초록의 5월이 오면

                             당신의 거룩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거짓과 불신이 만연한 세상에

                             당신의 진실과 믿음이 그립습니다.

 

                             자만과 폭언이 난무한 시대에

                             당신의 겸손과 침묵이 그립습니다.

 

                             탈선과 분열이 홍수같은 세태에

                             당신의 정결과 순종이 그립습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랑의 샘이 되어주십시오.

                             저희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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