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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의 신발'
작성자이향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01 조회수905 추천수1 반대(0) 신고

 

 

제목: 참 스승님을 소개합니다





25년 동안 코흘리개 아이들의 고무신 바닥에 이름을 새겨주신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러나 정말 이런 분이 계셨습니다.
해방 후인 1947년에 교직 생활을 시작해 1976년 퇴직을 하실 때까지 시골 초등학교의 평교사로 30여 년 동안 재직하시면서 지금은 사라진 아이들의 검정고무신에 낱낱이 이름을 새겨주신 선생님......

뿐만 아니라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을 먹여주고 씻어주고 재워주고....... 날마다 도시락을 두 개 씩 싸 갖고 가서 아이들과 바꿔먹고...... 1976년, 퇴직을 1년 앞두고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산골 초등학교에서 5월 14일 날 쓰신 이 선생님의 일기 원문입니다.


"우리 학급은 生日 祝賀會를 한다. 기념품이랬자 20원짜리 공책 한 권 정도. 오늘은 金00이와 金仁錫이 둘이의 生日이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생일 축하의 노래를 合唱하는데 김재영이의 顔色이 좋지 못하다. 이때 내 머리에 삥하니 떠오른다. 이 애의 부모는 江原道로 품팔이를 가고 13살 먹은 누나하고 둘이서 남의 夾室에서 산다.
도시락도 항상 시커먼 純麥食, 그마나 퍼지기라도 잘했으면 좋겠지만 워글워글하다. 과거에 몇 번을 바꿔먹었다.
부모가 없으니 어린 누나가 生日床을 차려줄 리도 만무하다.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복도로 뛰어나와 엉엉 울었다. 생일에 麥食이 웬말이냐? 給使를 시켜 미역국을 한그릇 酒幕에 시켰는데 낮에는 酒母가 없어 가져오질 못했다.
내 도시락과 바꿔먹는데 요놈 밥이나 찬은 참으로 질색이다.純麥食이 물기가 질질하여 그나마 퍼지기도 안했다. 찬은 묵은 김치조각, 돼지도 안먹겠으며 한조각 입에 넣으니 애욱질이 박친다. 뺨을 때리면서 먹어래도 못먹겠지만 00이는 날마다 먹는데 나는 왜 못먹을 거냐? 이를 악물고 전부 먹어 치웠다. 오늘 요놈을 집으로 데려와 제 生日을 쇠아줬다."


한 평생 이름 없는 평교사(平敎師)로 살아오면서 너무나도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페스탈로찌'와 '제 2의 방정환'으로까지 불리웠던 선생님. 꿈속에서도 잠꼬대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부르셨던 선생님......
이 선생님의 살아오신 얘기와 감동적인 사도실천기를 부모 앞에 자식은 죄인 일 수밖에 없다며 아들이자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사양하는 50대 초반의 한 방송작가가 한 권의 책 속에 담았습니다.

어려서 코를 흘리면 코밑이 상한다고 종이나 걸레로 닦지를 않고 입으로 빠셨고 그렇게 빤 콧물도 뱉기가 아깝다며 삼키기까지 하셨던 아버지...... 불효한 아들은 뒤늦게 아버지의 큰 사랑을 깨닫고 그 은공을 갚으려했지만 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떠나고...... 그런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아들은 통한의 가슴을 칩니다.
그런가 하면 열일곱 살의 나이에 일본에서 할머니의 부음을 받았던 아버지, 그 당시의 마음을 적어놓은 아버지의 일기는 이 책의 모든 것을 대변합니다.


"열 다섯 살의 어린 나를 일본으로 보내놓고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셨다는 내 어머니...... 똥오줌을 싸시더라도 한번 살아만 계셔준다면, 내 손으로 그 똥오줌 한번 쳐보게. 不孝父母死後悔......."


이 글을 쓰는 내내 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끝없는 눈물의 강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글을 쓰면서 저자인 아들은 참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아버지의 신발'입니다.
아버지가 교직에서 물러나 시골에서 쓸쓸하게 살아가시던 1980년 대 중반 어느 날 아들은 댓돌 위에 놓여있는 아버지의 고무신에서 당신의 이름 석자 대신 “祈 南北統一”이라는 다섯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 “祈 南北統一”이라는 다섯 글자가 주는 대전제는 곧 아버지의 무한 우주였기 때문이었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효의 의미가 날로 퇴색해가고 있는 이때 이 '아버지의 신발'은 참으로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의 해일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적셔주고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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