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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29) 모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03 조회수1,12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5년5월3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ㅡ고린토1서15,1-8;요한14,6-14ㅡ

 

          모란

              이순의

 

 

 

재건축으로 마당이 사라져버린 동네의 골목에는 모란이 사라지고 없을 것 같았다. 계절을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때때옷들을 잃어버린지 오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목 안에는 수풀 우거진 초록들이 뭉개지고 연립형 다세대로 단장을 하면서 흙이 있는 1층은 모조리 자동차에게 내어 주었다. 그래서 여름은 콘크리트 벽에서 품어나오는 열기까지 가세하여 훨씬 더웁고, 겨울은 겨울대로 시멘트 찬기운을 감싸줄 섬유질이 없어 더욱 추워졌다. 당연히 모란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초록이 아까운 사람들의 터에는 쟁반만한 얼굴을 펴고 모란이 있었다. 골목을 오갈때면 유혹하는 얼굴들이 너무도 화사하여 그만 남의 집 경계선을 침범하는.....! 담장 넘어서 또는 대문의 문살 사이로 살짜기 살짜기 훔쳐낸 모란은 제법 풍성한 만족이었다. 어린시절의 친정집 뜰에는 모란이 있었다. 그때 만큼 크고 화려한 꽃송이를 만난적이 아직 없다지만 그래도 모란을 보면 친정집 안채의 꽃밭에서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을 만난다. 

 

봄이라는 잔꽃들의 행진을 차단하고 여름을 알리는 화려한 장식이고 싶었을까? 햇님만큼 정열적인 모란이 오시고 나면 여름은 활짝 피아났다. 그리고 자색 짙은 홍저고리를 입은 색시는 안채를 떠나고 없었다. 홀로 남은 초록을 보며 다음 오월에 오실 꽃님을 그리워했다. 석양 멀은 태양은 고단하지도 않았을까? 긴긴 햇살에 지친 줄기는 사위어 스러져 모진 찬바람에 숨어숨어, 다시 봄이 오시면 새색시를 맞으러 외출 준비를 하였었지!

 

올해도 남의 집 뜰에는 짙은 화장을 하신 새색시가 길손의 유혹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은 빗장을 걸어 출입을 금했지만 그런다고 그 고운 화려함이 옅어질 수는 없었다. 모란은 오월을 맞았다. 그리고 길손께서는  보쌈하여 새색시를 훔쳐다가 묵상방 가족들에게 안겨드리는......!

올해도 오월이 오시려고 주님의 일손은 쉬지를 못했나보다. 언제나 좋은 것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 드리며, 인간사 지고 가야할 고뇌들이 있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창조의 은혜로 전진하시기를.

 

 

라일락 꽃향기에 취하고, 모란의 자태에 반해서....

오~! 야속한 문살이여.

 

 

손님을 기다리시느라고 활짝 웃고있는.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커다란 유혹에 작은 손님께서 어찌할바를......

 

 

 

우리성당 형님께서는 빗장을 풀고 들어와 모란을 만나라고, 그래서 저기 작은 거미 손님께서도 함께 하신!

 

 

살짝꿍 얼굴 돌려 유혹하는...

<이봐요 색시! 거 얼굴 좀 돌려봐요.>

 

 

가까이 다가서 보아도 색시의 얼굴은 수줍고.

 

 

 

 

주인은 빚장을 걸어 출입을 금하고. 저 자전거에 색시를 태우고 갈려나?

 

 

 

 

 

모란 세 송이! 

고운 새색시들을 보쌈하여 훔쳐다가 묵상방 가족들에게 안겨드리는......!

 

 

 

야성의 멋 민들레와 우아한 다홍 철쭉의 조화가 얼매나 이쁘든지!

그만 그 꽃들에게 반했는데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또 반하는!

 

5월과 함께 너무 멋진!

올해도 오월이 오시려고 주님의 일손은 쉬지를 못했나보다. 언제나 좋은 것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 드리며 이토록 아름다운 창조의 은혜로 전진하시기를.

 

 

 

** 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 **

김용호 시, 김진균 곡, 테너 팽재유


모란꽃 피는 오월이 오면

모란꽃 피는 오월이 오면

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 꽃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

또 한송이의 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ㅡ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야?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요한14,9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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