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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풍처럼 조용히 다가오시는 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03 조회수1,216 추천수16 반대(0) 신고
5월 4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요한 16장 12-15절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



<미풍처럼 조용히 다가오시는 분>


가끔씩 지나온 제 수도생활을 돌아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이런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왜 하필 저입니까? 제가 이렇게 부족하고 나약한데, 왜 저를 부르셨습니까? 세상에 널린 것이 인재들인데...기본이 잘 갖춰진 사람들이 저리 많은데, 왜 하필 팔삭둥이 같은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그런 제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게는 부족함이 없는 깔끔한 사람, 완벽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단다. 약해빠졌더라도, 결함이 많다 하더라도, 죄가 많다하더라도, 내게 자주 불충실하더라도, 배신을 거듭한다하더라도 그런 것은 내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를 선택하는 사람이란다.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내게로 다가오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내 사람이고, 영원히 내 곁에 둘 사람이다.


나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게로 다가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사람, 숱하게 지쳐 쓰러짐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고자 기를 쓰는 사람, 그 사람들을 나는 사도로 뽑았단다.

오늘 네가 부족하다하더라도, 오늘 네 삶이 부끄럽다 하더라도, 오늘 네 인생이 비참하다하더라도 너무 개의치 말거라.


네 부족함과 부끄러움, 비참함을 완벽하게 보완해주실 분, 진리의 성령을 네게 보내겠다. 그분으로 인해 네 삶은 더 이상 초라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죄에 물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진리의 성령’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성령은 다양한 현존방식으로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십니다.


교부들과 성서의 가르침을 종합한다면 성령은 이런 분이십니다.


거듭되는 환난과 역경의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돕고 격려하고 보호하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어디로 가야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주시는 이정표, 결국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무엇이 진정 중요하고, 무엇이 보다 가치 있고, 무엇이 보다 우선적인 것인지를 식별해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죄인인 우리와 죄인들의 모임인 교회 공동체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신선한 바람을 보내주시는 분, 그 바람으로 교회를 쇄신시키는 분, 끊임없이 샘솟는 생명수와 같은 분이 성령이십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위로자,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후원자, 시련 중에 함께 길을 걸어 주는 동반자 같은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다시 한번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온 부활의 아침, 미풍처럼 조용히, 감미롭게 다가오시는 성령의 움직임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성령의 바람으로 인해 우리의 낡은 인간성이 새로워지고, 세상과 이웃 앞에 새사람으로 떳떳이 다시 서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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