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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30) 그래도 행복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04 조회수1,18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5년 5월4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ㅡ사도행전17,15.22-18,1;요한16,12-15ㅡ

 

           그래도 행복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이순의

 

 

 

악기이름- 나발

농악이 시작되기 전에 개악을 알리는 악기입니다.

소리는 저음의 둔탁한 고동소리같습니다.

<부우~~~!> 이렇게

 

 

마당놀이가 끝나고 악기가 궁금하여 여쭈러갔다가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시고, 이렇게 불어서 소리도 들려주시고, 사진도 찍게 해 주신 연주가께 감사드립니다. - 강릉 농악단이었습니다.

 

 

 

시작을 알리고 역활이 끝난 나발께서는 농악이 연주되는 내내

이렇게 태평소의 연주를 점잖게 감상만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셨고,

나는 연주가를 찾아가서 여쭈어다가 굿뉴스 가족들께 구경시켜 드리는....

 

 

 

 

근 한 달포 동안에 어깨죽지에 오십견이라는 손님이 찾아오셔서 엄청 고생을 하고 있다. 다니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는데, 침이라는 것도 체력이 몹시 중요한 것이었다. 쉬엄쉬엄 맞는다고 해도 첫날은 잘 버티고 잘 걸어서 돌아오는데 둘째 날은 기를 못 펴고 만다. 그리고 또 하루나 이틀을 쉬었다가 반복하고. 좀처럼 차도가 없더니 어제는 다른날과 다르게 침을 놓으셨다. 침을 다 맞고 나서는 일어나 앉기도 힘이들었다.

 

전에 미국의 어느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 보좌관이 급성 맹장염으로 위급한 상황이었던 적이 있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서 수술을 감행 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본국까지 가서 수술을 해야하는데 환자의 상태로 보아 갈수 있다고 낙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시한부적으로 미국까지 가는 시간만 맹장의 맥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침 한 방에 그 보좌관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무사 귀국했고, 물론 수술도 잘 했으며, 침술의 신묘함을 인정했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 간신히 간신히 걸어서 집에 오다가 어찌나 걸음걸이가 벅차든지 중간 기점으로 성당에서 좀 앉았다가 돌아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저녁미사 시간이 임박했던지 오시는 교우들이 많았고 일일히 인사를 해 오시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다. 쉬어서 가기를 포기하고 다시 어기적 어기적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암~! 침 몇 방에 멀쩡했던 사람이 완전히 반편이가 다 되어버리는 꼴이라니 우숩기도 했지만 그 의사 선생님의 작은 침 한방에 내 목숨이 달리기도 하겠구나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생살이는 그렇게도 살을 줄만 알았지 죽을 줄은 모르고 깝죽댄다는 말인가?! 생각이 많았다. 언제나 다니던 성당길이니까 거리는 똑같은데 시간은 훨씬 많이 걸으며 생각이 많았다. 늘 어려웠어도 감사할 것이 많았던 세월이 행복이었지를 않은가?! 돈이 없다는 생각이 들때면 짝궁도 아들도 건강해서 감사했고, 세월이 힘겁다고 생각이 들때는 남들은 술 주정에 가정폭력하는 가장에 탈선하는 아이까지 만신창이로 망가지기도 한다는데 착실한 짝궁에 착한 아들이 있어서 버틸만 했고, 

 

재건축으로 새집들이 쭉쭉 올라가는 걸 볼때면 이사 갈 일이 막막했다가도 우리집 주인께서는 아직 새집을 짓는다는 말씀을 하시지 않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어서 감사하고, 건강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다가도 남들은 암이네 불치병이네 희귀병까지 걸려 가정은 가정대로 어적이나고 사람은 사람 대로 망가져 버린다는데 이만하면 백두장사급이지 싶어 또 감사하고, 아직까지는 좀 가난한 것을 빼고는 건강한 짝궁에 튼실한 아들까지 두었으니 이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침을 맞고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나의 일상에는 행복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묵상글도 쓸 수 있고, 예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남다른 맛을 찾고 느끼며 산다는 것도 누구에게나 주어진 재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령께서는 그 사람이 지닐수 있는 만큼의 능력을 부여하신다고 한다. 모든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각각 기억하시고 살피셔서 그 사람 모두에게 맞는 만큼의 삶을 허락하신다고 한다. 그럼으로 나의 이 모든 생활의 과정들은 내게 맞는 은총의 결과일 것이다.

 

나에게는 행복이 훨씬 많았다. 건강하지는 못했으나 중병을 주시지 않음은 내가 그것만큼만 견딜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침을 맞아서 치유 될 고생을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과 내일은 쉬었다가 침을 또 맞으러 가야겠다. 나는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항생제 주사를 맞았고, 독한 약을 먹어서 그런지 내 기억이라는 장치가 가급적이면 양의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 양의도 발전하고, 한의도 발전한 한국이라는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도 행운일 것이다. 나는 양의와 한의라는 양쪽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를 않는가?!

 

여러 번의수술을 해서 도려낼 것은 모두 도려냈고,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사랑하시느라고 친정어머니께서 민간요법으로 달여주신 담방약 부터, 지금 다니고 있는 한의원의 의사 선생님께서 다스려주신 약들과 침까지! 돌아보니 모두가 은혜로다. 고인이 되신 읍내 재생의원의 원장님도 은인이시고, 32년 전에 대학병원에서 처음 만나 나에게 완치선언까지 해 주시고 지금은 은퇴하셔서 봉사의 삶을 살고 계시는 세례명이 토마스이신 의사선생님은 더욱 더 은인이시고.....

 

얼마나 많은 은인들을 만나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백두장사급  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좋으신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께서 주신 정성의 은덕이며, 착하디 착한 짝궁의 너그러운 배려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성령께서는 나의 인생에 참으로 좋으신 것들을 많이도 주셨다는 생각을 하느라고 침을 맞고 걸어오는 길이 풍요로운 만족이었다. 내 두 발로 서서,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힘으로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은 감사한 은총의 길이지 않겠는가?!

 

이래저래 나에게는 그래도 행복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ㅡ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주실 것이다. 요한16,13ㄱ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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