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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7주간 화요일 복음묵상(2005-5-10)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10 조회수855 추천수2 반대(0) 신고

                   

 

"나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일을 다하여 세상에서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나의 영광을 드러내 주십시오. 세상이 있기 전에 아버지 곁에서 내가 누리던 그 영광을 아버지와 같이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4-5)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마련된 만찬의 식탁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보기

 

에 이 만찬이 마치 예수의 생애에 마지막 만찬인 듯 그들에게 길고도 긴

 

고별의 담화를 들려주셨는데, 실제로 이 만찬이 예수님 생애 마지막 만찬

 

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으로써 끝없는 사

 

랑을 보이셨고, 마지막 시간에 흩어질 제자들을 내다보시면서 유다뿐 아

 

니라 베드로의 배반도 예고하셨고, 서로 사랑하라는 새계명도 주셨습니

 

다.(13장) 예수께서는 당신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선포하심으로

 

써 아버지께 가기 위해 당신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길도 없음을, 당신

 

외에는 어떤 진리도 없음을, 당신께 대한 믿음 없이는 어떤 생명도 없음을

 

밝혀주셨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아버지와 철저하게 일치하여 계시는 원리

 

때문이며, 또한 실제로 이를 가르치고 도와 줄 성령의 파견을 약속하십니

 

다.(14장) 
 

이렇게 1차 고별담화는 ① "서로 사랑하라"는 새계명, ② 아들의 자기계시

 

와 정체, ③ 성령의 약속과 오시는 성령의 정체성 공개로 요약됩니다. 추

 

가로 편집된 2차 고별담화에서 예수께서는 1차의 내용을 더욱 심화시키면

 

서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와 새계명 준수를 통하여 떠나가실 당신과 세

 

상에 남아 있을 제자들의 관계를 쉽게 설명해 주셨고, 증오와 미움으로 가

 

득 찬 세상에 대한 제자들의 준비와 역할을 강조하셨으며, 파견될 성령의

 

더욱 구체적인 신원을 밝혀 주셨습니다.(15-16장) 우리는 지난 부활 제4주

 

간 목요일부터 어제 부활 제7주간 월요일까지 고별담화의 세부적인 내용

 

을 하나씩 묵상해왔습니다.

 

 

이제 긴 고별담화가 끝나고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고

 

별기도가 시작됩니다. 예수님의 기도(17장)는 그 형식의 장엄함 때문에

 

'대사제의 기도'(히브 7,28 참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예수님의 기도는

 

기도의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아들의

 

영광을 간구함: 아버지께 대한 아들의 활동보고로서 자신의 영광을 간구

 

하는 기도와 제자들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시는 기도입니다.(1-8절) 둘째

 

로, 남아 있을 제자들을 위해 간구함: 제자들의 보호와 성화를 간구하며,

 

그들이 예수님 안에서 기쁨을 누리도록 바라는 기도입니다.(9-19절) 마지

 

막으로, 미래 제자들의 일치를 위해 간구함: 현 제자들을 통해 믿음을 가

 

지게 될 미래의 제자들이 일치하기를 간구하며, 미래의 제자들도 예수님

 

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기도입니다.(20-26절) 이상의 대사제의 기

 

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한복음의 프롤로그(1,1-18)를 다시금 묵상

 

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첫 번째 기도와 두 번째 기도의 첫 부

 

분에 해당되는 대목입니다.

 

 

고별담화를 마치신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봄'으로 기도의 자세를 갖

 

추시고는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하고 기도를 시작하십니다. "하늘을 우

 

러러 봄"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초월적 공간을 향하여 모든 것을 들

 

어올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하늘'은 곧 천지창조의 둘째 날에 창조된

 

공간입니다. "때가 왔다"는 말은 예수의 삶이 이제 충만의 단계에 이르렀

 

음을 뜻하며, 아버지께서 주실 영광을 통하여 예수의 삶은 온전한 충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의 '때'는 천지창조 첫째 날에 창조된 시간입

 

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합니다. 어느 무엇도 시

 

간과 공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는

 

창조된 모든 것이 대사제 예수님의 "하늘을 우러러 봄"을 통하여 창조주이

 

신 하느님 아버지께 바쳐지는 것입니다.(마태 14,19; 마르 6,41; 루가

 

9,16; 요한 11,41) 이렇게 대사제 예수께서 "하늘을 우러러 봄"으로 시작하

 

시는 기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단순하게 무엇을 청하는 기도가 아닙

 

니다. 있는 것을 더 채워 달라거나 없는 것을 달라고 청하는 그런 기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모든 기도가 그렇듯이 기도의 핵심은 "아버지의 영광"입니다.(루가 11,2)

 

예수님의 고별기도에도 그 기도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핵심이 아버지께 대

 

한 감사와 영광, 그리고 말씀이신 성자를 통한 하느님 성부의 자기계시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들의 영광은 곧 아버지의 영광

 

입니다. 고별의 기도가 기록된 요한복음 17장에서만 "아버지"(아빠)라는

 

단어가 무려 52번이나 사용되었다는 사실도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할 것입니다. 아버지란 무엇입니까?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더 이상 가

 

까워질 수 없는 가장 친밀한 존재입니다.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이제 우리에게도 똑같은 비중의 아버지로 다가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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