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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14 조회수669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제는 제 동창 신부가 성지를 방문해 주었습니다. 강화도에 일이 있어서

 

왔고, 집에 가는 중에 성지를 들린 것이지요. 식사를 함께 하고서 이것저

 

것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제게 글 좀 써달라는 부탁을 합

 

니다. 교사들을 위해서 ‘말씀 편지’라는 것을 써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시간을 조금만 내서 함께 써 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중히 거절

 

을 했지요.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실 얼마나 할 일이 많

 

던지요. 마당에 있는 흙도 퍼서 날라야 하고, 곳곳에 자라난 풀들도 뽑아

 

야 했습니다. 또한 창고정리 역시 급한 일 중에 한가지입니다. 이런 상태

 

에서 앉아서 ‘말씀 편지’라는 묵상 글을 쓸 여유는 전혀 없을 것 같았습니

 

다. 더군다나 이 편지를 쓰는 일은 그 친구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거절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동창 신부가 집에 간다고 합니다. 그 순간

 

문득 고백성사를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명동성당에 가서 고

 

백성사를 보는데, 명동에 가서 성사를 보면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

 

기 때문에, 지금 동창 신부에게 편하게 성사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무릎을 꿇고 성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죄 고백 후에 사제의 훈화

 

와 보속을 주는데, 그 순간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글쎄 죄 보속으로 ‘말

 

씀 편지’를 쓰라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제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씀 편지’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

 

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제게 부탁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보속

 

으로 하나만 편지를 써 주었지만, 그 친구가 가고 나서 미안한 감정이 들

 

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그 친구의 일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쉽게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렇게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들은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나의 입장을 먼저 앞세우는 경우

 

가 얼마나 많았던지요.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전해

 

주십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

 

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아무 책이나 펼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로 이

 

세상에서는 이 사랑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또한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 ‘사랑’이라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가까이 와 있는 ‘사랑’을 우리

 

는 어떤 식으로 실천하고 있는지요? 예수님께서 벗을 위한 사랑, 즉 남을

 

위한 사랑이 가장 중요하며, 이런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주님의 벗이

 

된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서 주님의 벗이 될 수 있을까

 

요?

그래도 가깝다는 친구인데도 그 친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 뜻대

 

로 판단하였던 제 자신을 지금에서야 후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가 부

 

탁하는 것은 절대 거절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감히 해보게 되네요.

 

 

어려운 부탁이라 할 지라도,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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