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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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꺼이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15 조회수1,039 추천수14 반대(0) 신고
5월 15일 성령 강림 대축일-요한복음 20장 19-23절


“성령을 받아라.”



<기꺼이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일>


맑고 아름다운 한 영혼을 만나 뵙고 무척 부러웠습니다. 비록 극심한 병고로 인해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저는 그분 눈망울에 깃들어 있는 불굴의 신앙과 꺼지지 않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미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눈을 활짝 뜬 그분이었기에 고통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닌 듯 느껴졌습니다. 죽음도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당당하고 의연한 그분 신앙 앞에서 나약하고 유아기적 제 신앙이 진정 부끄러웠습니다. 그분의 그 당당함, 거칠 것 없음, 두려움을 모르는 신앙,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그분 안에서 저는 성령의 뚜렷한 현존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성령께서 그분의 고통 그 한가운데 분명히 자리 잡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일생일대의 과제는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뵙는 일이겠지요. 다시 말해서 내 안에 생활하시는 성령, 우리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 숨 쉬시는 성령, 이 세상 한가운데 늘 머무시는 성령을 인식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성령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고통과 방황, 가난과 비참함으로 점철된 인간조건을 마술사처럼 순식간에 없애주시지 않습니다.


“제발 이 고통 좀 없애 달라”고 하소연하는 우리에게 성령께서는 예수님 손바닥에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는 짙은 상흔을 보여주십니다.


“이 비참함, 이 계속되는 악습의 굴레, 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제발 좀 건져 달라”고 울부짖는 우리에게 성령께서는 예수님 옆구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깊은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 우리 안에 현존하고 계시는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만사형통을 약속하시는 해결사이기보다는 십자가 죽음을 극복하신 예수님의 또 다른 현존 방식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외적, 일시적, 육체적 기적보다는 참된 회심을 통한 내적 변화, 내적 기적을 요구하십니다. 그래서 결국 신앙의 눈을 뜰 것을 요청하십니다.


고통스럽고 비참한 인간 삶의 조건, 그 안에도 성령께서는 항상 현존하시며 우리를 지켜보시고 계심을 자각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살이가 힘겨워도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기꺼이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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