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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7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2005-05-20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20 조회수1,025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람은 그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 7-9)

             


 

마르코복음은 크게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1-9장), 예루살렘 상경기

 

(10장), 그리고 예루살렘 활동기(11-16장)로 구분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

 

수님의 예루살렘 상경기에 해당되는데, 예수께서는 이미 갈릴래아 지방의

 

선교활동을 통해서 많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을 얻었고, 또한 가시는 곳마

 

다 수많은 군중을 몰고 다니셨습니다. 그렇다고 군중이 다 예수를 지지하

 

는 것은 아니었고, 그 중에는 반대하는 자들도 있었는데, 예수를 배척하는

 

자들의 대부분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로서 이스라엘 안에서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의 말씀과 행

 

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노골적으로 예수께 시비와 논쟁을 걸기 시작했

 

는데, 이는 예수를 흠잡아 자신의 세력을 굳히기 위함이었고, 그렇게 함으

 

로써 예수를 군중으로부터 따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당시의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도 볼 수 있는데, 오늘 복음도 이런 갈등의 맥락으로 이해되

 

어야 합니다.

 

 

보수의 세력들은 자신들의 행동기준을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 그리고 조

 

상들의 전통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한편, 진보세력의 주도자인 예수님은

 

율법과 예언서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율법과 예언을 백성들에게 주신 하느

 

님의 정신, 즉 사랑과 자비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보수파

 

들에게는 율법과 전통에 따라 혼인법도 있고 이혼법도 있었지만, 예수님

 

에게는 법도 이혼도 없고 오직 혼인만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

 

님에게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오직 혼인의 본질과 목적만 있을 뿐

 

입니다. 혼인의 본질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이며, 혼인의 목적은 부부사

 

랑과 자녀출산입니다. 여기서 혼인본질의 단일성이란 한 남자(여자)는 한

 

여자(남자)만을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불가해소성은 부부의 결합

 

이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것이므로 죽음이 이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세상

 

의 어떤 힘도 이를 갈라놓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혼인의 본질과 목적이 이

 

토록 숭고하다 할지라도 혼인은 하느님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혼인의 숭고한 본질과 목

 

적은 인간의 자유로운 합의와 굳건한 신의에 의해 지켜지는 것입니다.

 

 

남녀가 혼인을 할 때는 누구나 혼인의 참된 정신에 자유로이 동의하고 이

 

를 따를 것을 서약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병

 

들 때나 건강할 때나, 검은 머리카락이 파뿌리처럼 희게 될 때가지 일생

 

한 배우자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살

 

다보면 문제가 생기는데, 서로 몰랐던 쌍방의 결점이 드러나고 예상치 못

 

했던 어려움이 닥치면서 사랑과 신의로 맺어진 서약의 끈이 점점 약해지

 

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통상 부부들은 있을 수도 없는 "이혼"을 생각합니

 

다. 이혼은 자녀, 위자료, 유산 등의 문제와 함께 분명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기면서 점점 사회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혼인과 이혼과 재혼이라는

 

변증법적 악의 굴레에 세상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당사자들에게 아무도 돌을 던지거나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데,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파하며 상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막 길을 떠나신 예수께 왜 느닷없이 바

 

리사이파 사람들이 결혼과 이혼문제를 들고 와 예수의 길을 가로막는 것

 

일까요? 그것은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이에도 이 문제에 대하여는 서로 다

 

른 의견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혼인법은 가부장

 

적 사회구조를 반영하고 있고, 일부다처제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신명

 

21,15) 게다가 남자에게 여자는 항상 위험스러운 존재로 여겼고, 경건한

 

자들은 여자가 다가오면 인사를 하기는커녕 아예 눈을 감아 버리기도 했

 

습니다. 결혼한 여자가 독신 남자나 비유대인과 성적 관계를 맺으면 간음

 

을 범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혼인한 남자가 그와 동일한 행위를 해도 간

 

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았는데, 여자는 남자와 동일한 차원에서 취급받

 

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는 유대인들의 혼인법이 완전히 남자의 편에서부

 

터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간음을 예방하려는 경우에도 여자

 

의 권리를 보호하려기보다는 여자의 위험성을 더 강조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러므로 남의 아내를 유혹하는 남자는 자신의 혼인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혼인을 깨뜨리는 결과가 됩니다. 이런 통념 위에 바리

 

사이파 사람들은 이혼에 관한 두 가지 이견을 보였는데, 바리사이 샴마이

 

(Shammai)파는 아내가 간음한 경우만이 이혼의 사유가 된다고 여겼고, 바

 

리사이 힐렐(Hillel)파는 아내가 남편에게 불만스러우면 어떤 경우에도 이혼

 

은 자유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아무튼 그들은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로 찾아왔고, 예수께서 답을 주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답은 딱 하나인데, 처음부터 아버지 창조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며,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

 

여 한 몸을 이룬다는 것입니다.(창세 1,27; 2,24) 이는 남자와 여자가 하느

 

님 앞에 부부로서의 짝을 맺으면 둘은 '한 몸'이라는 것입니다. 하나가 된

 

몸을 어떻게 다시 가를 수 있겠습니까? 만약 가르면 둘 다 죽게됩니다. 하

 

나가 된 부부를 가를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입니다. 물론 모세는 아

 

내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 남편의 눈 밖에 나면 이혼 증서를 써 줄 수

 

있다고 했지만(신명 24,1), 여기서 '수치스러운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

 

라 바리사이 샴마이파와 힐렐파의 이견과 같이 결과는 달라집니다. 그러

 

나 예수님의 원칙은 어느 경우에도 같습니다. 우리는 이 확고부동한 창조

 

주의 원칙을 십계명의 제6계명(출애 20,14; 신명 5,18)과 제9계명(출애

 

20,17; 신명 5,21)보다 더 우위의 것으로 생각해야 하며, 나아가 산상설교

 

에서의 해석(마태 5,27-32)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내일(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로 무촌, 부모와

 

자식은 일촌, 형제는 이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남이 되고, 헤

 

어지면 원수보다 더한 사이가 되는 것이 또한 부부입니다. 흔히 전생에 원

 

수가 다음 생에 부부로 만나고, 연인은 부모 자식 사이로 만난다고도 하는

 

데, '부부의 날'이 있다는 것이 그만큼 위기의 부부가 늘어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가정의 달에 둘(2)이 하나(1) 된다는 의미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하니 오늘은 '부부의 날' 전야제가 되는 셈입니다. 오늘 복

 

음을 봉독하면서 이 땅의 모든 부부가 믿음과 존경을 바탕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어 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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