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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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5-22 | 조회수792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어떤 중학교에 아주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성격 때문인지 친구들은 이 아이를 만만하게 보았고, 그래서 이 아이를
시간만 나면 괴롭혔습니다. 때리고 찌르고 치고……. 6개월간 이렇게 괴롭
힘을 당하던 중, 하루는 이제까지 누적된 불만이 최고조로 도달했고 마침
내 뇌관에 불이 붙은 모양으로 그 아이 중에서 리더 격인 아이에게 큰 소
리로 말했습니다. “어이 씨, 도저히 못 참겠다. 한번 붙자.” 반 친구들이 모두 구경을 하는 상황에서 싸움이 이루어졌지요. 그런데 싸
움이 끝나고 이긴 아이가 서서 쓰러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그 서
있는 아이가 바로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던 것입니다. 그
리고 그 아이는 이기고도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생
각을 했거든요. ‘아~ 차라리 이제까지 센 놈한테 맞고 있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저런 바
보 같이 허약한 놈한테 자그마치 6개월 동안 당하고 있었다니…….’
종 있습니다. 그런데 용기를 내어서 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괜히 그런
겁을 먹었다고 말을 하곤 하지요.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가 하는 판
단이 얼마나 나를 위축시키고 있는지를, 즉 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
에 대한 어리석은 판단뿐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주님께 대해서도 어
리석은 판단을 우리는 하게 됩니다. “왜 나에게는 저 사람과 같은 능력을
주시지 않습니까? 저 역시 저 사람처럼 잘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다
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저 사람만을 위해서 계시
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생각들로써 주님과 나의 관계를 더욱 더 멀게 하
고, 결국 냉담자라는 굴레 속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크신 주님의 뜻
을 유한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인간이 어떻게 안다고 말할 수 있
을까요? 오늘은 교회력으로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은, 말 그대
로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각기 다른 위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몸을 이룬
다."라는 뜻이지요. 솔직히 이 말뜻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나이
신 하느님인데, 또 세 분이 있다는 것. 그런데 그 세분이 또 한 분이라는
것. 정말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이 안
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삼위일체의 신비는 우리를 위한 것으
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들에게 계속 전달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사랑
의 신비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그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십니
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뜻을 따라 무상으로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베푸셨지요. 이제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인류 역사 안에 그 베
푸심을 계속해 나가고 계십니다. 이처럼 우리들에게 사랑을 전해 주시기
위해 성격이 다른 세 위격이 하나가 되는 신비가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인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주님께 불평 담긴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주님의 그
사랑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을 위해 서로 다른 세 위격이 하나를 이루듯이, 서로 다른 우리
들 역시 주님을 생각하면서 하나를 이루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
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삼위일체의 신비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위축시키는 판단은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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