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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42) 그곳에 갔더니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22 조회수904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5년5월22일 주일 삼위일체 대축일 카시아의 성녀 리타 수도자 기념 없음 ㅡ출애굽기34,4ㄴ-6.8-9;고린토2서13,11-13;요한3,16-18ㅡ

 

         그곳에 갔더니

                        이순의

 

 

 

한 무리의 까마귀들을 보고 놀라워 했더니

운전을 하시던 분이 차에서 내려 걸어오라고 하셨다.

인적드문 농촌에 낯선 객의 인기척 탓인지

까마귀들은 제 안전한 곳으로 날아서 가버리고

전깃줄에는 한 마리가 앉아서 나를 살핀다.

 

 

전깃줄 아래 논에서는

늙은 농부의 손길이 바쁘시다.

빠진 구멍에서 한 톨의 쌀알을 얻을 요량으로

어린 모를 채우고 또 채우고.

 

 

아직도 농군의 일손은 끝이 없다.

벌써 들녁은 이렇게 초록은 동색인 때때옷을 갈아입었는데

매퀘한 서울의 나는 세월가는 줄도 몰랐구나.

 

 

 

어느새 가벼워진 농군의 자루가 출렁거린다.

좀 쉬시려는지?

 

 

 

논물에 장화를 씻고

좁은 논둑 위에 올라서서

 

 

 

 

한 참의 일손을 마친 농군의 허리는 그만큼만 펴져있다.

평생을 일궈오신 땅에 가까이 가까이 몸을 낮추시고

겸손하신 그대로 굳어.......

<내 새끼들을 키우고 먹이고 교육시켜 주신 흙님네여 고맙습니다.>

농군의 육신이 대신 입을 열고! 

 

 

흙탕물이었을 논에는 벌써 초록 이끼가 생기고

곧 개구리 밥이 덮이겠지?!

 

 

굽어진 농군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다 본다.

<..........!>

말은 없어도 가슴이 가고 눈길이 머무는 그 땅을 돌아다 본다.

 

 

 

까치만이 호젓한 농촌의 동무가 되어

까악 까악 까악 친구들을 부른다.

언제 부터 농부의 친구는 까치였을까?

 

 

 

조용한

너무도 조용한 농가의 담장 옆으로

배부른 함박꿏(수국)이 방실방실 웃고

우뚝 솟은 용마루에

참새 한 마리가 포로롱 날아와 앉는다.

 

 

사진사의 숨 죽은 욕심에도

잠자코 앉아 기다리는 참새 한 마리. 

 

 

 

농가의 대문 옆에는 경운기도 있고

골목은 한가로운데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오래된 대문의 목판이 반가워서

낡은 경첩이 정다워서

사라지는 문고리가 아까워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검둥개의 텃새가 시작 되었다.

그 개가 누렁이였어도 재둥이였어도

아니면 바둑이였어도 반가웠을텐데

검둥이라서 더 반가운

그 멍멍멍 소리가 좋았다.

 

 

 

집앞 길가에는 경운기가 서 있고

대문간에서는 검둥이가 소리를 하는데

저 안에 마당가에는

마른 작두 샘이 보인다.

커튼은 분홍색에 작은 나무 책꽃이도 보이고

유모차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집에는 아가가 있는가 보다.

아니면 대처에 사는 아들 며느리가 오시면

할머니는 손주를 태워

동네로 마실 갈 준비를 하시는지도.....

 

 

 

길 걸어와 돌아다 보니

검둥이네 집이 보인다.

어린 은행나무는 평화롭다.

 

 

 

그곳에는 늙은 농군만 바쁜 것은 아니었다.

창조자이신 아버지께 순명하여 사는 몫은 사람들만의 차지가 아니었다.

자연의 이치가 모두 생명의 이치였던 것이다.

열심히 열심히 뜻을 일구며.

 

 

 

ㅡ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요한3,16ㅡ

오늘 복음의 첫 대목은 모든 복음서의 진수라고 할 수 있으며, 신약성서 전체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랑이요 축복인지 생각만 해도 감동이 철철 넘칩니다. -중략-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의 기운이 물 위를 휘돈다고 하셨습니다. 이 하느님의 기운은 성령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 부터 당신의 기운인 성령을 보내셔서 창조하셨습니다. -중략-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외아들을 보내셔서 인간에게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 내십니다. 하느님께서 결정적으로 확신을 가지고 분명하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 것은 외아들을 우리 가운데 보내주신 것입니다. 성자께서는 늦게 오셨지만 성부와 성령께서는 함께 계셨습니다.

 

-중략- 삼위일체는 셋은 하나요. 하나는 셋이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라는 본체이시며 믿어야 합니다. 삼위일체는 질서와 조화와 일치가 하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성삼은 하나이며 영원하십니다. 그분 안에 존재가 있고, 그분 안에 생명이 있고, 그분 안에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 기도 때마다 영광송을 합니다. 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하나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영광송을 받칠 때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한 분 이심을 우리의 믿음으로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ㅡ우리성당 신부님 강론 중에서ㅡ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이다. 표현은 사진으로 하였고, 전달은 강론으로 하였다. 성부께서 주신 창조를 살고 일구고 격는 농군을 보며 성부께서 존재하시는 능력을 발견하고, 성자께서 세우신 교회를 통해서 죽기까지 목숨을 받쳐 우리를 구원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성령을 통하여 나와 우리 모두가 함께 이렇게 신비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 안에서 이룸이 완성되어진다. 이는 반듯이 믿어야만 한다.

 

사람도 늙어 보아야 늙음을 알수 있듯이 하느님 나라도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 아버지 하느님을 대면 하고서야 비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삼위일체는 셋은 하나요. 하나는 셋이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라는 본체이시며 반드시 믿어야할 교리이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모든 님들께 삼위일체 대축일을 축하합니다.

 

ㅡ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요한3,16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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