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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43) 관심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23 조회수995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5년5월23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ㅡ집회서17,20-28(17,24-29); 마르코10,17-27ㅡ

 

                   관심

                       이순의

 

 

계절의 여왕 5월이 다 가시기 전에 바빠야했다.

초록이 짙은 여름이 오시기 전에

나에게는 꽃의 향연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는 곳 마다 꽃이 있다.

작은 풀꽃에서 부터

커다란 수국까지

피고 지고 또 피고

울긋불긋 꽃대궐에서

누려야할 행복이 있었다.

 

꽃밭에서 꽃을 찍느라고

혼을 놓고 있었는데

꽃이 보는 사람의 얼굴은 모두가 비숫하고

모두가 같아 보이겠지만 다르듯이

사람이 보는 꽃의 얼굴도 모두가 비슷하고

모두가 같아 보이겠지만

하나도 같은 얼굴이 없었다.

그 생김 생김에 반해서

그 향기마다에 취해서

그만

넋을 놓고 있었다.

 

<거 아줌마.

  우리 골목에서 같이 살던 아줌마 아니예요?>

돌아다 보니

오래 전에 어느 골목을 함께 쓰시던 아저씨께서

굽어진 뒷모습만 보고도 나를 부르신 것이다.

놓은 정신을 주워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호수가를 산책하시는 아저씨와

나란히 나란히 발을 맞추어 걸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무리지어 모여 앉은 오리랑 거위랑을

일일히 세어보셨다.

<아저씨. 지금 뭐하세요?>

아저씨는 호수에서 놀고 있는

여린 가족들을 사랑하고 계셨다.

<저기 저곳에서 노는 놈들은 여덟마리여야 맞는데

  여섯마리 뿐이여.

  누가 두 마리를 잡아 먹었어요.

  나쁜 자식들!>

우와~!

대단한 관심이었다.

아저씨는 매일 산책을 하시고

산책을 하실 때마다 일부러라도 찾아서

꼭 오리랑 거위랑이 잘 있는지 세어 보신다고 한다.

 

나는 세어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오리랑 거위랑은 자리를 옮겨 다니든데

세어서 눈도장을 찍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언젠가 엄마 오리가 노랑 아기 오리를 쪼로록 달고

출렁이는 호수 위를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라도

지난 번에 알을 품던 어미오리가

다시 새끼들을 달고

쪼로록 헤엄쳐 가기만을 바라고 있었을 뿐인데

설마 하는

안일한 안도에 맞기고 말았었는데.

그녀석들의 자리를 기억하시고

그녀석들의 친구들을 기억하시며

거위랑 오리랑이 무탈하기를 비는

아저씨의 알뜰한 관심은

무딘 심장에 애잔한 정을 살라놓으셨다.

 

바보!

사진만 찍으러 다녔지

사진에 담긴 호수의 생명들에게

무어라고 감사의 인사는 했는지?

무엇이라고 사랑을 속삭여 주었는지?

무심코 운동삼아서 나왔다가

호수가 주는 행복은 당연하다고

무미건조한 벗님들도 많았을 것이지만

아저씨처럼

오리랑 거위랑만 세는 것이 아닌

꽃잎지고 꽃잎피는 수를 세느라고

마음 아린 벗님도 있을 것을!

숨막히는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뜨거운 열기운이 푹푹찌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견디어 살아야하는 지친 사람들은

호수가에서 여리디 여린 생명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호수는 이른 봄부터 꽃대궐을 꾸미고서

손님을 맞았다.

 

아저씨는

그런 호수에게 마음을 쏟고 정을 담고!

그런 관심이 누가 시킨다고 해서 될법한 사랑이던가?!

사람이란 마음이 끌어주는 대로 따라 사는 것을!

 

 

행복

 

 

 

 

 

 

사랑

 

 

 

 

 

풍요

 

 

 

 

 

이별

 

 

 

 

 

 

미소

 

 

 

 

 

휴식

 

 

 

 

 

 

수즙음

 

 

 

 

 

촉촉히 젖은 민들레

 

 

 

 

고요

 

 

 

 

 

방울소리

 

 

 

 

 

순결

 

 

 

 

 

야생

 

 

 

 

 

건강

 

 

 

 

 

 

외로움

 

 

 

 

 

 

여기에 생명이

 

 

 

 

 

밤톨과 어울리지 않는

 

 

 

 

 

대화

 

 

 

 

 

부귀

 

 

 

 

 

질서

 

 

 

 

 

일치

 

 

 

 

 

손님

 

 

 

 

 

 

어울림

 

 

 

 

바위 틈에서도

 

 

 

 

공존

 

 

 

 

 

 

평화

 

 

 

 

 

 

무리

 

 

 

 

 

생존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세계 내마음 속에 그리어 볼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찾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 하리니 크시도다 주 하느님

 

 

 

 

ㅡ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똑바로 보시며 말씀 하셨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으나 하느님은 하실 수 있는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나 다 하실 수 있다. 마르코10,27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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