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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들이 죄만 짓지 않는다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25 조회수1,727 추천수16 반대(0) 신고
5월 26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마르코 10장 46-52절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아이들이 죄만 짓지 않는다면>


갓 만들어진 향기로운 꽃바구니처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으로 다가서는 한 갸륵한 사제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발길 닿은 곳마다 어디든지 행복의 씨앗을 셀 수도 없이 흩뿌리는 그 가난한 사제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이 사제의 특기는 틈만 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언제나 독창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신자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지 자신의 호주머니는 언제나 빈털터리입니다. ‘목돈’만 생기면 이번에는 누굴 도와줄까 고민하는 것이 신부님의 가장 큰 낙이랍니다.


참으로 각박해진 이 세상입니다. 존경, 행복, 기쁨, 감동...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기가 무척이나 어색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신부님께서 존재하고 계신다는 생각만으로도 다시금 살아갈 힘이 납니다.


한 인간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크나큰 기쁨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는 기쁨의 사도 필립보 네리(1515-1595) 신부님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필립보는 필립비서 4장 4절을 평생에 걸친 좌우명으로 삼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얼마나 마음이 관대하고 착하던지 당시 로마시민으로서 필립보 부오노(Fillippo Buono-선량한 필립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답니다.


필립보의 탁월한 인품과 쾌활한 성격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그를 죽기 살기로 좋아하고 따랐답니다. 그는 오랜 세월을 아이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놀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수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필립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이렇게 지독하게 떠들어 대는데 괜찮습니까?”


필립보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아닙니다. 아이들이 죄만 짓지 않는다면 제 등 위에서 장작을 패도 괜찮습니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여 사제가 되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과 자격을 갖춘 필립보였지만 겸손한 마음에 사제의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 후 13년간 평신도 사도로서 기도와 사도직에 적극 뛰어들었지요.


영적으로 탁월했고, 덕스러웠던 필립보를 눈여겨본 고백사제는 그에게 늦었지만 사제의 길을 가도록 권했습니다. 1551년 36세의 나이에 사제로 서품된 필립보는 사제가 된 후에도 언제나 겸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습니다.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사람들에게 늘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이렇게 영성적이고 친절한 사람,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사람이었던 필립보였기에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습니다. 필리보는 당대 지위고하,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레오 11세 교황님께서는 필립보와 이야기하는 것을 생의 가장 큰 낙으로 삼으셨답니다. 클레멘스 13세 교황님이나 그레고리오 14세 교황님께서는 필립보로부터 받은 가르침과 교훈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가롤로 보로메오와 이냐시오 성인도 필립보와 친밀한 우정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우리 같았으면 우쭐한 마음도 들었겠습니다. 각계의 유명인사들, 고위성직자들과의 개별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특권으로 생각하며 이용도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립보는 오히려 겸손하게 자신을 더욱 낮췄습니다.


가끔씩 필립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수염을 한쪽만 깎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답니다. 대중 앞에서 말할 때도 일부러 아이들이 쓰는 은어나 반말을 사용하여 웃기기도 했답니다.


그렇다고 필립보가 사람들과 앉아서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간을 소모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도 모임을 조직하였고, 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후에 이를 오라토리오회란 수도회를 발전시켰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필립보의 영성은 더욱 진가를 더해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높은 성덕을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가르침과 조언을 구했습니다.


만년에 이르러 필립보의 얼굴은 천사처럼 빛났습니다. 전례에 임하는 그의 경건한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하느님과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였습니다.


임종 직전 병상에 누운 필립보는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손짓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보십시오. 주님께서는 저처럼 고통을 참으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이 미천한 저는 이런 호화스러운 자리 위에서 친절한 사람들의 간호를 받으며 쉬고 있습니다. 얼마나 염치없는 일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이외의 것을 원하는 사람은 진정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입니다.”(1595년 5월 25일 임종 하루 전 필립보 네리가 하신 말씀)


“오늘을 철저히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필립보 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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