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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이찬홍(야고보)신부님 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30 조회수1,067 추천수2 반대(0) 신고

                    

                       떼기 놀이하시는 하느님 

                           (가해 연중 9주간 월 마르코 12, 1-12)

 

         

 

 

어렸을 적에 떼기 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카시아 나뭇잎인지, 다른 나뭇잎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잎이 많이 달린 나뭇잎을 손에 쥐고, ‘내일 비가 온다.’ 하면서 잎 하나를 뜯고, ‘안 온다.’ 하면서 또 뜯곤 했습니다.


보통 이 놀이는 밭에 가기 싫은 토요일에 형하고 같이 했었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이 놀이를 더 이상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당시 한참 붐이었던 하우스 시설을 설치했거든요.

아무리 비가와도, 하느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비를 내려주셔도, 하우스 안에는 비가 오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더 이상 이 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한 놀이였지만, 그 안에는 꼭 그렇게 되기를... 자신이 바라는 날씨,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이런 떼기 놀이를 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포도원을 만들고 도지를 준 주인은 종들에게 도조를 받아오라며 소작인들에게 보냅니다.

처음에 실패하자, 또 보내고, 또 보냅니다. 심지어는 외아들을 보내지만, 소작인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주인은 도조를 ‘준다.’ ‘안준다.’ 하는 놀이를... 어쩌면, 아들의 목숨을 건 도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놀이에는... 목숨을 건 도박에는 소작인들이 회개를...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작인들은 주인의 소망을... 목숨을 건 기대를 저버렸기에 끝내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도 늘 우리에게 어떠한 기대를 걸고 계십니다.

우리에 대한 마지막 소망을 저버리지 않고,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말씀하십니다.

성서 말씀을 통해.. 삶의 여러 체험들을 통해 그렇습니다.

낙엽, 노을, 타인의 죽음 등을 보여주시며, 우리가 변화되기를... 마음을 돌려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오늘도 우리를 보시며, ‘온다. 안 온다.’ ‘고질적인 악습을 버린다. 안 버린다.’ 하시며 떼기 놀이를 하고 계십니다.

직접적은 처벌을 내리시지 않고, 다만 우리의 발길을... 마음을 돌리기만을 바라십니다.

지금은 자비의 때요, 사랑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떼기 놀이가 맨 마지막 남은 잎을 두고 끝나듯이, 우리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때는, 우리가 죽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그 순간에는 더 이상 자비와 사랑의 때가 아니라, 정의와 심판의 때로 바뀌어 버립니다.


때문에, 소작인이 되느냐? 탕자가 되느냐? 는 지금 이 순간에 어떠한 다짐, 모습으로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문득 삶을 돌아보며, ‘아, 내가 너무 멀리 왔구나.. 하느님과 많이 떨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주어진 행복에 너무 소홀 했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 때가 바로, 늘 데기 놀이를 하시며 우리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시는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바로, 지금 오늘이 그 때인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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