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Re: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단 한가지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1 조회수696 추천수2 반대(0) 신고

 

박영희 자매님 안녕하세요?

오늘 올려주신 글 속에서 박동규님의 (어머니)를 읽고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짧은 시간에 선택해야 했던 어린 소년의 현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저역시 아주 어린 나이에 피난가던 기억이 납니다.

유치원에 다닐 어린 나이때인데도 기억나는걸 보면 전쟁이란 아주 특수한 상황이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사람 등에 업혀 철교를 건너던 기억도 나고, 가는길에 친척집에 들려 조청을 먹던 기억, 그리고 들판에 있던 군인아저씨가 달려와 통조림 깡통을 쥐어주던 기억, 얼마쯤 가다가 어른들이 깡통을 열었는데 난생 처음 본 생선 통조림의 기름이 둥둥 떠있던 게 너무 이상하여 한참 어른이 된 후에도 생선 통조림을 먹지 않았던 기억도 납니다. 공교롭게도 우리 역시 평택군에 있는 외가로 피난을 갔는데 워낙 갑부로 소문난 외갓집이어서 더 잘먹고 잘 지냈다는데 그 기억은  전혀 없어요.

어릴 때의 기억이란 항상 그런것 같습니다. 뭔가 좀 특별한 것과 연관되었을때의 일만 기억나는것 같아요.

 

박목월 선생에 대한 글을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 부인은 참으로 현명하고 온유한 한국의 여인상이었던 것같습니다. 한동안 목월시인이 젊은 제자와 사랑에 빠져 제주도 세미나에 갔다가 눌러앉은 적이 있었는데, 그 부인은 추운 겨울에 솜을 넣어 손수 누벼 만든 두 사람의 방한복을 말없이 인편에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부인의 따뜻함에 젊은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목월시인의 곁을 떠났다고 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러니 생명줄인 쌀을 빼앗긴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지요. 어떤 경우라도 결코 화내지 않는 온유함을 느끼게 하는 일화들인것 같아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단 한가지가 바로 양심이란 말,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