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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47) 나는 오늘 너무 슬프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1 조회수1,181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5년6월1일 수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ㅡ토비트3,1-11ㄱ.16-17ㄱ;마르코12,18-27ㅡ

 

    나는 오늘 너무 슬프다.

                                 이순의

 

 

 

 

 

기름에 물 돌듯이, 물에 기름 돌듯이, 어떻게 어떻게 마음 돌려서 미사참례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조차 어울려 사람구실 하기를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성당 만남의 방에 자판기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미사가 끝나고 벗들이 분주한 그 안에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있다. 아니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조용해질만하여 다시 발길을 돌려 만남의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홀로 커피 한 잔을 뽑아서 놓고 앉았다. 

 

쭈루루 눈물이 흘렀다. 내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흐른 눈물을 얼른 훔치고 홀로 마시는 커피 맛에 열중하였다. 초라한 커피 한 잔! 쓸쓸한 커피 한 잔! 그 종이컵 한 잔이 한없이 외로워 보여서 나를 그에게 그를 나에게 벗으로 삼아 갈색 짙은 액체를 나누었다. 차라리 그 외로움이 나를 더 편하게 해 주는 위로였다. 사람이 부담스럽고, 사람이 두렵고, 사람이 짐스러운 내가 되어 살은지 오래지 않은가?!

 

처음 시집을 와서 살아 볼 적에는 몰랐던 그 각복했던 시절부터 나는 사람에게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것들을 의지로 이기고, 현실로 억압하고, 신앙으로 삭히며 살아냈을 뿐,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서서히 사람에게 지치고 시달리고 좌절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원인이 뭔지도 모르는, 그저 그렇게 울었었다. 마음은 허공인데 눈에서는 폭포가 되어 끝도없이, 바닥도 없이, 물이 쏟아져 흘렀다. 아직도 나는 걸어가면서도, 누워 자면서도, 기도를 하면서도, 내 마음도 알지 못하는 눈물을 하염없이 하염없이 흐른다.

 

나의 마음은 아직도 눈에게 묻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물이 눈의 어디에 담아져 있느냐고 묻지도 못한체 흐르는 대로, 흐르는 대로, 그저 구경꾼이 되어 도랑을 지켜볼 뿐이다. 한 잔의 커피를 나와 함께 마셔줄 벗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한 잔의 커피를 함께 마셔줄 벗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이다. 그냥 혼자 있음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고 좋다. 그냥 그것이 안도하는 위안이 된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한적하며, 차분할 수 있다는 것은 혼자일 때 허락 되어지는 것이고, 그것은 외로움이라는 값을 요구한다. 그래도 나는 그 값에 인색하지 않고 후한 액수를 지불하고 있다.

 

얼마전에 친가의 가족 중에서 명함 한 장을 주시려고 했었다. 나는 그것을 받기를 거절하였다. <내 남편이 못나서 써 먹을 수도 없는 명함은 받아서 뭐합니까? 필요하신 분이나 드리세요. 나야 내 남편의 형편대로 살면 만족이지요. 그 명함 한 장은 제게 빛깔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울타리를 삼으면 그만입니다.> 금새 당혹스러운 눈빛이 역력하셨지만 또 이내 나의 처지를 수긍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내 아버지 살았을적에야 내가 귀했을지 모르지만 내 아버지 죽고 천한 짝궁을 만나 천한 인생을 살아 보았더니 세상살이란 접고 접고 또 접으며 사는 것이었다.

 

궁색하면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고, 찾아가지 못하면 당연히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정승집에 굴비 스무 마리는 표도 안난다지만 그것을 마련해 가는 서민의 허리는 휘어 꼬부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에라! 그럴바에는 내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행색만으로 만족하며 살자고 다짐해 버린 인생이 내가 아니던가?! 주변에 황후장상이 있으면 뭘 하겠는가?! 내 쪽박에 담긴 밥 한 숟가락이 내 배를 부르게 하지 않겠는가?!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온 이유는 작년에 그 쪽박에 밥을 준 은혜가 있어서 또 온 것이 아니겠는가?!. 살아 볼라고! 살것다고! 

 

살아보았더니 쪽박에 밥 준 기억을 따르며 살게 되어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드라! 그것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없는 살림에 여러번 장만하여 밥을 주었어도 받아먹은 기억이 없다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누가 나에게 밥 한 번 해 준적이 있드냐고, 해 버리는 얌체한테는 그럼 너는 누군가에게 따수운 밥 한 번이라도 해 준 기억이 있느냐고 묻고 싶을 때도 있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정경부인이라고 다 같은 정경부인이더냐?!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을적에도 쪽박에 찬밥 한 숟가락 또 담아주는게 진짜 정경부인이 아니드냐?! 각설이라고 다 밥주고 싶은 각설이드냐? 작대기로 후려칠 각설이도 어데 한둘이더냐?!

 

에라! 이놈의 세상 어서어서 흘러라. 흘러라. 어서어서 흘러서 육신은 썩고, 훨훨훨 혼이라도 날아서 배부른 세상에서 사람노릇이라도 한 번 하고 싶을란다.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을끄나?!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을끄나?! 종이컵 한 잔에 담긴 한 모금의 커피도 외롭고 나도 외롭고..... 그래도 그것이 편하다고 하니! 지금 나는 최고로 편안하다고 하니! 세상이라는데가 지닌 것이 없으면 차라리 쓸쓸한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얼마나 얼마나 습득하며 살아왔든가?! 지금도 빚을 내서라도 주겠다고만 하면 나야 뒤지든지 말든지 달려와 벌때처럼 달라 붙을 인간이 몇이든가?! 

 

그것도 모르고 사람의 인정이 그러는 건줄 알고 살아 보았드니! 세상은 나 하나야 죽고 없어도 슬퍼할 바람도 없고, 눈물을 흘러 줄 공기도 없다드라! 이놈의 세상이 왜 이렇게 슬프노? 왜 이렇게 슬프노? 도대체 도대체 사람의 도리가 무엇이간데 왜 이렇게 슬프노?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그래도 그래도 나는 외롭고 싶으다고 하니! 그래도 그래도 나는 쓸쓸히 살을란다고 하니! 에라! 이놈의 세상 어서어서 흘러라. 흘러라. 어서어서 흘러서 육신은 썩고, 훨훨훨 혼이라도 날아서 배부른 세상에서 사람노릇이라도 한 번 하고 싶을란다.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을끄나?!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을끄나?! 

 

나를 그렇게 아껴주시던 형님께서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암말기의 형님을 본지가 작년여름이었다. 수박이든가? 가루비누든가? 기억이 희미한데... 그 짐을 5층까지 들어다 드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니..... 오늘에서야 돌아가신지가 1년이 다 되어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무렵 꿈에서 뵙고 찾아뵈어야한다고 마음은 있었지만 기름에 물 돌듯이, 물에 기름 돌듯이 사는 내 신세가 그만 형님의 마지막 길도 못 보았으니....... 아이고~~~! 아이고~~~! 나 힘들적에 말씀 한 마디라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시려고 얼마나 얼마나 열심이셨든가?! 아이고~~~! 아이고~~~!

 

ㅡ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다음에는 장가드는 일도 없고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처럼 된다. 마르코12,25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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