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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49) 사랑은 사선을 극복하고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3 조회수968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5년6월3일 금요일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 기념 없음 ㅡ신명기7,6-11;요한1서4,7-16;마태오11,25-30ㅡ

 

               사랑은 사선을 극복하고

                                               이순의

 

 

이 사진이 기억 나시는지? 석촌호수에서 알을 품던 엄마오리! ㅡ(322) 디카!ㅡ

 

 

 

어제 터미날에 다녀오다가 촉촉히 비에 젖은 후라서 꽃잎들의 싱그러움이 보고싶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호수가로 갔다. 그런데 관리하시는 아저씨 두 분을 만나 질문을 드렸다. "전에 엄마오리가 알을 품는 걸 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아기 오리들이 보이지 않아요. 작년에는 쪼로록 달고 다니던 걸 본적이 있는데 올해는 알을 품은 게 아니었나요? 오리가 아파서 집에 여러 날 동안 있었던건가요?" 아저씨들의 화색은 만면에 미소가 깃들고!

 

"아니요. 알을 깐게 분명하지요. 그런데 오리는 다른데로 이사갔어요. 저쪽에 건축공사장에 넓은 웅덩이가 있는데 전부다 거기서 살아요. 작년에 새끼들을 큰 잉어와 고양이에게 많이 잃었거든요. 호수의 잉어들이 워낙에 크다보니까 새끼오리들을 잡아 먹는게 이유도 아니었지요. 호수에서 그곳으로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사를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더구나 이렇게 차량도 많고 도로도 넓은 잠실대로변을 거처서 그곳까지 가는데는 오리만 알거라요."

 

알을 품을적에 엄마오리를 찍었는데 새끼들을 찍고싶어서 여러날 동안 호수에서 엄마오리를 찾아다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가 보라고 알려주셨다. 기업에서 하는 대규모 공사장인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여쭈었더니 괜찮다고 가서 보라고 하셨다. 참으로 신기하고 예쁘다고, 기특하고 가상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으셨다. 호수로 대려오시라고 했더니 야생의 습성이 강해서 잡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잉어들에게 새끼를 잃는 것 보다 엄마오리의 판단이 옳다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오리는 어떻게 그곳으로 갔을까?

 

아저씨들께서 보시고 오셨다는 공사장으로 갔다. 그리고 경비아저씨께 자초지종을 여쭈었다. 이 공사장으로서는 대단한 복을 몰고온 오리가 아니냐고! 그렇지 않아도 대재벌인데 더 재벌 되시라고 날짐승조차도 부자집에 터를 잡은 것 같다고, 길조도 보통의 길조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사진만 찍고 가겠다고 여쭈었다. 수위실의 경비 아저씨는 경위내용을 쓰고 어디에 사진을 올리는지도 또한 신분이나 전화번호를 써 주시면 상부에 허락을 받아오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안녕하세요? 작은 디카로 주변의 행복을 담아 이웃에게 알리는 사람입니다. 원래는 작은 생활묵상을 쓰는 사람입니다. 제가 석촌호수에서 어미 오리가 여러 날 동안 알을 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새끼오리를 찾아 찍으려해도 소식이 없었는데 오늘 호수의 관리인들께 잠실대로라는 사선을 넘어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왔지만.... 선처를 부탁합니다. Catholic.or.kr -우리들의 묵상- 글쓴이 이순의, 전화0000-0000>라고 순간에 적어드렸다.

 

경비를 보시던 아저씨는 그 작은 종이를 들고 어디론가 가셨다. 그리고 돌아왔다.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계시지 않으네요. 아마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저씨는 그 어린 오리들이 너무 예뻐서 행복한 표정이셨는데 잠깐의 순간에 경직된 표정으로 정중히 말씀하셨다. 나도 세월을 살을만큼 살은 사람이다. 그정도의 눈치는 있는 사람이다. 공연히 나 때문에 경비 아저씨의 행복한 마음이 상하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오리를 보여주시려고 성의를 다해주신 아저씨께 감사를 드립니다." 썼던 쪽지는 돌려 주시라 하고!

 

수위실의 경비가 무슨힘이 있겠는가?! 그저 선하신 마음으로 오리구경을 시켜주시고 싶었다는 정도의 마음을 충분히 감사드린다. 기업이라는데가 원래 그런데라는 정도의 상식은 나도 가지고 산다. 적어도 몰상식은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은 디카가 워낙에 발달하여 무엇이 찍혀서 곤경에 처할지 모르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또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도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를 않든가?! 호수의 아저씨들이 드나들며 보았다면 그곳이 폐쇄된 비무장지대도 아니고..... 그러므로 오리만 보고 올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일하시는 근로자들의 사랑을 송두리째 받으며 아기오리들은 자라고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작년에 노랑 아기오리를 쪼로록 달고 다니던 엄마오리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행복을 천적관계의 잉어들과 고양이들에게 상실한 엄마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아마도 엄마오리는 알을 품는 내내 아가들에게 태교를 시켰을 것이다. 이곳은 잉어들도 많고 고양이들도 많기 때문에 너무너무 위험하니까 알에서 나오자마자 엄마를 따라서 긴급히 이사를 가야한다고 이르고 또 일렀을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오리새끼들을 비춘적이 있었다. 과속차량을 적발하는 카메라에 위험천만한 도로를 건너는 오리들이 비친 것이다.

 

보지 않았어도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착하디 착한 운전기사의 양보를 받기도 하며, 잠시 멈춰주신 아저씨께 그 조무래기 아기오리들은 급한 걸음을 뒤똥뒤똥 걸어가는 모습으로 답례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잉어도 없고, 고양이는 얼신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척조차 차단된 안정된 장소에서 엄마는 아가들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고 싶어서 풀숲을 살피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오리들이 어디에 있는지 소식을 들었고, 또한 그 사랑이 가득한 엄마의 안심을 알았으므로 귀여운 아기 오리들을 보지 않은들 그게 무슨 아쉬움일 것인가?!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이며 사제 성화의 날이다. 쉽게 풀어쓴다면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깊으신 마음을 감사하고, 섬김을 돈독히 하는 날이며, 교회를 이끌어 가는 사제들이 어린양들을 사랑함에 있어서 예수님의 성심을 닮아 살기를 바라고 청하며 성화 되시기를 비는 날이기도 하다. 각 주교좌 성당에서는 주교님과 교회에 순명을 서약하고 정결함으로 주의 백성들을 사랑한다는 갱신식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아담의 갈비뼈에서 하와가 나왔듯이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교회와 성사의 구원이 선포되었습니다.----주임신부님 강론일부>

 

아버지 하느님께서 미물로 창조하신 오리의 사랑조차도 사선을 넘게 하시며, 승리의 보답으로 편안한 생활을 찾아 보상 받도록 열어주셨는데. 당신 친히 아들이 되어 사람 가운데 오셔서 십자가 고통을 기꺼이 짊어지시고, 죽고 다시 살아나셔서 우리에게 구원이라는 은총의 길을 열어주셨지를 않는가?! 오리가 찾아간 그 물웅덩이는 하느님의 웅덩이처럼 영원하지 못하다. 곧 콘크리트로 조작될 것이고 오리들은 호수로 돌아올 것이다. 세상의 평화는 끊임없이 행복과 안정을 찾아 방황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존재하는 엄마오리의 사랑이 위대하였듯이 예수성심의 사랑은 감히 견줄 바 없이 영원한 생명이시다.

 

교회공동체에서 사제의 역활은 사선을 넘어 생활을 누리는 엄마 오리의 시한적 공간보다 무한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주님처럼 마음을 다해 양들의 영혼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감히 주님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감히 아기 오리들이 엄마의 사랑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아기 오리가 엄마가 되면 또 그런 엄마가 될 수 있듯이, 이 시대의 사제들도 영원하신 예수성심을 닮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수성심의 사랑은 이미 사선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였듯이 사제들의 성화 또한 교회 공동체에 참생명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그리스도 교회의 모든 사제들의 성화를 기원드리며 함께 축하를 전합니다. 아멘!

 

ㅡ내가 말하는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요한1서4,10ㄱ-ㅡ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하합니다. 신부님!

 

참!

잠깐의 순간이지만 방문자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지 않으시고

성의을 다하여 주신 경비 아저씨 복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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