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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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50) 분심이 되어버린 강론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4 조회수98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6월4일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기념일 ㅡ이사야61,9-11;루가2,41-51ㅡ

 

                 분심이 되어버린 강론

                                            이순의

 

 

 

 

 

봉헌을 하느라고 걸어가는데 어지어질하여 쓰러질 것 같았다. 지난 주일의 일이다. 만취한 술꾼의 시각이 그러한지는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지만, 들어서 짐작으로 알고있는 취객의 혼 처럼 성당의 바닥이 코 앞에 놓여 오락가락 하느라고 도무지 발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를 모를 일이었다. 갑자기 내가 어디 아픈가? 타인이야 내 속을 모른다지만 나는 내가 나를 잘 알고 있으므로 건강상태에 대하여는 엄청나게 조심을 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교중미사에 오기까지 말짱하던 내 자신이 봉헌하려고 줄을 선 순간에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생길리가 없는데 어지러워서 못견딜 일이었다.

 

예수님의 성심을 더 많이 사랑하고 닮아 살자고 마련한 예수 성심 성월에 예수 성심 대축일을 바로 어제 기념하고 이어서 오늘은 성모 성심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가 대축일이라는 칭호를 예수 성심과 나란히 성모 성심께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님이시며 신이신 예수 성심을 능가할 수 없는 성모 성심께 인성의 존중을 확실히 한 것 같다. 어떠하든지 성심의 마음은 신에게도 인간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그리스도 공동체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성심을 지닐 수만 있고, 모든 사람 각자에게 성심 축일을 마련해 줄 수만 있다면 더 할 수 없는 이상의 세계가 되리라고 본다.

 

간혹은 그런 착각에 빠져서 어지러운 것이다. 무엇이 어떠했길래 순간에 성심의 마음을 안고 현실을 망각해 버리는...... 봉헌을 나갈적에는 돋보기 안경을 벗어야 하는 것이었다. 돋보기 안경이 눈에 걸쳐져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둥둥 떠서 걸어 나간다는 것은 몹시 위험한 상황이 된다. 그런 위험한 상황은 미사중의 분심 탓이다. 그 분심이라는 것이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하찮은 것일 때도 있지만 지난 주일에는 강론을 쓰면서 그 내용에 성심을 다해 버린 경우였다. 다른 분들께도 그 강론이 성심으로 다가 오셨는지 모르지만 그날의 나에게는 돋보기 벗는 것을 까먹게 한 분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로마시대에는 천주교가 큰 박해를 받았습니다. 로마의 박해 앞에 놓인 교회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약했습니다. 박해 이유는 사람들이 모여 은밀하게 어린이들을 잡아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로마의 오해였고 탄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는 그것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길이며 생명의 양식이었습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는다는 것이 사람들의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제자들 조차도 주님께 생명의 빵에 대한 큰 불평과 거부감을 갖고 주님의 곁을 떠나 갔습니다.

 

이렇듯이 생명의 빵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신비이며 양식이었습니다.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음식은 먹을 수록 죽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왜 우리에게 살과 피를 주셨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은 먹을 수록 죽어야합니다. ---중요한 부분 못적음---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하느님을 먹습니까? 그럼에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직접 내어 주셔서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을 먹도록 해 주셨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먹어야 하는 미사는 최고의 전례이면서 최고의 성사이고, 최고의 잔치이면서 최고의 식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먹는 우리는 우리도 하느님 처럼 그 사랑을 나누어야합니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도둑처럼 하느님의 살과 피를 훔쳐 먹게 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거룩한 그리스도 이시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매 미사때 마다 살과 피로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이 놀라운 사랑에 우리도 사랑으로 보답해야 할 것입니다.ㅡ 성체성혈 대축일 홍인수 신부님 주일미사 강론>

 

대게의 경우는 필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강론을 한 번 정도 대충 흩어 보며 중요한 내용에 줄을 그어 놓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필기중에 필이 꽂혀버린 것이다. 이렇게 거룩한 미사에 죄인인 내가 죄없는 하느님을 먹어야 한다는 은총의 성은을 감당하기가 벅차버린 것이다. 묵상을 받아적은 노트를 읽고 또 읽어 보느라고 봉헌 성가를 부르지 않았고, 봉헌금을 내러 나가야 하는데 영성체를 모시는 시간인줄로 착각을 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얼른 정신을 차려서 봉헌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어질어질한 걸음을 걸어서.....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돋보기 안경을 벗어야지! 제대 앞에 다다라서야 심성의 안정을 찾았고 안경을 벗었다. 부활 후 예수 승천축일과 성령강림에 이어 삼위께서 완전하게 우리 가운데 계시는 삼위일체 대축일!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친희 너희는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셔라 하신 명령을 받아 교회가 지금까지 먹고 마셔야 했던 성체성혈 대축일의 강론 말씀에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봉헌을 하고 돌아 와 자리에 앉으며 이 강론 말씀을 꼭 묵상으로 올리고자 마음을 다졌으나 한 주간이 무에 그리 바쁘고 경황이 다양하였던지?!

 

예수 성심 대축일을 어제 보내고 사제들의 성화까지 청원하였으며, 오늘은 성모 성심을 생각하며 완전한 신앙의 모범을 본 받아 내 자신이 성화 되기를 청하여 본다. 비록 한 주간의 마지막 날에 지난 강론을 적어 보았지만 오늘 성모 성심의 모범을 따라서 사제의 성심을 내 가슴 속 깊이 담아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에 하염없는 감사를 드린다. 사노라고 바쁜 인간의 곡절들이 얼마나 많고, 사연들은 또 얼마나 많으며, 사랑과 용서, 희망과 평화는 또 얼마나 추구할 것이 무성한가?!

 

먹으면 먹을 수록 세월은 가는 것이고 늙어지는 것이고, 먹으면 먹을 수록 혈관은 혼탁해지고 질병은 늘어나지를 않는가?! 그런데 주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 마저 뜯어 먹고 나누어 마시라고 하시니..... 우리에게 당신을 살생하는 범죄자가 되라하시니..... 그래도 당신은 우리에게 먹을 것이 되어 행복하시다고 하시니...... 그 권고의 의미가 주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 하기 조차 속되다 할 것이다. 배부르게 먹어서 좋은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게 먹힘을 당하여 양식이 되고 영원히 살게 하시는!

 

ㅡ그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가2,5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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