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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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각하지도 못했던 편지
작성자김진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7 조회수956 추천수5 반대(0) 신고

 

........수업을 끝내고 간신히 학교버스에 앉았는데, 숨소리 몰아치며 한 학생

 

이 다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벌써 떠났냐고...아니라고 했습니다.

 

꼭 만나야 한다고 하기에, 차에 내려서 기다렸습니다.

 

얼마뒤, 그 학생은 수줍은 듯이, 숨을 몰아치며 달려와서 제게 노란봉투에든

 

편지를 내밀고 그저 아무말 없이 갔습니다. 얼굴은 뭔가 안타까운 표정...

 

차에 올라와 편지를 읽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이후로 선생님께 편지를  써본적이 없었던 터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이렇게 시작한 편지는 3장이나 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지각을 몇 번 했는데, 몇 번 할 때 마다 그냥 습관이려니 했습니다.

 

또 지각을 했네.....그런데 얼굴 빛이 별로 안좋았습니다.

 

배가 아파서 학교버스에서 내릴정도로...나는 그냥 배탈이 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별 말을 안했습니다. 단지 따뜻한 녹차 한잔을 주었어요.

 

놀래는 눈치였고.... 또 지각했다고 혼내기는 커녕. 녹차라니....

 

그 다음에 또 만날 때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 이젠 배 안아프니?"

 

라고 지각 안할 것을 그렇게 말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좀 더 다정히 말할껄)

 

그런데 그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젠 배 안아프냐?" 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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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팠던 날, 아침부터 배가 아픈걸 참고 버스를 탔는데, 그날 결국 버스

 

에서 내릴 정도까지 간거예요.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현기증이 나서 못참

 

겠더라구요. 그런데도 간신히 학교에 왔는데, 선생님께서 따뜻한 녹차를 건네

 

주셨어요. 사실 저는 태어나서 부터 천식을 앓았거든요. 언제나 병원에 의지

 

해야 했구요. 장염이며, 위염 때문에 아픈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어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또 병원가?" 하며 물어볼 정도입니다.

 

게다가 무릎관절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구요...올 겨울에는 연골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어요...상황이 이러다 보니 엄마는 이제 제가 아픈것이 일상생활이

 

되었어요.

.......................

라며 편지를 썼습니다. 차 안에서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또 지각해서 뭐라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녹차를 주어서 감동만을

 

받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마실려던 녹차를 준 것 뿐인데, .....이렇게 아픈 학생인줄 몰랐습니다...

 

언덕 차 있는 곳 까지 숨차게 달려왔는데, 너무 미안했습니다.

 

내가 전화받고 좀 더 내려 갈 것을....그러면 덜 올라 올텐데...

 

얼마나 숨이 찼을까?

 

내가 갔을까봐 아주 단숨에 달려온 기색이었는데....

 

천주교 신자인 이 학생이 하루 빨리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겠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어린이집 교사도 되고....

 

 

묵주기도로 마음의 선물을 전해야 겠습니다....

 

수줍게 웃고, 별로 말 수 도 없고,

 

생각해보니, 녹차 건네 준 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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