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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덕을 쌓는 시간, 인내심을 키우는 시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7 조회수1,391 추천수14 반대(0) 신고
6월 8일 연중 제10주간 수요일-마태오 복음 5장 17-19절


“천지가 없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율법은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덕을 쌓는 시간, 인내심을 키우는 시간>


저녁식탁에서 여러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사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대화내용의 주제는 아무래도 학교 수업, 그리고 교수님들과 관련된 에피소드일 때가 많습니다.


강의 시간에 감명 깊게 다가왔던 이야기들,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자기 체험담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진리들, 포복절도하는 에피소드들로 저녁식탁은 풍성해집니다.


그리고 또 가끔씩 너무나 진지해서 수면제와 같은 강의시간, 또 어쩔 수 없는 교수님들의 인간적 한계로 인한 어려움들(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시지만), 우왕좌왕, 오락가락하셔서 핵심을 파악하기 정말 힘든 강좌들로 인한 고통들도 많이 하소연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같은 교육자로서 아주 엄한 어조로 이렇게 타이르곤 합니다.


“교수님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모든 교수님들이 다 자네들 입맛에 맞기만을 바라는가? 영양가 있는 강의를 재미있게 펼쳐나가시는 교수님이 계시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면 되고, 수면제 같은 교수님, 갈피를 제대로 못 잡는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그분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데, 그 시간은 덕을 쌓는 시간이려니, 인내심을 키우는 시간이려니, 하고 큰마음을 먹을 수 있어야지.”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들의 고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분들에게 지혜와 열린 마음과 진리를 향한 열정을 다시 한번 주시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율법학자들!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간단하고 쉽게 가르칠 수도 있었을텐데, 괜히 잘난 체 하느라 문자 써가면서, 필요 없는 공식을 만들어내면서, 별 의미 없는 수식어를 써가면서 백성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들이 가르칠 때 백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많은 경우, 가르치는 율법학자 자신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듣다듣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포기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또한 율법학자들이 저지른 실수 가운데 결정적인 실수는 지나치게 율법을 세분화시킨 실수였습니다. 율법을 만드는데 재미를 붙인 율법학자들은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율법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승자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율법조항들, 지나치게 세세하게 적용된 율법 규정들로 인해 백성들은 물론이고 율법학자 자신들도 꼼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웃기는 일은 자신들도 제대로 못 지키는 율법조항들을 백성들에게는 반드시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이자,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삶의 기본 지침인 율법은 웃기는 그 무엇, 너무나 부담스런 그 무엇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괴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율법의 창시자 예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그분께서 던지시는 한 말씀 한 말씀은 너무도 명쾌하다 못해 통쾌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는 백성들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쉬운 말씀이었습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그리도 달고, 그리도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때로 강가에 부는 미풍처럼, 때로 감미로운 음악처럼 그런 위로의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때로 그 자리에서 구원이 이루어지는 은혜 충만한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때로 비수보다 더 날카로운, 가슴에 통증을 불러오는 쌍날칼처럼 다가왔습니다.


예수님 말씀이 선포되는 그 자리에 모인 백성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말씀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군중들은 꼬리에 꼬리를 이었고, 나중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이 갈기갈기 찢어놓은 율법, 여기저기 풀어헤쳐놓은 율법, 산산조각 내버린 율법을 다시 한번 새롭게 구축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이중계명-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었습니다. 수천가지나 되는 율법을 간단히 하나로 요약하신 것입니다.


그 위대한 작업을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율법-사랑의 율법-은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단순화된 이 사랑의 계명을 스스로 어기지도 말고, 어기도록 남을 가르치지도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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