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51) 자전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09 조회수1,06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6월9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성 에프렘 부제 학자 기념 ㅡ고린토2서3,15-4,1.3-6;마태오5,20-26ㅡ

 

           자전거

                   이순의

 

 

호남평야가 넓게 펼쳐진 곳에 읍내를 마주하고 고향마을이 있다. 시골 마을로는 상당히 큰 마을이 우리 마을이었지만 너른 들판을 사이에 두고 읍내가 있었으므로 그 기(氣)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화마가 덮쳐서 재앙이 잦을 것이라는 풍수지리적인 속설을 차단해야했다. 그래서 들판이 내려다 보이고 읍내를 마주하고 선 마을의 가장자리에 조상들은 팽나무를 심었고, 그 팽나무는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장정 여럿이 얼싸 안아도 안아지지 않을 만큼 큰 아름드리 고목으로 마을의 수호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어렸을적 기억으로는 그곳에 도마뱀도 많았고, 고목나무의 구멍속으로 숨어들어가 숨바꼭질도 하고, 정월 대보름이면 쥐불놀이를 하느라고 소년들의 깡통은 원을 그리며 활활 타오르는 신비로움은 어둠속에서도 마을의 모든 액을 태워 날려보내고 있었다. 숲쟁이는 그렇게 내 유년의 풍요를 간직해 주고 있다. 빨강 가죽가방을 어깨에 매고 초딩 1학년의 나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그 숲쟁이를 달려 갔고, 추운 겨울 날 밤에는 장에 갔다 오실 엄마를 기다리느라고 숲쟁이까지 걸어나갔다가....

 

결혼도 해 본적이 없다는데 동생은 있었던 귀순이 고모가 리어카에 팔다 남은 잡곡들을 싣고 어두운 숲쟁이에 들어서면 <고모~~!>라고 부르며 달려 갔었고, 엄마는 언제 오시느냐고 묻기도 전에 <아이구! 고모를 기다려 준 이쁜 똥강아지 나왔는가?!>라고 <어서 손수레 좀 밀어 볼랑가?!>라고 어찌나 반가워 하시는지?! 그냥 그 고사리 손으로 고모의 손수레를 밀다가 골목 어귀에 서면 고모는 고모네 집으로 나는 우리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를 집으로 들여 보내려는 고모의 따뜻한 마음이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귀순이 고모는 지금 이승에 계시지도 않지만 고모의 유일한 소생인 동생의 소식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오빠가 작은 오빠 보다도 더 커보이는 자전거를 타면서 뽑내기 시작했다. 꼬맹이였을 나의 눈으로 볼적에도 아슬아슬한데 작은 오빠는 나 정도야 얼마든지 태워줄 수 있다고 자랑을 하면서 그놈의 자전거로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작은 오빠보다 더 커 보이는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작은 오빠의 위협은 그 농도가 짙어졌고, 가족 중의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태워주고 싶어하는데 한 번 타 줘라고 거들었고, 결국 나는 작은 오빠 보다 더 커 보이는 자전거를 탔다.

 

기회가 왔으니 작은 오빠는 날개를 달고 싶었을 것이다. 안마당에서만 타기로 했던 나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숲쟁이로 향했다. 겁에 질린 쪽은 나였고, 신이 난 쪽은 작은 오빠였다. 어린 소년의 몸 보다 수 백배도 더 크고, 수 천배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고목 나무 그늘 아래에 동생을 태운 자전거가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풀밭에 내동댕이 쳐지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풀숲에 숨은 돌맹이에 바퀴가 톡 튀면서 어린 조막손은 꼭 잡지를 못하고 놓쳐버린 것이다. 작은 오빠는 꼭 잡지 않았다고 바보라고 화를 버럭 버럭 냈고, 다시 타라고 우겼지만 나는 결코 걸어서 집으로 왔었다.

 

그 후로 청소년기가 올 때까지 나는 작은 오빠의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아마도 10여년도 더 작은 오빠의 운전 실력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전거를 배울 적에도 누군가 뒤에서 잡아 준다거나 가르쳐 준다고 하면 절대로 타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둔덕이 있는 마당가에서 올랐다 내렸다, 넘어졌다 일어났다, 조심조심, 천천히 천천히, 살살살....... 어찌나 혼자만 타든지! 자전거는 큰오빠께서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사 주셨는데 그 자전거를 타는데를 본 적은 없었으니.... 히히히히히! 그렇게 조심조심 혼자서 자전거를 익히고 배우고 타게 되었다. 가족들은 내가 자전거만 사 놓고 탈줄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날에 읍내 성당에 다녀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들길을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때서야 <아~! 우리 막내가 자전거를 타기는 타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고! 유년에 작은 오빠의 자전거에서 떨어져 본 경험은 그렇게 오랬동안 두려운 기억이었다. 그런데 오늘 왜 어린 추억을 묵상으로 떠올리게 되었는가? 하면,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고 돌아오려는데 우리 성당의 조약돌 어린이집 아가들이 성당 마당에서 자전거 타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운전기사는 어린 소년이 아니고 선생님이며, 그냥 조막손으로만 선생님의 허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옷으로 단단히 묶어서 안전을 보장하는 놀이였다.

 

너무 너어무 이쁜!  

<사진들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요청에 의하여 부득히 삭제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 출발 해 보실까요?..

 

 

 

괜찮을까요?

 

 

 

선생님 저 꼭 잡은거지요?

 

 

 

차례를 기다려야 해요.

 

 

 

 

선생님 못 기다리겠어요. 지루해요.

 

 

 

  

그래도 기다릴께요.

 

 

 

멋지지요?! 안 무섭겠지요?! 재미있겠지요?!

 

 

 

 

자 내리세요. 이렇게 타는거에요. 

 

 

 

 

누가 탔을까요? 얼굴이 안보여요.

 

 

 

 

안전벨트(?)를 풀어주세요.

 

 

 

 

꼭 잡으시고, 안전벨트 매시고! 

 

 

 

 

자~! 갑니다.

 

 

 

 

어때요? 재미있었나요?

 

 

 

탄 친구는 내리고요. 다음 친구 타세요.

 

 

꼭 잡았나요? 안전벨트는요? 아직 안맸어요. 기다리세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우와! 너어무 신나게 달려서 카메라가 못 따라가요.

 

 

 

  

제 차례인데요. 사진만 찍지 말고 한 번 타 보실래요?

 

 

 

 

꼭 잡아야지!

 

 

 

선생님 천천히 가 주세요.

 

 

 

우와! 진짜루 카메라 보다 더 빠르네....!

 

 

 

 

이쪽을 보셔야 하는데....

 

 

 

 

 

얼굴이 나오게 찍었어요?! 누구인지 알수 있지요?!

 

 

 

  

자전거가 빠르다고 꽃들이 박수를 쳐 주었어요.

 

 

 

 

선생님 저도 안전벨트 매 주세요.

 

 

 

이야~! 안심이다. 히~!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내 차례예요. 태워주세요.

 

 

 

내릴 때 신발이 벗겨졌어요.

자~! 오른 발 신고, 왼 발 신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신난다.

 

 

선생님 저는 많이 태워주세요.

하나도 안무서워요.

 

 

우리 선생님 멋쟁이!

제가 세 발 자전거 타게 되면 꼭 선생님도 태워드릴께요.

 

 

 

재는 진짜루 안무서웠나 봐?!

 

 

 

 

나는 무서운데....

 

 

 

  

걱정마! 선생님이 꼭 묶어줄께!

 

 

 

성모님 너무 멋지지요?!

 

 

 

안탄 친구있어요?

안탄 친구있으면 타세요.

 

<사진들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요청에 의하여 부득히 삭제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건 자전거 앞바퀴구요.

 

 

 

 

이건 자전거 폐달이고요. 이렇게 밟아야 해요.

뒤에 동그라미는 뒷바퀴예요.

 

 

 

어머 친구들! 자전거를 보세요. 선생님 손을 보면 어떻게해요?

 

 

 

 

왜 울었어요?

선생님 저는 더 타고 싶어요. 앙앙앙!

 

 

 

자전거 타기가 재미있었나요?

선생님 왜 쭈구리고 앉아서 말씀 하세요?

선생님은 친구들의 눈높이랑 친구해야 되요.

 

 

<사진들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요청에 의하여 부득히 삭제 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아가들을 보고 있으려니 유년의 두려움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어린 기쁨들을 담느라고 나 홀로 감동에 젖고..... 세 살 네 살 아가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고 어여쁜..... 그리고 선생님들도 고와 보이는.....

 

바로 엊그제 큰오빠랑 큰 새언니께서 오셔서 차를 놓고 가셨다. 이전을 하려는데 짝궁의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잠시 운행도 못하고 세워 두었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차를 선뜻 막내에게 주고 가신 오빠께 감사드리지만 새언니께서 직접 쓰시던 차를 막내 시누이에게 주시려고 했을 때는 큰 마음을 동원하셨을 것이다. 그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기쁨만은 아니어서 묵상글 쓰기가 면구스러웠다.

 

그래도 감각은 익혀두고 싶어서 하루에 한 번씩은 잠실 사거리 정도는 나가보고 온다. 큰오빠가 자전거를 사 주셨을 때 처럼 살살살 조심조심 가만히 가만히 혼자서 살짝살짝 다녀보고 있다. 공으로 차꺼정 주셨는데 만의 하나라도 피해를 드릴까봐서.... 어? 이거 공짜라고 하면 증여세 오른다던데....??? 공짜가 아니다. 나두 새언니께 차를 한 대 드리고 또 염치가 없어서 삼위일체의 의미로다가 성부의 몫으로 한 장! 성자의 몫으로 또 한 장! 성령의 몫까지 챙겨서 만원짜리 세장을 담아서 드렸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새언니는 받지 않으실 것이고, 드린 자동차 속에는 감사의 메세지도 담고...! 그러므로 엄연히 증여는 아니다. 좀 가격이 현저히 싼....! 히히히히!  

 

아가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인생을 떠 올려 본다. 먼저 살으신 분들이 그러하였고, 내가 그러 하였듯이, 아가들도 여러 갈래의 경험과 관계안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빌면서!

 

 

 

내가 새언니께 드린차!

어?! 바퀴는 검정색 타이어로 칠해 드렸는데.....

새언니 감사합니다.

 

새언니께서 주시고 가신 차!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새언니!

거주자 우선 주차를 신청하러 갔더니 이전을 해야 가능하다고.....

집 주인이신 전도사님께 잘 부탁했습니다.

몇 일만 좀 봐 주시라고.....

 

 

ㅡ주님은 곧 성령입니다. 주님의 성령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고린토2서3,17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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