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의 밀어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10 조회수1,129 추천수10 반대(0) 신고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마도 두 가지 이유에서 일게다. 하나는 아내에게 어떤 새로운 선물을 사서 surprise(깜짝 놀람) 해줄까를 생각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아침식사를 서둘러 하고 출근하려는데 아내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평소와 다른데 ‘왜서일까?’하고 버스 안에서 혼자 가만히 되새겨 보았다.  그 시간까지 결혼기념일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게다.


   퇴근길에 캠퍼스 내 쇼핑센터에 얼른 들러 자그마한 칠기 하나를 사서 예쁘게 포장했다.  저녁에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는 카드와 함께 선물을 전했다. 그제야 살며시 미소를 건네준다. 


   포장을 뜯고난 후 선물을 손에 올려놓고 바라보더니 안색이 다시 변했다.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아내는“이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보석함”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결혼반지 밖에 없는데 무슨 보석상자라고요?”라는 말로 딱지를 당하는 순간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결혼생활도 만만한 게 아니다. 아내의 생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이브, 영명축일을 다 챙겨주려면 한 해 네 번씩은 가슴이 두근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점심식사를 하고 서점에 들렀다.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보다가 은빛 색깔의 장정에 한 가운데 있는 박스 안에 붉은 장미 한 송이가 수 놓아있는 CD만한 크기의 책 한권을 발견했다. “결혼축하”(Celebrating Marriage)라는 책제목이 붉은 장미와 함께 눈길을 끈다.  집어 들고 책장을 펼치니 사랑의 밀어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사랑은 고통도, 힘도, 인내도, 침묵도, 행복까지도 품고서 절정의 행복과 솟구치는 힘을 품어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기도 합니다.’

  

   ' 사랑은 돌처럼 굳어있지 않고 빵처럼 늘 새롭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과 고통을 씻어주는 한 마디의 말은 사랑입니다.’

  

   '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 합니다.'

 

   ' 사랑은 조용히 내리는 이슬비 같지만 강물이 되어 흘러갑니다.'


   아가서의 말씀도 눈에 띈다. ‘그대 내 사랑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비둘기 같은 눈동자.’(1.15), ‘그대 내 사랑은 가시덤불 속에 핀 나리꽃. (2.2)’


   고린도1서(13장)에 나오는 사랑의 말씀도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사랑은 오래참고, 친절하며, 시기도, 자랑도, 교만도, 무례도 하지 않고, 사욕도 품지 않으며, 성도 내지 않고 거짓도 없습니다..........등등


   사랑의 밀어를 엮은 책! 바로 이거다 싶어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올해는 일찍부터 안심이다.  결혼기념일 이브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선물을 전했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CD인가?”하면서 포장을 뜯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 글로 대신 전 한다네”하고 말을 건넸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사랑의 밀어가 우리를 살려주네.”라는 알쏭달쏭한 촌평을 남기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니 귀밑머리가 하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