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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53) 아버지 저 성형수술 할래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11 조회수925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5년6월11일 토요일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ㅡ사도행전11,21ㄴ-26;13,1-3;마태오10,7-13ㅡ

 

                아버지 저 성형수술 할래요.

                                             이순의

 

 

전에도 익히 불편사항을 알고는 있었지만 요즘은 그 불편의 척도가 심각할지경에 이르고 있다. 얼굴은 점점 혈색을 잃어갈 나이가 되어 탱글탱글한 고움을 벗어버린지 오래고, 머리의 정수리에는 허연백발이 몰려서 운집하는 바람에 염색하신 친정어머니께서 막내딸의 새버린 머리결을 보시고 그만 깜짝 놀라시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나의 폼새가 이제는 저물어가는, 빛깔잃은, 시들어버린, 그런 꽃송이의 티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초딩 6학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 불편함 때문에 곤혹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은 목소리! 나의 목소리가 초딩 6학년에서 아직도 진보를 못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검사를 하는 과정중에 언제쯤 목소리가 제 나이값을 할 것인지도 알아보시라고 의사 선생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린적이 있다. 나는 실제로 목소리 때문에 불편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귀가 잘 안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목소리의 톤을 엄청 크게 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어서 공간이 개방된 장소나, 감정의 기복이 있거나, 의사전달의 중요성이 잠재적으로 감지하고 있을 때는 목소리의 울림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커져버린다. 그래서 상대편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때로는 싸운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천박스러워 보이는 울림통을 동원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 되어지는 횟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나는 성격상으로 쉽게 변하거나 쉽게 굴곡이 있고 그런 사람이 못된다. 어쩌면 고래심줄 보다도 질기고 단단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목소리는 얄캉얄캉하여 부는 소슬바람에도 넘어져 웃어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가 보다. 쉽게 말하면 잘 못 건드렸다가 확을 떼고 줄행랑을 쳐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내 목소리 탓인데 실수는 상대방이하고 그 판을 갈라서 벌하는 쪽은 내 마음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택시를 탓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는 기사님은 방향을 말하는 나의 목소리로만 나이를 짐작하시는 것 같다. 차가 어느정도 진입이 된 뒤에 실내경으로 슬적 나의 얼굴을 보고 나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하시는 것 같다. 목소리를 다시 확인을 하시고 싶으신지 아니면 얼굴이 믿어지시지 않는 것인지 슬쩍 구렁이 담넘어 가는 식의 말을 건네오신다. 밀폐된 택시안에서 나의 공간지각력은 목소리의 울림통을 결코 키우지 않는다. 사분사분히.....

 

대답해 드리고.....! 나이도 좀 있어보이는 아줌마가 천성적으로 아무나에게 애교? 아니면 아양? 을 떠는 기질이 있어보이나 보다. 분명히 얼굴은 아닐테고, 목소리에서 그런 매력(?)을 골라잡았을 것이다. 은근 슬쩍 말 꼬리의 반토막이 어디로 달아나고, 택시의 방향은 가까운 길을 놔두고 쪼꼼 돌아서 가는 쪽으로 진입을 한다. 그러면 한두 번 당해 본 일이 아니라서 나두 말 꼬리의 반토막을 날리고 벗을 한다. 나야 노력하지 않아도 원래 그대로에서 말의 반토막만 자르면 된다.

 

마음 속이야 <언제 나를 보았으며 언제 나랑 놀았다고 저 기사님은 저런 실수를 하시는걸까?>하며 인격을 낮추어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 맞추는 게 아니라 말 맞추어 주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저씨는 돌아왔잖아? 왜 돌아왔어? 나는 바보가 아닌디? 실어다 줘서 고맙기는허네.> 라고 찬물을 끼얹어버린다. 대부분의 기사님은 황당하여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낙근낙근하게 곰살맞은 목소리의 말랑한 아짐씨가 갑자기 돌변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택시의 경우는 한 예일 뿐이다. 전에 명동성당 앞에서 붕어빵 장수하고 싸움이 났는데 순전히 목소리 때문이었다. 내 생활의 방식이 아들에게 써주는 이외의 모든 경비는 줄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목적이 있으면 목적을 향해 정신없이 돌진을 한다. 그 목적이 끝나기 전에는 옆을 보지도 않고,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뭘 사먹지도 않는다. 명동에서도 그러했다. 그리고 돌아서 성당입구를 내려 오는데 목도 마르고 시장기도 돌고..... 집까지 그대로 갈까? 칼국수라도 한 그릇 사서 먹고 갈까? 하다가! 

 

붕어빵 장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냥 붕어빵 몇 마리면 집에까지는 무난히 시장기는 면할 것 같아서 빵을 열심히 굽는 빵장수 앞에 섰다. 그리고 붕어빵 1000원어치를 달라고 청하였다. 그런데 빵을 굽느라고 나를 처다보지도 않은 빵장수의 대답은 <지금 붕어빵 30마리 예약이라 못 판다. 쩌리 가그라.> 역시 처다도 보지 않고 반말이신 아주머니께 기분이 팍 상한 마음으로 <1000원어치만 팔으세요.> 라고 다시 주문을 하였다. 아주머니는 빵틀을 뒤집는 갈쿠리를 휘두르며 고개를 든과 동시에 <야. 안판다고 했...>

 

나의 울림통은 못 참아버렸다. <야아? 야라고 했어? 지금? 그깐 붕어빵 안 퍼묵으면 그만이지만 너 몇 살이야? 야~! 왜 말을 그따위로 하는데? 명동에는 너 위에 사람이 없냐? 붕어빵 천원에 꼬챙이로 사람을 찍을래?> 나의 울림통은 맑고 청명한 특징이 있어서 크고 멀리 또렸하게 퍼진다. 순간에 명동의 눈들은 모두 붕어빵틀과 나에게로! 그리고 주변에서 서성이던 남편인지 아니면 붕어빵틀 주인인지 모르는 아저씨가 잽싸게 달려와 나에게 사과하고 가라고 했다.

 

혹시 저 많은 눈들 중에 아는 신부님이라도, 아는 교우들이라도 계실까봐서 그냥 돌아섰다. 위의 두 경우를 보더라도 나의 성향과 전혀 다른 불상사가 발생을 한 것이다. 나는 성격적으로 느끼하지도 사분사분하지도 못하다. 딱딱딱 꺽어지는 성격인데다가 사리분별은 가능한 사람이다. 가끔 묵상방의 벗님들께 목소리를 공개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벗님들께서는 목소리가 김을동씨를 닮았거나 고목나무에 바람치는 천둥 같을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실존의 목소리를 확인하시고는 웃어버리신다. 너무나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몇 일 전에 우리 성당의 할머니들께 인사를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목소리도 곱고 이쁘노?!> 하시길래 <저 목소리에 주름잡는 성형수술해야 되요. 목소리가 안 늙어서 늙게 하는 수술 하려고 하는데요?> 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씀을 드렸더니 할머니들은 절대루 그러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아끼지 않으신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말을 하는데 상대편에서 갑자기 눈꺼풀이 꺽어질 때면 참으로 난감해질 때가 있다. 나는 내 목소리를 이용하여 누구도 유혹하지 않는다.

 

<이보시라요. 제 목소리가 원래 그런당께요. 착각은 자유지만서두 골치는 아프기 싫구만이라우. 저는 골치 아픈 것은 딱 질색팔색이지라우. 알았지유? 쪼매 조심하셔야 되것소! 잉? 제 목소리는 모든 만민에게 똑같은 목소리로 대해드린당께라우. 어느 한 사람에게만 특별한 것이 결코 아니랑께라우. 그 점을 꼭 알아 주세요. 부탁합니다.> 

 

하늘이 주신 좋은 것이라지만 점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좋은 것은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그래서 아버지 하느님께 맨날맨날 요청을 한다. 너무 좋은 것을 주신 아버지께서 역정을 내실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버지 하느님! 제 목소리를 늙게 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아멘!

 

ㅡ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마태오10,1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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