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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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5-06-17 | 조회수1,27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2주 동안 여행을 다녀온 뒤, 저는 계속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이 밀렸고, 따라서 하루 하루를 정말로 정신없이
보내야만 했습니다. 특히 야외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밀렸답니다. 잡초
도 깎아야 하고, 곳곳에 쓸려 내려간 흙도 채워 넣어야 하고, 화단도 가꾸
어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조
금씩 생겨나더군요. 즉, 비가 내려서 밖의 일을 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
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새벽의 일입니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순간 제가 기뻐했을까요? 그 동안 제가 기다리던 비였으니 기뻐했을 것
같지만, 사실 어제 아침에는 그렇게 기쁘지를 않았답니다. 아니, 오히려
‘왜 비가 오는거야?’라는 마음이 들었지요. 왜 이렇게 마음이 변했을까요?
그저께 저는 큰 맘 먹고 자전거 한 대를 샀습니다. 전에 타던 자전거는 너
무나 무겁고, 기어 조절도 잘 되지를 않아서 새로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가
졌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그저께 저녁, 드디어 제가 원했던 자전거를 구입
했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자전거를 구입한 뒤에 어떻겠어요? 빨리 자전거
를 타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다음 날 이 자전거를 타고서 해안
도로를 달리면 얼마나 신날까 라는 생각이 가득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창밖에 비가 오고 있으니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요? 비록 밖의 일을 잠시
쉴 수 있도록 하는 비가 좀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계속 있었지만, 자전거
를 타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어제 새벽만큼은 그 비가 그렇게 야속하게 보
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하느님께서 저의 아쉬움을 보셨는지 하
늘이 어느새 맑아져 있더군요. 저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와~~ 자전거를
탈 수 있겠구나.’ 그래서 어제 아침, 저는 자전거를 타고서 해안도로를 통
해 성지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청
소를 시작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는데, 미사 후에는 날이 더워지면
서 약간씩 힘이 듭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이 이렇게 바뀌네요. ‘비 좀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 순간, 쓴 웃음이 나오더군요. 언제는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또 언제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
는 저의 모습 때문에 말입니다. 즉, 저는 저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
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어제 있었던 저의 경험을 통해 예수님의 이 말
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의 손이 가까이 닿는 곳에 우리
의 마음이 있다는 것이지요. 제 마음 상태에 따라 비가 오는 것이 좋을 때
도 있고 또 반대로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가 있는 것처럼, 내 마
음이 하늘나라에 있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하늘나라에 우리들의 마음이 있을 수 있도록 주님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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