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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58)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18 조회수1,105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6월18일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ㅡ고린토2서12,1-10;마태오6,24-34ㅡ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이순의

 

 

 

 

 

 

 

하루의 일진을 누가 마음대로 살았다고, 뜻과 같이 이루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식을 가졌더니 출세는 출세다. 꿈에도 상상해 보지도 못한 데를 다 다녀오고! 엄청 출세를 하고 온 기분이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도 내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한 터라 아들녀석의 진로에 어떤 뜻이 예비하실지를 몰라서 그놈 하고싶은 대로 해 주리라고 작심을 하고 올 한 해를 살기로 했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대폭풍에 휘돌리고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제 눈에 콩꺼풀이 쒼 엄마는 아니여서 내 아들의 능력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평가하지도, 기대 이상으로 바람이 크지도 않다. 그냥 자식의 미래에 어떤 길이 열릴지를 몰라서 자식놈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는 편에서 후회는 없자는 것이다. 살아보았더니 건강도 나빴다지만 아버지께서도 일찍 돌아가셔서 하고싶은 것을 한 가지도 못해 본 미련이 나이 들어가는 이 마당에도 아쉬움이라.....

 

지난 밤에 전화로 사관학교 입시설명회가 하달되었다. 그래서 차로 등교를 시켜주고 돌아와 바삐 서둘러 군차량이 대기한다는 장소로 갔다. 아들녀석은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먼저 와서 탑승해 있었고. 다른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야말로 空이다. 설명회는 그 말의 어원처럼 그냥 그 학교에 대하여 설명을 듣는 것이다. 그냥 자식이 가보고 싶어하니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당연히 어미가 눈으로 확인은 해 보려고 따라나섰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살으라는 주님의 뜻이라고 믿으며! 

 

일행을 모아서 싣고 가는 차는 역시 군대 차라서 털털털하고,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쇳 소리가 요란한 게 실감은 났다. 자식 덕택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군대차를 다 타 보고, 그런데를 다 가보고....! 한 마디로 멋지다. 사관학교는 그냥 한 마디면 그 표현이 전부일 것 같다. 멋지다. 단정! 정돈! 일정! 화~~악 트임! 시~~이원하다. 바람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시~~이원하다. 고3이 갖는 선택은 무궁무진하다. 점수에 따라서 득락이 갈라지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은, 희망하는 것은, 그것이 구경이라고 해도 가치가 있는,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니겠는가?!

 

나는 내 자식의 진로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자식 또한 제 갈 길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아이가 기웃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동의를 해 주고 살펴보아주는 것이 어미로서 하늘이 부여한 최선일 것이다. 그것이 사회와 사람에게 해악이 되는 일이 아닌 진취적 기상을 꿈꾸는 방황이라면 더욱 그 갈등의 길에서 묵묵히 동행은 해 주기로 마음을 다졌다. 다행히 엄마는 집에 있으라고 할까봐 눈치만 보았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가 보았더니 거의 대부분이 엄마나 아빠와 동행이었다.

 

학교에서 준비한 영화도 보고, 설명도 듣고, 생도들의 질서 정연한 사열도 보고, 박물관 견학도 하고, 배가 너무 고파왔다. 역시 식당도 넓다 못해 축구장만큼 커 보였다. 총각무김치. 마카로이. 불고기. 오이무침. 된장국. 밥. 방울 토마토! 매뉴의 전부였다. 맛은 있었다. 그러나 아빠가 총각무 전문가라서 우리 모자는 사관학교에 납품된 총각무가 아빠가 재배하는 총각무에 비하면 최하 등급이라고 평하며, 맛은 없지만 덜어왔으므로 그 무 김치를 모두 먹기로 했다. 아빠가 가져다 주신 총각무는 설컹설컹하고, 달디달며, 아삭아삭하니, 얼마나 맛이 있는데....

 

나는 마음 속으로 우리 아들이 사관학교에 오게 되면 맛있는 총각김치 맛은 구경도 못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빠가 총각무를 한 차씩은 밀어 줘야 달디단 무 몇 조각이라도 내 아들의 입에 넘어갈지 싶으다. 돌아올 적에 성당에 들려서 왔다. 아들도 나도 좋으신 주님께 빌어 의지할 것이 같았을까? 그러나 나는 아들의 기도를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 자신도 아버지의 뜻을 몰라 하루라는 찰라를 그렇게 이끌려 그곳 성당에 무릎을 끓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능하신 천주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신앙을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이 고백해 드리므로서 주님의 뜻과 이끄심에 순종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구경도 잘하고, 제대의 꽃꽂이 솜씨가 군종교구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수준급이었고, 특이한 점은 십자가의 길 14처 사이 사이에 성 마리아의 이콘들이 간간히 걸려있었다는 것이 특이했으며, 감동적인 것은 성수대였다. 대부분의 성수대 물그릇은 옴폭 파여서 물이 자작할 만큼 담기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 성당의 성수대에는 예수님의 손과 발에 박았던 못이 세 개가 나란히 조각되어 파진! 촉감도 느낌도 감정도 다르게 유도하고 있었다. 그냥 손가락을 푹 담그던 의식을 예리하게 깨워주는! 신자수가 많거나 미사가 빈번한 성당이라면 부족한 성수를 채우느라고 바빠질 것이지만 군종성당에 어울리면서도 작가의 예술적 신심에 만점을 주고 싶은 성수대 인 것 만은 분명하였다. 여학생 둘이서 성당에 들어와 기도를 하고 갔다. 그 또한 성스러운 감사로 마음에 새겨지고.....! 우리 모자는 그곳에 계신 주님의 집에 찾아들었으므로 빈 봉헌함에 작은 정성을 드리고 고요히 물러났다.

 

우리는 타고갔던 군용차를 타지 않고 전철을 타고왔다. 구경 삼아서, 대화 삼아서, 알수없는 마음의 무엇을 위해서, 아들이 제안한 선택이었다. 어미는 또 그렇게 해 주었고....! 내가 이제 자식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손수건으로 코를 닦아주겠는가? 포대기를 받쳐 업어를 주겠는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주겠는가? 아니면 옷을 홀랑 벗기고 목욕을 시켜주겠는가? 그렇다고 손을 잡고 끄집어 갈 길을 열어 줄 수가 있겠는가? 내가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마음 뿐이다. 아들은 아들의 갈 길을 제 스스로 찾아서 가야 할 것이고, 엄마는 단지 등불을 들고 서서 비추라는 대로 비춰 줄 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냥 먼 길을 다녀왔더니 고단하다.

<†아버지! 저는 당신을 믿는 제 신앙을 고백하여 드릴 뿐입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아버지! 모든 것을 당신의 뜻으로 이루어 주소서. 아멘.>

 

  

 

 

ㅡ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릴 수 있겠느냐?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마태오6,27.3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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