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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20 조회수829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는 주일이라 그런지 많은 순례객들이 성지를 방문하셨습니다. 미사 때에만 700

 

명 정도 오시고, 미사가 끝난 뒤에도 성지를 방문해서 순례를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지요. 그런데 저는 성지에 대한 설명을 항상 미사가 끝난 뒤, 1시간에 걸쳐서 하

 

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긴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요. 사람들은

 

제가 1시간 동안 설명을 한다고 하면 ‘아이구, 1시간 동안이나 어떻게 설명을 듣

 

나?’라는 표정을 대부분 짓더군요. 그러나 저 역시도 그렇게 설명을 한 번 하고 나면

 

상당히 힘이 듭니다. 물론 아주 간단히 10분에 걸쳐서 설명할 수도 있지요. 이곳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쩌면 5분이면 설명을 모두 마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껏 성지순례를 와서 아무런 감응 없이 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요. 그래

 

서 신앙적인 이야기도 함께 하다 보니 이렇게 길 수 밖에 없답니다.

아무튼 이렇게 1시간에 걸친 설명을 하고 나면, 저 역시 녹초가 됩니다. 그래서 하루

 

에 딱 한 번만, 즉 미사 끝난 뒤에만 설명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어제 오후에 제 형

 

님의 회사 직원이 본당 청년들을 끌고 성지를 방문한 것이에요. 그래도 형의 직원인

 

데 그냥 성지를 알아서 둘러보라고 하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성지 설명을 하자니 너무나 피곤했습니다. 그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지요.

‘저들은 성지순례를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이곳을 둘러 보러 온 것일 것이다. 만약 정

 

말로 성지순례를 온 것이라면 십자가의 길을 할 것이다. 따라서 십자가의 길을 하면

 

성지 설명을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설명하지 않으리라.’

사실 저는 그 청년들이 십자가의 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왜냐하면

 

전날 과음을 했는지 너무나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거든요. 더군다나 젊은이들

 

이 모여와서 십자가의 길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판단과는 달리 이 청년들은 모여서 십자가의 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

 

는 어쩔 수 없이 그 청년들을 위해서 성지 설명을 한 번 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년들이 돌아간 뒤에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내 자신이 힘들다고 스스로

 

판단했던 제 자신을 말입니다. 젊은 청년들은 십자가의 길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 저

 

들은 성지순례를 왔다기보다는 그냥 한번 둘러보려고 온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들.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고, 저의 설명이 끝난 뒤에도 열심히

 

기도를 하고 돌아가더군요.

예수님께서는 “남을 판단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판단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기란 상당히 힘드네요. 하지만 이 말씀에 계속해서 따

 

라오는 말씀, “그러면 너희도 판단 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씀에 큰 깨우침을 얻게

 

됩니다. 남을 판단하면, 나 역시 판단 받을 수 있음을 왜 이렇게 자주 잊을까요?

특히 남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들, 그 결과 상대방의 잘못만을 보면서 상대방을 깔보

 

고 흉보고 욕하는 어리석음을 행하게 되지요. 자기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말입니

 

다. 그래서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부정적인 판단들을 당하게 되지요.

판단들, 특히 부정적인 판단은 이제 접어야 합니다. 누워서 하늘에 침을 뱉으면 다시

 

자신에게 그 침이 떨어지는 것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판단이 바로 나에게 돌아온다

 

는 사실을 잊지 않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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