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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60) 상팔자가 따로있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21 조회수1,156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5년6월21일 화요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ㅡ창세기13,2.5-18;마태오7,6.12-14ㅡ

 

               상팔자가 따로있나?!

                                         이순의

 

 

호수에 아기 오리들이!

 

 

 

 

아들녀석이 성장하느라고 그러는지? 스트레스는 안받는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받아서 그러는지? 시시콜콜 앓는바람에 병원에를 갔다가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냥 또 마음이 호수에 가고 싶다고 하여 들려 보았다. 구민의 공원이라서 주차요금을 받는지를 몰랐다. 생각과 달라서 집으로 가려고 마음을 고쳐먹으려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꼭 내려서 구경하고 가란다. 그동안 하고싶은 것들을 단돈 몇 백원이 아까워서, 몇 천원이 아까워서 마음을 접고 살았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대로 집에 돌아가면 또 묵상글 쓰기를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늘의 외출은 끝이 나는 것이었다. 에라. 비싼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운동 삼아서 호수가만 한 바퀴 돌고 오려고 속도를 냈다. 그런데 마음을 끌었던 이유가 있었다. 고깔집에서 알을 까서 기업의 공사장으로 간 오리는 분명히 흰오리였는데, 어느 풀섶에서 알을 깠는지 갈색오리 가족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 먹느라고 잉어들 틈에서 어찌나 분주하든지! 그 순간 주차비를 투자해야할 텔레파시가 이것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과자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곳에 서서 구경하시던 청년이 봉지째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엄마 아빠 그리고 아가 다섯! 그 오리가족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워낙에 잉어들이 크기 때문에 과자를 던져주면 오리들이 과자를 먹으러 오지를 못한다. 물갈퀴로 쉬지 않고 발질을 해야만 전진할 수 있고, 가라앉지 않고 헤엄을 칠 수 있는데 잉어떼가 몰려들면 발길질을 할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가벼운 아가들은 경험이 없고, 겁이 없어서 쪼로록 그 틈에 끼어드는 것이다.

 

아빠오리는 아예 저만치에서 정지 자세로 바라만 보는데 아가들이 쫄랑거리니 엄마는 피하지 않고 아가들을 따라 잉어들 틈을 비집고 들어선다. 과자는 모두 던져졌고, 그걸 아는지 아빠오리를 선두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다리 밑의 그늘보다는 햇빛  좋은데로 옮겨가는 오리를 따라 계단을 올라 송파대로를 건너 다시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단란한 가족의 연출을 관람하는 관객이 되어 행복에 젖고.....! 그런데 왠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오리를 찍으면 잘 나오느냐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를 해 주었다. 컴퓨터에 올리면 화면이 커지니까 멋지게 나올거라고. 오리 가족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느냐고. 그런데 오리라는 질문에서 말을 돌려 오리처럼 아이들이 있냐고 물어서 있다고, 남편은? 하고 물어서 직장에 갔다고. 그런데 이 남자왈! 사진은 그만 찍고 운동을 돌아야지 배가 많이 나왔구만! 하는 것이다. 내가 꽃처녀였다면 초면에 발칵 했겠지만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상관없습니다.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는데 그런 것 신경 끄고 살은지 오래입니다. 저는 사진이 더 좋습니다. 라고 잘라서 말을 했드니....

 

상식없는 인간 혼자서 나이가 안들어 보인다는 둥, 운동을 해야 한다는 둥, 일장일단을 하고,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주차비를 많이 부담하기가 싫어서 아기오리네 가족사진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다. 옆에 서서 몹시 교양 없게 구는 졸부에게 간다는 표시를 하고 돌아서는데.....?? 뭔 말을 씨부렁 거렸다. 천만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귀가 잘 안들리는 관계로 한참을 걸어오며 그 예의라고는 서푼도 없는 말종의 언어로 퍼즐 맞추기를 해 보았다. 그리고 <팔자 좋네>와 <팔자 늘어졌네>로 낙점을 찍었다. 그리고 혼잣 말로 한마디 했다. <쓰레기 만도 못한 개자식!>

 

돌아가서 그 인간을 잡아 따귀를 한 대 올려줄까? 하다가 주차비가 아까워서 종종 걸음을 쳤다. 다음에 그런 인간을 만나면 반드시 디카로 그 추한 얼굴을 찍어다가 개똥녀 꼴을 만들고야 말리라고 다짐했다. 참! 내 디카는 동영상에 녹음도 되지를 않는가?! 걸리기만 해 봐라! 그리고 사진찍는 게 좋은 팔자인지 나쁜 팔자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사진 찍는 것은 너무 너무 좋은 팔자였다. 지금 내가 묵상글을 쓰지 않았거나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였을 것인가?! 전업 주부로 사는 내가 다른 주부들처럼 돈을 들여서 골프를 배우겠는가? 수영을 하겠는가? 노래교실을 다니겠는가?

 

아니면 수 많은 식당에 점심 손님으로 앉은 가득 찬 여자들 중에 한 사람이 될 것인가? 아마도 그 모두를 거절하고 누워 잠이나 잘 사람이 내가 아니던가?! 대 낮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여러 벗님들을 즐겁게 하는 내 팔자는 분명히 알차고 보람된 팔자였다. 그런데 벌건 백주에 사진찍는 작가(?)의 뱃살이나 처다보고 섰는 사내놈이 어데 맨정신이든가? 그러고 보니 내 팔자는 상팔자요. 그놈의 팔자는 하팔자드라. 오직 할 일이 없으면.....! 쯧쯧쯔~!

 

얼마 전에 큰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굿뉴스에 오르는 너의 사진을 보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컴퓨터가 아니었다면 내 동생이 저렇게 많은 사진을 인화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였을 것인가?! 끝도 없이 찍어와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진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은혜인가?! 인화지로 뽑아야 하는 시절이 계속 되었다면, 배운적도 없는 사진을 내 동생이 저렇게 잘 찍는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러니 감사가 절로 나더구나.

 

돈 드는 일 아니니까 방에만 있지 말고 부지런히 찍어 나르는 것도 주님께 보답하는 봉헌이야.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져라. 세상에는 너 보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도 너 만큼의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더 많고, 너 보다 잘사는 사람이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도 너 만큼의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이 훨씬 많단다. 너에게 하늘이 얼마나 좋은 몫을 주셨으며, 또한 가난한 너에게 얼마나 꼭 맞는 것을 주셨는지 모른다. 돈도 못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 아버지께서 주신 재주를 썩히지 않도록 해주셨을 때는 응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거라.>

 

맞다. 묵상글을 쓰지 않거나 사진을 찍지 않아도 나는 다른 일을 찾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차비 몇 천원이 들기는 했지만 이른 오전의 아기오리네 가족은 어떤 근사한 전시회와 견줄 수 있었겠는가?! 흰 오리네 아가들은 노랗게 생겼을텐데, 갈색 오리네 아가들은 옅은 갈색이었다. 다 해도 씨 도둑질은 못 한다더니 그 오리알들이 어떻게 제 새끼들인 줄은 알고 저 아빠 오리는 저토록 늠름한 가장이더라는 말인가?! 호수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 아기 오리네 가족 뿐만 아니라 곧 거위네도 아가를 볼 참이다.

 

내가 가진 몫이 참 좋은 몫이다. 그 좋은 묷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셨을 것이다. 참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에서 갖추어 이루기를 포기해 왔던 시간들인가?! 큰 언니의 말씀 대로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전에도 오늘을 몰랐고 오늘도 내일을 모른다. 다만 전에처럼 내 마음이 나를 옭아 매어 가두지 않는다면 지치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사진도 찍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여기에 이런 방법으로 보람있게 살고있다고 밝혀 두리라. 내 팔자가 가장 상팔자더라는 흔적을 남겨두리라. 

 

나 죽어 하늘에 오르는 날에도 나 하늘을 노래하며 살았더라는 증거를 자랑스러워 하리라. 남겨 질 물질은 멸망에 이르러 흔적조차 간데 없어도, 내 이 봉헌의 찬미가들은 얼마나 정성된 기도였는지를 밝혀주리라. 가톨릭이 존재하는 한은, 굿뉴스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그 황홀한 생명력을 담아 두루 퍼져 오래 오래 빛나리라. 알렐루야! 

 

ㅡ좁은 문으로 들어 가거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 마태오7,13-14ㅡ

 

 

 

  

태교중인 거위네 가족

 

 

 

꿀 따느라고 바쁜

 

 

 

나비네도

 

 

 

꽃들도 씨앗을 품고

 

 

 

 

 붉은 접시꽃 당신

 

 

 

수풀은 우거지고

 

 

 

너무 예쁜

 

 

 

 

단란한 가족!

아빠

엄마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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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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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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