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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62) 봉숭아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23 조회수1,171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6월23일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ㅡ창세기16,1-12.15-16<또는 6,6ㄴ-12.15-16.;마태오7,21-29ㅡ

 

      봉숭아

             이순의

 

 

 

 

 

봉숭아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

 

울 밑에서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 한설 찬 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 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골목 어느 집의 담장 아래에 어찌나 소담스럽게 피어있던지! 발길을 멈추고 그만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야만했다. 사진을 찍어다가 누구의 글에, 아니면 어느 분의 이름에, 이 봉숭아 사진을 선물로 줄까? 고민에 고민을 하였건만...! 아까워서 아까워서 남 주기가 너무 아까워서! 그렇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 사진은 아까워야할 이유가 상실되고...! 그깟 봉숭아 사진이야 인터넷에 쫙 깔려있는데 무엇이 아깝다는 말인가?!

 

그래도 그 담장 밑의 화분에 탐스럽게 피어 손짓하던 봉순이는 아니지 않는가?! 내 마음이 가고, 내 손길이 가고, 내 입술이 노래하고, 그리고 이렇게 아까워서 아까워서 바라만 보는 사진 몇 장은 아니지 않는가?! 나 어렸을 적에도 봉순이는 화단의 좋은 자리에 서지 않았다. 담장 밑이나 귀퉁머리 구석에 아무렇게나 뿌려주는 대로 살고 피고 지고!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고 첫 눈이 오시기 직전까지 손톱 끝에 같이 앉아 여름을 추억하던!

 

곱게 다진 봉숭아를 손톱 위에 놓고 피마자 잎사귀로 조심조심 싸서 하얀 무명실로 묶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에 달린 주머니는 몇 가락 남아있지 않았다. 시들어 마른 찌꺼기는 방바닥에 구르고 손가락의 형상은 징그럽도록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몇 날이 지나고 나면 손톱만 붉어 홍색이 고운! 참고 인내하여 얻어진 보석이 아니던가?! 그리고 첫눈이 오실 때까지 그 예쁜 초승달 같은 봉숭아 꽃물을 아끼고 아끼느라고!

 

그러나 세월은 야속하여 기다려주지 않고 겨울은 꽃자리 떠난 차가움으로 외로워 했었지! 

참!

잘 여문 봉숭아 씨는 누른 빛깔 초록의 껍질이 톡 터지면서 또르르 말리고 고동색 작은 씨는 손바닥에도 땅바닥에도 순종하여 쏟아졌지!

 

ㅡ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마태오7,2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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