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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일날의 묵상...
작성자김동욱 쪽지 캡슐 작성일2005-06-26 조회수982 추천수6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저는 김 다니엘 수사입니다.

  서울 시내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쳤을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가깝게는 동네에서 자신의 몸보다 더 커다란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멀게는 지하철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사람들, 종로 한복판에 모여 생의 마지막을 위로하시는 어르신들.... 저는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이런 만남들에 대해 별로 주의깊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늘 있었고, 나의 도움을 결정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습관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주님의 제자라고 하여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상을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오늘 제1독서에서 수넴의 여인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엘리사를 자기 집에 초대합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초대하여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합니다. 이제는 아예 자신의 집에 그의 머물 자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는 그 여인이 말합니다. 그분은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저는 저와 상관없는 사람을 저의 삶의 자리 안에 초대하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앞서 말한 그분들과 늘 만나면서도 어떻게 초대하여 내 안에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가? 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늘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갈등을 겪습니다. 저분들을 도와드려야 하는 걸까? 아님 그냥 지나쳐야 하는 걸까?

  하느님께서는 만남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넴 여인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람을 알아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만남은 수넴 여인의 초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서로가 서로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삶의 자리에 그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맞아들임'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예수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사는 수도자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제가 저만의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면서 어느 누구를 내 삶의 자리에 초대하였고, 내가 과연 그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였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연 아무도 제 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 왔습니다. 겉으로만 형식적으로만, 예의상 만남을 가졌고, 내가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 또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드러나시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은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서로 쉽게 어울립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받은 사람을 더 쉽게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부족한 것이 많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남들보다 가진 것이 많다면 그만큼 저는 하느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사람들을 '맞아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일하시는 아저씨께 음료수 캔 하나 선물하는 일, 무거운 짐을 지고 가시는 할머니의 짐을 조금이나마 함께 들어주는 일,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 하는 일... 하느님께서는 이런 만남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고 계셨던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실천해야 겠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믿음과 기도는 죽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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