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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단샘의 두레박이 되어...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6 조회수1,386 추천수6 반대(0) 신고
 

  읍내 학교에 다닐 때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집 토담 너머에는 우물하나가 있습니다.  물을 길러 아침밥을 지으려는 동리 아낙네들이 첫 새벽에 나와 아침인사를 정답게 나누던 곳이기도 하지요.


  뙤약볕이 내려 쬐는 한여름 날 정오 무렵, 들판에서 돌아온 할아버지께서 늘 급히 찾으셨던 것은 방금 길러온 샘물 한 사발에다 간장을 조금 탄 냉수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냉수를 꿀걱 꿀걱 들이키시고 나서 “어~이 시원하다.”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들판에서 곡식들이 한창 싱싱하게 자라날 무렵 농사를 돌보러 나온 농촌지도원 아저씨도 오실 때 마다 샘물을 맛보시면서 “아이스깨끼(ice cake)보다 더 시원하다.”고 하셨지요.   


   저는 압니다, 그 물맛을.  깊은 땅속 바위틈에서 솟아나오는 천연광천수였기에 물맛치고는 일품이었죠.  요즈음 시중에서 파는 물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저의 고향의 물맛이 좋아 예로부터 이 고장을「단샘」(甘泉)이라 불렀답니다.  고향마을 우물가 기둥에는 긴 끈이 달린 두레박이 걸려 있답니다.  목마른 길손이면 누구든지 샘물을 길러 마실 수 있지요.


   이제 본격적인 삼복더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러 바다나 강가에 물놀이를 가는 사람과 깊은 산 계곡을 찾는 이가 사태를 이루겠지요.  육신의 더위는 그렇게 해소한다지만 영적인 목마름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우리는 압니다, 광야에서도 솟아나는 샘물을.  그토록 오묘하고 깊은 지혜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이기에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지요.  예수님께서“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고향집 단샘을 생각하노라니 보잘 것 없는 저도 이 샘물을 기를 수 있는 두레박이 되고 싶습니다.  목마른 사람은 언제나 시원하게 퍼서 마실 수 있게 말입니다.  주님, 도와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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