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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리교사와 청소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주일학교
작성자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2 조회수1,178 추천수3 반대(0)

  과정과 참여의 미학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은 연중무휴로 뛰는 만능 entertainer(엔터테이너)이다. 교리반, 전례, 여름캠프, 예술제, 체육대회, 은총시장, 겨울여행 피정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해가 시작되면 새 학기 준비로 정신이 없다가 잠깐 숨을 돌리려면 어느새 첫영성체 교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과 맞물려 여름 캠프 준비가 코앞에 다가온다.

여름캠프 역시 주제 선정, 세부 프로그램 기안, 캠프장소 물색, 역할 분담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예년과 다른 캠프 주제와 접근 방식, 해마다 줄어드는 교사로 인한 준비 인력의 부족, 사회단체의 청소년 여름 프로그램과의 경쟁, 참여 청소년의 감소 등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된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교사들이 이처럼 고생고생하며 준비한 여름캠프의 마지막 순간에 와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들은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본당마다 청소년들은 방관자로 남아있기 쉽다.

또한 청소년들이 ‘주일학교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 역시 바로 이러한 수동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비록 덜 세련되고 어설프지만 청소년들이 교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면 때로는 양보하고 화해하며, 때로는 모나고 다투는, 있는 그대로인 서로의 모습을 발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체험이 쌓 여갈수록 주일학교는 대상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주체로서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성장 터전으로 변할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주체성과 능동성을 최대로 살려주신 분이다. 최후의 만찬 에피소드는 그것을 잘 드러낸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준비를 제자들에게 맡기셨다(마르 14, 12-16). 그분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찬 장소와 도움을 받을 사람-만을 알려주고 나머지는 다 제자들이 알아서 준비하게 했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제자들이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서로의 소중함과 필요성, 즉 커뮤니케이션의 역동성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주일학교는 일반학교처럼 ‘~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주일학교는 하느님(성부, 성자, 성령)과 그분의 자녀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체험의 장이다. 교사들과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하느님과 그분의 모상인 우리 각자의 존재를 발견하고 만나는 가운데 서로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체험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청소년들에게 이 소중한 체험을 구체화시키는 전 과정에 초대해야 한다. 구체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자신들의 프로그램 준비 과정부터 직접 참여한다면 프로그램에 임하는 마음자세부터 달라질 것이다.

최근, 인천교구의 한 본당에서는 주일학교  계자들이 가족캠프 장소를 답사, 캠코더로 촬영하여 이를 미사 중에 상영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주보 홍보로는 가족캠프에 대해 호응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임 신부의 아이디어였는데, 딱딱한 인쇄 매체가 아닌 영상 매체를 이용하려 한 것은 참신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 준비 과정에 청소년들의 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혹, ‘청소년들게 가족캠프 소개 영상물 작업을 맡겼다면 얼마나 발랄한 결과물이 나왔을까?’ 디지털 시대, 영상물 작업에 관심이 있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촬영 대본을 짜고, 캠프 장소를 직접 답사하며 촬영해 왔다면 부모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또한 이런 체험을 반복할 때, 청소년들은 규정화된 교리실에서 벗어나 과정과 참여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것이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7월호 소식지 발췌-

             < 필자 : 최금자․ 엘리사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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