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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르는 게 약이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3 조회수1,306 추천수9 반대(0) 신고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론, ‘아는 것이 힘이요, 아는 것만큼 가르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르는 것 보다 아는 것이 더 좋은 것이요, 올바른 것으로 인식되는 오늘날입니다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알았을 때보다 몰랐던 때가 더 순수하고, 더 열심하고, 더 소박할 때도 많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똑같이 하나하나 배워 갔습니다.

신학교의 삶이... 규칙이 어떠한지도 잘 몰랐지만, 그 모름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입학했다는 기쁨이 모르는 것에서 오는 고통보다 더 컸기 때문입니다.

몰랐던 때가 더 소박하고, 더 열심한 마음으로 배우려하고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곧,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그 마음, 그 열정, 그 노력은 사실상 다 아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신학교 생활이 점점 익숙해짐에 따라... 하나하나 알아감에 따라, 열정과 노력은 많이 사라지고, 대신 요령과 대충하려는 마음이 삶에서 자주 보이게 됩니다.


이는 사제가 되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2년 전 광양에 오기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봅니다.

2년 전에는 광양 성당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압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이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아... 그거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는 생각만 하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듭니다.


2년 전보다 지금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양 성당에 대해... 사제 생활에 대해 더 알기 때문에... 오히려 몰랐을 때보다 순수함과 열정이 많이 식어버렸습니다.

알면 몰랐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참 아이러니 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 입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신자 분들과 여러 활동을 하다 보면, 반대하는 분들은... 잘 협조하지 않는 분들은... 성당에 대해 잘 모르는 갓 세례 받은 분들이 아니라, 오랜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그거 우리 전에 다 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됩니다.’ 라는 말로 반대를 합니다.

결단코 이 자리에서 그런 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많이 알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몰랐을 때는 열심히 할 수 있고, 더 잘될 수도 있을 텐데... 안다는 이유 때문에, 알고 있다는 교만함 때문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는 것이 힘이요, 좋은 것’이지만, 그 아는 것 때문에, 순수함과 열정, 소박함이 상실되어 버리기에 복음에 예수님께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합니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마찬가지 입니다.

안다는 사람들은,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다 경험했다는 생각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철부지 아이들은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없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것을 받아 안으려는 열정과 마음이 있습니다.

순수함과 소박함으로 예수님을 대하기에 예수님을 받아들이게 되고,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알게 됩니다.


이것이 안다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입니다.


사제가 된지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해 봅니다.

전에는 예수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외는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님에 대해 점점 더 잊혀져가는 것 같고, 잘 몰랐던 것을... 몰라도 될 것에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 같습니다.


메시아가 어떻게 오고, 무슨 일을 할지는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예수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은 하면서도....어쩌면, 알고 있다는 그 거만한 생각 때문에, 교만함 때문에, 예수님에 대한 열정과 마음, 스스로의 노력이 많이 무디어 지는 것은 아닌지...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늘 우리를 돌보아 주시고, 지켜주시는 분입니다.’ 라고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그토록 자주 부르는 예수님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아멘.

 

                                                                  -이찬홍(야고보)신부님 오늘의 강론말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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