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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3 조회수891 추천수5 반대(0) 신고
 

                    

                              (영화 '아무도 모른다')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잘라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하여 등불을 꺼버리지 아니하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만 펴리라.”(이사 42, 3)



  십자가를 안테나로!

  장맛비가 쏟아지는 며칠 전, 넉달치 밀린 88만원의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斷電)된 어느 가난한 가정집에서, 촛불켜고 자다가 불이나 한 여중생이 숨졌다고 합니다. 화재 당시 집안에는 아버지와 딸이 한방에서 자고 있었으나, 아버지는 딸이 외출했다고 생각해 혼자 빠져나와 딸만 참변을 당했습니다. 건설현장의 인부로 일하는 아버지는 올해들어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전혀 없어 지난 2월부터 전기료 88만원을 체납했는데 5월 24일부터 전기는 끊어졌고, 이들 가족은 이후 줄곧 촛불을 켜놓고 생활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기세가 88만원이나 누적된 것은 지난 겨울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료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고 이들은 이를 납부하지 못해 단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처럼 전기료뿐만 아니라 수도료· 가스료를 내지 못해 고통받는 가정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료 체납 액수는 올 들어 1월 319억원, 2월 340억원, 3월 369억원, 4월 340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특히 연체자 가운데 기초생활보호대상자만 36만가구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처럼 전기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해 단전된 가정이 2002년 1,689가구에서 2003년 3,539가구로 늘어나자, 서민들의 가정경제를 감안해 저소득가구에 단전유예 조치를 확대했으나 단전으로 이런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사후 약방문’이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생활보호대상자의 '최소한의 생존권‘이 단수, 단전 등으로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며, ’북한으로 200만 KW 송전시대‘에 살면서도 아직도 촛불을 키고 살아가는 남한 가정이 더 이상 생겨나서는 안되겠습니다. 참고로 단전, 단수된 일본의 어느 아파트에서 수년 간 아이들이 몰래 숨어 산 실화를 그린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아무도 모른다?>


   어느 일본 소년가장의 눈물배인 성장기를 다룬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를 가정의 달인 지난 5월에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장롱속에서 굶어죽어간 대구의 한 어린이가 생각이 나서 계속 손수건을 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고 잘 산다는 일본에서도 저런 사각지대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이 시대에도 무책임한 부모와 이기적인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이 불쌍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고발하는 듯이 이 영화의 제목을 ‘아무도 모른다’라고 붙였다고 생각되는데, 과연 우리가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아예 눈을 감는 것은 아닐런지요?


                                    <아무도 모른다>


   도쿄 변두리의 작은 아파트에 젊은 엄마와 네 아이들-아키라, 교코, 시게루, 유키-가 이사온다. 엄마는 아이가 넷이나 딸린 것이 발각되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 것’, ‘밖에 나가지 말 것’ 등등의 규칙을 정한다. 또 이 철없어 보이는 엄마는 아이들(심지어 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만 갇힌 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간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열두 살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다. 엄마가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네 아이들은 집안의 특별한 규칙을 지키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선물을 사들고 불쑥 나타난다. 하지만 머무는 것도 잠시, 그녀는 서둘러 짐을 챙겨가지고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서지만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섣달그믐까지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 주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지만,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알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만 동생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다. 엄마가 보내온 돈도 바닥나고 편지도 끊기고, 밀린 세금 영수증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네 남매가 더 굳게 뭉쳐야 한다고 느낀 아키라는 더욱 적극적으로 동생들을 돌본다. 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고 공원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제 아이들은 매일매일 공원을 찾는다.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겼기 때문에 공원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학교를 빼먹고 벤치에 않아있는 소녀 사키가 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녀는 아키라와 친해지고 네 남매의 친구가 된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굶기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절망적인 사건 즉 유키가 죽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것은 막내 유키가 다쳤지만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고아원이나 보육원에 형제들이 흩어지는 것이 두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키라는 친구 사키와 함께 유키를 여행가방에 넣어 유키가 그렇게도 타고 싶어하던 비행기가 보이는 어느 공항주변의 강변에 암매장한다...                 

                                                          (이현철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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