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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옛 교정을 걸으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4 조회수847 추천수1 반대(0) 신고

 

                              옛 교정을 걸으며....

 

이번 토요일에 시험이 있어 공부하러 전에 다녔던 대학에 갔었습니다.

교정은 10년 전과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심지어 내부 시설도 ‘와 이렇게 달라졌구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커피 값이었습니다.

피곤해서 차 한 잔 하려고 자판기 앞에 서서 커피 값을 보니, 10년 전과 똑같은 150원이었습니다.

그래도 너 하나... 학교의 분위기, 시설 등 다 변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고 저를 맞아준 커피 자판기가 퍽 고마웠습니다.

물론, 커피 값만 변한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맛 또한 변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커피는 스타벅스가 좋다., 맥심이 좋다 해도, 제 생각에는 본당 자판기 커피가 제일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오랜 만에 공부를 해서인지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떻게 신학교를 졸업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신비는 신앙의 신비만 있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어제 공부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책을 본지 10분도 채 되기 전에 쏟아지는 졸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은, 그러면서 졸게 되는 모습을 보니 참 한심스러웠습니다.


시험 공부한다고 큰소리치고는 도서관에 와서 조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시간에 공부하지 않고 논다고 했을 때, 그래도 잠을 잤을까?’ ‘혹은 쉬기 위해 나무 그늘이나, 한적한 곳에 왔다면, 그 때도 졸았을 것일까?’

‘아마도.. 공부를 일로 생각하다보니... 짜증나는 것이요, 힘든 것으로 여기다보니, 더 졸게 되었고, 그만큼 집중이 안 된 것을 아닐까? 만약에 쉰다는 마음으로.. 아니 놀러 왔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면, 그때도 졸았을까?’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쉰다는 것과 일한다는 것을 마치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생각과 함께 일이란 것은 힘든 것이요, 사람을 짜증스럽게 하기 때문에 가급적 덜 일하려하고, 쉽게 끝내려 하고, 그러면서 빨리 쉬기를 원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반면,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하게 있는 것!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정지하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을 곧 ‘청산리 벽계수야!’를 부르는 것을 쉰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습니까?

일하는 것은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요, 반대로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편한 상태입니까?

만약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할 때, 그럼으로써 삶의 보람과 기쁨, 평화를 맛보게 되어, 일을 하지만 꼭 쉰다는 느낌이 들 때는, ‘일한다.’ ‘쉰다.’ 중 뭐라고 말해야 하겠습니까?


물론 쉰다는 의미에는 재창조, 재충전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의미에 편안함과 기쁨이 함께 느껴져야 참된 쉼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쉼이 적어도, 복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러한 쉼이 아닐까 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우리가 예수님께서 가서 예수님 안에서 쉰다고 할 때, 재창조, 재충전의 의미만이 아니라, 기쁨과 평화와 위로를 느끼는 그런 쉼입니다.

이런 느낌이 있을 때, 바로 행복과 기쁨과 보람을 느낄 때, 예수님 안에 쉬는 참된 쉼의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일을 한다고 할때, 예수님 안에서 일을 한다는 느낌을 들 때는 그 일은 괴롭고 짜증나는 일이 아니라, 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두에 공부하면서...혹은 수업 받는 내내 졸려 짜증이 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때 역시 예수님 안에서 쉰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수업을 받았더라면, 적어도 덜 짜증이 났을 것이요, 덜 졸렸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로 주어진 많은 활동들이 있습니다.

레지오 활동, 신심단체 활동, 심지어 미사참례 역시 단순히 일로써 행하려 하기 보다는...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행하기보다는 예수님께 가서, 그 예수님 안에서 쉰다는 마음으로 행하려 하면 어떨까 합니다.

덜 힘들고, 덜 짜증나고, 미사에 오는 시간이 더 기쁘고 더 즐거울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 안에 머물며 쉬는 것이 기도라 할 때,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저 자신과 여러분에게 말씀드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하는 것은 어렵고 힘이 듭니다.^^)

 

                                                                     -이찬홍(야고보)신부님 오늘의 강론말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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