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람이 하늘입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5 조회수1,316 추천수10 반대(0) 신고
7월 15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마태오 복음 12장 1-8절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



<사람이 하늘입니다>


당장 사정이 딱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혹은 당장 거처가 필요한 사람들을 시설로 입소시키기 위해 이 곳 저 곳 문의를 하다보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물론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중요합니다. 시설이 이미 적정 수용인원을 넘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나 당장 너무나 다급한데도, 시일이 오래 걸립니다. 준비해야 될 서류도 너무 많습니다. 한 마디로 너무 문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곳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요. 말 떨어지기기 무섭게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빨리 데려오십시오.” “무척 곤란하신 것 같은데,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지요. 서류야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되니, 우선 모시고 오십시오.”


이런 대답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고 살맛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안식일 규정에 대한 집요한 집착을 질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그리고 모든 인간 개인 각자가 세상의 중심이며, 그 자체로 가장 존귀하며, 그 어떤 제도나 이데올로기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십니다.


안식일 규정에 대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생각은 도를 지나친 것이었습니다. 안식일에는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안식일에는 마음 놓고 여행도, 산보도 못하게 사람을 묶어놓았습니다. 아무리 안식일이라도 할지라도 갑자기 발생하는 비상사태 앞에서 신속히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조그마한 틈마저 허락하지 않습니다. 안식일에는 그저 죽은 사람처럼 꼼짝 말고 방에 드러누워 있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안식일이 어떤 날입니까?


주간 내내 열심히 일했으니, 이 날만큼은 일에서 떠나는 대신 하느님 안에서, 자연 안에서, 가족과 함께 편히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에서 제정한 날입니다.


휴식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입니까?


일에 대한 억압과 스트레스로부터 떠나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에서 떠나 잠시나마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마치고 산에 오르는 것은 안식일에 너무나도 합당한 모습일 것입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한적한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오는 일도 바람직하겠습니다. 농번기에 농민들의 모자라는 일손을 도와주기 위해 주말 자원봉사를 떠나는 것, 땀 흘리며 이웃을 돕는 일, 역시 아주 좋은 모습으로 안식일을 보내는 것이겠습니다.


또한 살다보면 주중보다는 주말에 일해야 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의 특성상 주말에 바쁜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평소에 늘 일이 없어 노는 사람들에게는 안식일이라고 일을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개개인이 처한 개별적인 상황, 구체적인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한 가지 잣대만을 가지고 일방적인 준수만을 강요하는 안식일 규정의 무리함, 부당함을 예수님께서는 정확히 직시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


이 말씀은 사람의 아들의 모상인 인간 개개인 역시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늘입니다. 그 어떤 제도나 사상, 종교, 규정에 앞서 사람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의(義)는 예수님 편에 있습니다. 그러나 고지식한 율법주의에 눈이 먼 사람들, 근본적으로 예수님께 적대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예수님의 인본주의적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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