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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사는 천하의 근본!(농민주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6 조회수1,019 추천수3 반대(0) 신고
 

                     농사는 천하의 근본! (농민주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이제 얼마 후면 금년 장마가 끝나리라는 일기예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장마후에도 태풍이나 게릴라성 국지적인 폭우로 많은 재해를 입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농자지 천하대본’(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란 깃발과 표어를 자주 보았고, 또 이야기 화제도 ‘농사짓기 좋은 날씨다, 아니다’ 등이었는데 요즘은 ‘땅투기가 천하의 근본’, ‘골프치기에 좋은 날씨다, 아니다’ 가 화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오는 날 골프를 치다가 날벼락을 맞아 죽는 부자들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돈가뭄으로 농사를 지어봤자 빚만 늘어난다고 모내기한 논을 뒤집어 업고, 차라리 ‘농약을 먹고 죽고 싶다’는 농부들도 이 작은 한국땅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뉴스에는 우리나라의 1%도 안되는 땅부자들이 남한 땅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보도했습니다. 이런 빈부차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동자 즉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자란 나자렛의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마태 13, 24- 43)에서 놀랍게도 자신의 비전공(?)인 농사, 제빵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즉 ‘좋은 씨와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등을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요즘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누리는 텔레비젼 드라마의 삼순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목수의 아들이 베테랑 어부들에게 ‘깊은 데 그물을 던져라’고 하더니, 이젠 농사를 대대로 짓고 있는 우리들에게 감히 농사에 대해 운운하네...건방지게 말일세...”하고 투덜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농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것’과 ‘지상의 농사뿐만 아니라 영혼의 농사도 잘 지으라는 뜻으로 말씀하셨다는 것’을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과 지혜로운 사람들은 잘 알아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의 성서 구절처럼 말입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듯이 지혜를 가꾸어라. 그리고 끈기를 가지고 지혜의 좋은 열매를 기다려라. 지혜를 가꾸노라면 얼마 동안은 고생하겠지만 멀지 않아 그 열매를 맛보게 되리라.”(집회 6, 19)

  “이제 내가 평화를 심어주리니, 포도나무는 열매를 맺고 하늘은 비를 내리며 땅은 소출을 내리라. 그리하여 살아남은 내 백성으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을 받아 누리게 하리라.”(즈가 8, 12)


  참고로 오상선신부님의 농민주일 강론과 영화 ‘분노의 포도’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혼의 농사>

  농민주일인데 엄청 비가 많이 쏟아졌다. 비 피해가 적어야 할 텐데...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신학생 때 여름에 농촌체험을 나간 적이 있다. 전남 함평군 어느 시골 공소회장님 댁에 머물면서 논과 밭, 특히 양파 작업 등을 도운 적이 있었다. 나도 농촌 출신이지만 허약한(?) 몸 때문에 집에서도 거의 일을 안 해본지라 호기심과 즐거운 마음으로 체험에 임했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가보는 전라도 땅에 대한 미지의 신선함을 기대하였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기대와는 달리 그 체험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힘들게 다가왔다.

  전라도 음식이 유명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았기에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맛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식사다운 식사는 한 번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바쁜 농사철에 시장나갈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반찬을 자매님이 장만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농촌에 시집오려는 아가씨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낭만적인 농촌을 왜 싫어할까?하는 그 이유도 알만했다. 청소할 시간이 없어서 방이고 집이고 늘 버적버적 거리고 모기, 파리, 날파리 등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집을 치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논과 밭의 곡식과 작물들 때문에 아무리 귀한 손님도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없었고 집구석도 깨끗할 날이 없었다. 밥을 잘 차려 먹는 것도 사치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농사는 토양과 환경만 좋으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소회장님 이하 모든 식구들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고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논, 밭에 나가보는 일이다. 이놈들이 밤새 안녕한지? 그게 가장 궁금하고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가 일어났을 때는 늘 아무도 없었다. 누구하나 아침밥을 차려 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새벽부터 나가서 일을 하고 늦은 아침이 되어야 자매님이 들어오셔서 밥상을 챙기시는 것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농사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관심과 애정이 그 비결이야!

  이것이 내가 농촌체험을 통해 깨달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이하면서 그때 일을 다시 회상해 본다. 그러면서 우리 영혼의 농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농사에 빗대어 영혼의 농사를 잘 짓기 위한 비결을 한번 정리해본다.


 1) 좋은 토양과 환경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땅이 기름져야 한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런데 기름진 땅이 되기 위해서는 토양관리를 잘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농사를 짓지 않고 2-3년만 내버려두면 황무지가 되어버리고, 아무리 척박한 땅도 거름과 퇴비를 충실히 해 나가면 몇 년새에 좋은 땅이 된다. 따라서 우리 영혼의 땅도 늘 거름과 퇴비로 잘 가꾸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하는 미사와 기도, 말씀 묵상을 꾸준히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좋은 토양을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닐까?


2) 농사에 장애되는 요인 제거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다음의 작업들은 필수이다.

   - 전지 작업(가지치기 - 과일 등)

   - 병충해 방제(병든 부분을 잘라내든지 방제를 하든지 때에 맞추어 해주어야)

   - 가뭄, 홍수, 우박 등 자연재해에 대비(물대기, 물고랑 등)

   - 솎아주기(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결실을 위해서는 솎아주기가  필수이다)

   - 김매기(이 작물이 잘 크기 위해서는 주변의 풀들을 잘 제거해주고 북돋우워야)


  자, 그렇다면 영혼의 농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영혼의 농사에 장애되는 요인들을 때를 놓치지 말고 제거해주어야만 한다.그러기 위해 화해의 성사가 필요하고, 애덕실천이 필요하고, 아프지만 잘라내어야 할 부분이 많다. 내가 끊어버려야 할 세속적인 욕심이나 시기, 질투 등이 영혼의 성장을 방해한다.

 

3) 영혼의 농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사꾼들처럼 눈만 뜨면 하느님과 영적인 사정을 생각하는 일이다. 나의 최고의 관심사가 영적인 성장이 아니라면 나는 결코 좋은 영혼의 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 나의 최고의 관심사가 돈을 버는 일이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일이나 화려하게 사는 것이라면 나는 절대로 영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만 뜨면 그분을 생각하고 영혼사정을 생각하는 것이 영혼의 농사의 최대 변수이다.


올해도 농민들에게 풍년을 기원하자.

그리고 우리 영혼의 농사도 대풍이 되길 빌어보자.

                                                                    (오상선신부님의 강론 중에서)



                                      <분노의 포도>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드 일가. 대공황이 농촌을 덮치자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빚조차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사람을 죽이고 얼마 전에 출옥한 차남 톰은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로 가족들을 이끌고 이주하고자 한다. 어차피 자신들의 땅을 지킬 수 없게 된 그들은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 위해 가재도구를 모두 내다팔아 트럭 한대를 구입한다.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버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이끌고 이들 가족의 여행은 시작된다.


  지루하고 고단한 여행 도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다른 식구들 가운데도 가족들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이 나온다. 그래도 조드의 동생인 로자산은 임신한 몸으로 미래와 아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마침내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그들 앞에는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과 부족한 일자리, 그 사이를 채우는 고용주들의 농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드 일가와 동행한 젊은 케이시 목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하는데,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고용주들에 맞서 투쟁을 벌인다. 주동자로 오인받은 케이시 목사는 결국 고용주측 깡패들에게 살해당하고 이를 목격한 톰은 분노한 나머지 상대방을 죽이고 쫓기는 몸이 된다. 그리고 초가을의 퍼붓는 빗속에서 로자산은 아이를 사산하고 만다...

 

주: 이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농촌을 배경으로 비참한 삶에 신음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그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영화화한 것이다. 존 포드 감독은 우리에게 [역마차](1939), [리오 그란데](1950) 등의 서부극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이 영화 [분노의 포도]를 몹시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이현철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영화 '분노의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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