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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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은 땅?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20 조회수988 추천수8 반대(0) 신고



독서: 출애 16,1-5.9-15 복음: 마태 13,18-23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어느 날, 이 비유에서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백배 혹은 육십 배 혹은 삼십 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구절이다. 마르꼬 복음서는 "삼십 배, 육십 배, 백배"로 올라가고 루가 복음서는 "백배"라고 하는데 비해 마태오 복음에서는 유독 좋은 밭에 떨어진 결실이 내리막길로 표현되어 있었다.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결실을 좋은 땅에서 거둘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이 비유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마르꼬 복음에서처럼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단계로 올라가던가 아니면 루가복음처럼 "백배나"하며 강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일 것이다. 더구나 마태오복음은 마르꼬복음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터에, 그 순서를 바꿀만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복음사가의 의도는 그분을 만나봐야 확인이 되겠지만, ^^* 추측해보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 것같다.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엔 놀라운 가르침과 행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분께 몰려들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하나 둘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마침내 그분의 선교는 실패로 보이기 시작했고 도처에 적대자들까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신다. 농부는 얼마되지는 않지만, 좋은 밭에 희망을 걸고 씨앗을 뿌리지 않는가. 팔레스타인에서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을 문제삼고 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애초에 농사는 지을 수 없을테니까. 즉 당신의 복음선포가 겉으로 보기엔 대실패인 상황같지만 애초부터 소수의 사람들에게 떨어진 복음의 결실에 희망을 두고 씨를 뿌리신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람은 불변적인 존재가 아니다. 가시덤불, 돌밭, 길바닥으로 영영 고정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므로 지금 비록 돌밭과 가시덤불, 길바닥과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좋은 땅으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히 남아있다. 그 가능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고, 그 복음선포야말로 그분의 경작법, 즉 김매기와 풀뽑기와 흙고르기 작업이다. 그러기에 지금 당장 당신을 배척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길바닥이라고, 돌밭이라고, 가시덤불이라고 규정하고 포기하지 않으신다. 오늘 독서에서 출애굽의 놀라운 은총, 자유와 해방을 주신 그 감격의 순간을 벌써 잊어버리고 한없이 투덜대고 원망을 퍼붓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본다. 애초에 은혜를 모르는 길바닥과 같은 마음이다. 금방 감격하다가 금방 시들해지는 돌밭같은 마음이다. 지긋이 뿌리를 내리는 듯 싶더니 어려움만 생기면 흔들리는 가시덤불같은 마음이다. 마태오복음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좋은 밭의 상태도 믿을만 하지 않다. 끝까지 좋은 밭으로 남을지 어떨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가장 좋은 땅이라고 여긴 제자들까지 십자가 죽음 앞에는 제대로 남아나지 못했다. 우리라고 별 수가 있을까? 물론 우리 대부분은 일생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복음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교회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 깊숙히 터전을 잡고 있다. 그러나 신앙의 연륜에 맞는 복음의 실천도 행하고 있는가? 그 인품도 그 위치에 걸맞게 성숙되어 있는가? 마태오복음에서 말하는 좋은 땅의 결실의 지표는. 교회 안에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 자신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나는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그들에게, ‘해거름에 고기를 먹고 아침에 떡을 실컷 먹고 나서야 너희는 내가 너희의 주 하느님임을 알게 되리라.’고 일러 주어라.” 양은 냄비처럼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을 보시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채워주시고 끝까지 보호해주시는 주님을 독서에서 만난다. 우리도 그들처럼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변심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희망을 거두지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시는 주님. 세례 초기의 열성, 은총 체험의 감격들이 아득하고 시들해졌다면 하강곡선으로 떨어진 우리 마음을 회심시켜 상승 곡선으로 끌어올려보자. 쟁기와 호미를 들고 마음의 밭을 보슬보슬한 흙으로 변화시키자. 풀을 뽑고 돌과 가시덤불을 치우자. 물을 주고 거름울 주자. 주님, 우리의 이 결심을 뿌리내리게 해주시어 그 결실을 나날이 倍加하여 주십시오. "삼십배, 육십배, 백배"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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