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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무엇을 찾고 있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22 조회수1,120 추천수9 반대(0) 신고






독서: 아가 3,1-4ㄱ<또는 2고린 5,14-17>
복음: 요한 20,1-2.11-18

요한복음에서의 예수님의 첫 말씀은 이렇다.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요한 1,38)

공동번역의 이 말씀을 직역하면 이렇다.
"당신들은 무엇을 찾고 있소?"

첫 말씀에서 드러나듯이,
요한복음 안에는 무엇인가 찾아 헤매는 군중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다 .

"당신들은 무엇을 찾고 있소?"
인간 존재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시는 예수.
우리의 가장 깊은 욕구와 갈망을 꿰뚫는 질문이다.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 사랑하는 임 그리워 애가 탔건만,
찾는 임은 간데없어, 일어나 온 성을 돌아다니며, 이 거리 저 장터에서,
사랑하는 임 찾으리라 마음먹고,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하였네."


한낮에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
그러나 어둔 밤이 오면 근원으로 회귀하려는 깊은 갈망이 슬며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 갈망과 욕구는 언제나 다른 무엇에로, 다른 누구에게로 전이(轉移)되고.
그 무엇에, 그 누구에 실망하고 상처를 입고 또 다른 무엇을 찾아 나서는 우리.

마리아 막달레나도 그러했다.
루가 복음에서는 그녀가 "일곱 마귀가 나간 여자"였다고 한다.
온갖 것으로 자신을 채우려했어도 그녀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닐까?
그녀의 갈증과 허기는 예수를 만난 후, 비로소 잦아들어갔다.
그러나 이제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그녀를 다시 못견딜 슬픔 속으로 빠뜨렸다.

사랑하던 분의 무덤.
그리울 때 찾아와 지난 날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곳.
살아가기 힘이 들 때, 울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찾아와

용기를 얻고, 힘을 얻고, 다짐을 하고 일어설 근거지가 지금 비어있다는 것이다.


자기 존재의 근원지를 상실한 마리아의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 세상에서 다시 못 만난다는 인간적 슬픔과도 다르다.

예수의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마리아.
부활하신 예수께서 그 마리아에게 물으신다.
"누구를 찾고 있느냐?”

그분이 누구신지 아직도 모르는 마리아.
그분이 누구신지 몰랐던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사실상 마리아는 그분이 누구신지도 모르고 이제까지 마음의 안식을 느껴왔던 것이다.

"마리아야!"
평소의 다정한 부르심을 듣고서야 그분이 "라뽀니"라는 것을 알아본다.
"라뽀니는 선생님이라는 뜻이다"라고 복음사가는 친절하게 해설해 주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라뽀니는 "나의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마리아는 아까부터 동산지기로 보이는 사람에게 누가 "제 주님"을 모셔갔다고 말했고,
여기서는 "라뽀니"(나의 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신에게 한정된 분, 자신만이 그분을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분의 시신이라도 자기가 모시고 싶어하는 마리아.

그런 마리아에게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잡지 말고
어서 내 형제들을 찾아가거라."


자기 혼자 지속적으로 그분과 개인적인 친밀감을 나누고
위안을 받고 안식을 얻으려는 마음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받은 그 사랑을 공동체의 형제들과 나누어야 한다.

마리아 안에 그분이 머물러 살듯, 그분의 형제들 안에 그분이 머물러 살기 때문이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님을 만나 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일러 주신 말씀을 전하였다."


그렇다.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 아직 어두울 때에,
주님의 무덤에 가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이미 치워져 있는 것을 보았던 마리아.
이젠 거꾸로 마리아,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가두어 놓았던 무덤 앞 돌이,
"이미 치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부활하신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이젠 그녀만의 무덤에 갇혀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더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낄 것이다.
더이상 다른 대상들을 찾아 떠돌아 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분이 없는 빈자리를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채워 나갈테니까.

오 주님, 저희도 당신을 찾습니다.
진리이신 당신을.
생명이신 당신을.
빛이신 당신을.
무한한 사랑이신 당신을.

당신 안에 이 고단한 영혼의 닻을 내리게 하소서!
당신이 만들어준 이 아름다운 항구에서
당신이 맺어준 사랑하는 형제들과 함께
저희의 삶을 새롭게, 고결하게, 의미있게 변화시켜 주소서!

 

차이코프스키(Peter Ilyich Tchaikovsky, 1840-1893)/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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