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깨끗한 양심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23 조회수942 추천수9 반대(0) 신고

   어린시절부터 착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서당에서 한문교육을 시키시던 훈장선생님(집안 어른이셨음)께서 착한 사람이 되라고 제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답니다. 해(日)를 두게 포갠 것(昌)과  착함()을 뜻하는 글자를 맞춰 이름을 지었는데 태양이 둘이듯 더욱 밝은 세상을 가꾸는 착한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하네요.


    또한, 아버님께서 교편을 잡으셨기에 학동시절 담임선생님들은 늘 저를 “00선생의 자제”라고 소개하셨기에 아버님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위 어른들에게 순종하는 버릇이 길러졌고 말 한 마디나 행동거지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혹에 물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배가 부르니 아파트 생각이 났고, 그것도 작은 평수에서 넓은 집으로 이삿짐을 싸서 옮겼습니다. 집안일은 아내에게 쓸어맡기고 출세에만 초점을 맞추어 살다 보니 윗사람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었지요. 누가 알았다면 쑥덕공론의 주인공이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글쎄, 유혹이란 놈이 묘하더군요. 그것이 입맛을 돋우는 향신료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금박이나 은박으로 반짝이는 포장지에 싼 예쁜 선물 같아 보이기도 하며, 멋있고 신기한 가면을 쓴 기사 같기도 했어요. 그러기에 음식을 맛보고 싶기도 하고, 물건을 갖고 싶기도 하며, 명예를 한번 누리고 싶어 처음에는 생각하게 되고 조금 지나면 상상하게 되고, 나아가 호기심과 쾌락에 빠져 끝내는 유혹에 걸려 넘어지고 말더군요. 


   그래도 양심은 살아 있어 유혹에 걸려 넘어진 것이 창피스러워, 뒷얘기 당하지 않으려고 쉬쉬하며 감추기도 하고 얼버무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슴은 콩닥거리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유혹은 사탕발림이요, 귀가 솔깃한 미사여구며, 위장한 가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양심은 하느님의 목소리이기에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깨끗한 양심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혹이 날 오라 부르면 먼저 내 양심에 계시는 사랑이신 그리스도와 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다(마태 5,8)기에 그날이 올 때까지 깨어 기도하렵니다. 


   그러고 보니“우리가 깨끗한 양심으로 살아가자면 성체를 자주 모시어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는 길이 최고야.”라고 어느 원로 사제께서 미사강론 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제가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생명의 빵을 모실 때마다 세상을 위해 그의 지체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변화된 삶을 살아가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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