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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좋은 조건에서도 쭉정이뿐입니까?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27 조회수927 추천수7 반대(0) 신고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몇가지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는 가난한 농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농부는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딱 1년만 일기가 고르게 해 주십시오. 딱 1년만 항상 알맞은 비가 내리고 기온이 알맞게 된다면, 내 곡간은 곡식으로 가득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 농부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늘 고른 날씨와 알맞은 비 덕분에 곡식은 무럭무럭 자라 이윽고 수확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가을걷이를 해 본 결과 농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곡식의 낟알은 죄다 껍질뿐 알맹이가 영글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농부는 다시 하느님을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이게 어찌된 것입니까? 왜 이런 좋은 조건속에서도 곡식은 이렇게 쭉정이뿐입니까?"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고난과 갈등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둥과 비바람, 가뭄과 홍수 끝에, 고심참담하여 거두어들인 것만이 알맹이가 있는 법이니라."

 

두 번째는 나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나무줄기에 붙어 있는 고치를 발견했습니다. 고치에서 무언가가 구멍을 내면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와주려고 입김으로 고치를 가볍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고치 껍데기가 떨어지면서 나비가 나왔는데 날개를 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죽었습니다. 나비는 천천히 그 고치 껍데기를 떼면서 날개에 힘을 얻어야 했었는데, 그 사람의 입김때문에 날개에 힘을 잃어버려 결국 날지 못하고 죽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장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꽃을 좋아하던 사람이 하루는 꽃집에서 노란 꽃을 피우는 덩굴장미를 사다가 정원 가장자리에 심었습니다. 거름도 잘 주고 물도 잘 주면서 삼 년이 넘게 정성들여 키웠지만 꽃이 한 송이도 피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꽃집에 가서 따졌더니 "그 장미를 어떻게 키우셨습니까?" 하고 꽃집 주인이 물었습니다. 그가 "물도 풍족하게 주고 비료도 주었습니다. 그런데 장미는 잘 자라는데 꽃은 하나도 피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주인은 " 그 장미는 흙을 기름지게 하면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척박한 땅에 심어 자랄 때마다 불필요한 가지를 쳐버리면 꽃이 필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그렇게 했더니 그 다음 해에 아름다운 많은 노란 장미꽃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호두도 서로서로 부딪혀야 열매가 풍성하며 열대어를 멀리 옮기는데 있어서도 어항의 환경을 자연과 똑같은 상태로 만들어 주어도 옮긴 후에는 비실비실하거나 죽지만 어항속에 천적을 집어 넣으면 비실비실하는 열대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고난과 갈등을 겪지 않은 것은 나약할 수 밖에 없듯이,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려 할 때 충만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고통을 수반하는 삶이 자연의 삶이요, 건강한 삶이기에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고통입니다. 고통과 갈등을 겪지 않고 너무 편안하고 안일하게 살면 생의 활력을 잃고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죽어가게 됩니다.

 

                 <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정규한(예수회 신부님) > 편집정리

 

 

1년에 한 번씩 여름방학이면 천주교 신자인 여고 동창 네 명이 만났습니다. 제게 더 의미가 있는 것은 그 중 두 친구가 제가 막 영세를 받고 열렬한 마음이었을 때 전교를 하여 그들의 부모, 형제, 배우자, 자녀들이 거의다 천주교 신자가 된 것입니다.

 

한 친구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매월 교무금과 후원회비로 50만원 정도를 낸다고 하였습니다. 11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후원회의 미사를 다니고 레지오 활동으로 성당의 청소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당뇨병으로 몸도 별로 건강하지 않지만 방학 때는 유화도 틈틈이 그린다고 하였습니다.

 

바쁜 일과중에서도 하느님께 제일 첫 자리를 드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재미 있었던 것은 후원회의 지도 신부님께서 병드신 부모님이 계시면 제일 먼저 맡아 오라고 하셨다는데 이 친구는 그럴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데다 장부도 몇 년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댁에 가면 맏 동서 혼자서 해드리고 있는 시 아버님 목욕을 시켜드렸다고 합니다. 목욕을 시켜 드리고 나면 기진맥진하고 본성으로는 좋을 리가 없었지만 "병드신 부모님을 맡아 오는 것이 축복덩어리를 맡아오는 것이다." 라는 말씀 때문에 그렇게 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결혼한 딸과 그 가족들과 함께 사는 어려움을 들은 친구는 제게 "지금의 고통이 반듯이 커다란 축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라며 저를 위로하였습니다.

 

또 한 친구는 구역장활동을 하면서 어느 때는 쉬는 교우들에게 밤1시에도 주보를 돌린다고 하였습니다. 아파트 내인지라 활동을 하다보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야 겨우 시간이 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홀로 되신 시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지 오래 된 친구였습니다.

 

또 한 친구는 결혼한 지 7년만에 남편이 간염으로 발병하여 간경화, 간암으로 돌아가기까지 가계를 혼자 힘겹게 꾸려가며 23년의 투병 생활을 도와 주었습니다. 두 아들을 두었는데 한 아들은 의사로 한 아들은 회사원으로 키워내어 효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막 영세를 받았을 때 남편이 발병하여 처음에는 의아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 때 영세를 받았기 때문에 그 힘들었던  삶을 잘 이겨 낸 것이고 또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셨기 때문에 가게도 잘 되어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들들 교육도 시키고 결혼하는 아들들이 집도 장만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로 감사하게 생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이 각자에게 주어진 고통을 승화시켜 나가며 굳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에게서 또 한 번 고통의 신비를 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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