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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충격..
작성자이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29 조회수89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제가 다니는 제주도의 한 본당은 유난히 장애교우들이 많습니다. 많다는 기준은 서울서 본당생활을 했을 때와

 

비교지요.

 

척추가 휘어져 걸음조차도 힘들어 하시는 할머니, 팔은 뒤틀리고 다리도 한 쪽이 없어 의족에 목발까지 하고

 

다니시는 자매님, 앞을 보지 못하시지만 소아마비 할아버지에게 의지하여 성당에 들어오시는 두 할아버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미사 내내 앉아계시며 성체까지도 신부님이 직접 가셔서 영하게 하시는 분들..

 

참 많은 편입니다. 아마도 의료시설이 부족했던 예전,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긴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어제 미사시간에 간편한 복장으로 성전 맨 뒤에 앉아 성찬의 전례가 시작 되는 때에, 아무도 없었던 옆자리에

 

인기척이 있어 무심코 보니 성당에서 가끔씩 뵙는 풍 걸린 할아버지가 뒤늦게 미사 참례를 하시는 것이었지요.

 

몸도 불편한데다 비까지 세차게 몰아치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사에 나오신 그 분의 주님께 대한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옆에 약 2m 정도 떨어져 계시던 그 분이 제게 무어라고 말씀을 건네는데, 풍에 걸리셔서 그런지 말이 무척 어눌

 

해서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데, 불편하신 몸을 세워서 제게 가까이 오시며 '자크자크' 하시는

 

겁니다. 가만 보니 이 분께서 잠바를 입으셨는데 밑의 자크가 열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크를 채워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지요. 무심코 그 자크를 채워 올려드리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며 제자리에 앉으셨던

 

그 분의 모습에서, 갑자기 뒷통수를 한 방 맞는 듯한 심한 충격이 왔습니다.

 

비록 비는 오고 있었으나 무더운 날씨였는데 성전에 주님을 뵈러 온다고 정장 대신 잠바를 입고 오셨던 그 분,

 

날씨가 더워 여기까지 올 때에는 잠바 자크를 채우지 않으셨겠지만 성체를 영하기 전, 주님께 대한 예의를

 

갖추시려 마비된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기에 제게 도움을 청하시는 그 분의 모습에서 제 자신을 다시금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하든 미사를 드리든, 나의 편한대로 또 너무 가볍게 주님을 대하려 했던 것이 아닌지, 그리고 나의

 

주님께 대한 정성이 어느정도였는지...

 

그 때의 상황은 마치 주님께서 천사를 내려 보내시어 저를 꾸짖는 것과 같아, 무척 창피함과 당혹감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느낌이 저의 신앙생활에 한 이정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기도는 좀 더 예의를 갖추고 정성된 마음으로 주님께 제 자신을 봉헌할 것입니다. 또한 기도 중에

 

이런 마음자세가 계속되어, 떨어져 나가는 포도나무 가지가 되지 않기를 청해 볼 것입니다.

 

주일 뿐 아니라 매일미사에서 뵐 수 있는 장애교우들의 열심한 모습에서 비록 몸은 불편하다 할지라도, 주님과

 

더욱 가까이 계심을 새삼 느끼며 부럽기까지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 대해 부족했던 나의 정성을 일깨워 주시려 장애 천사를 통해 오신 주님께 새삼 감사드리며,

 

주님께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신앙생활이 되도록 마음을 되잡습니다.

 

찬미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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