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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으로 품고 있던 것이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02 조회수1,116 추천수3 반대(0) 신고

8월 2일 (화)요일

 

 "더럽히는 것은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태오15, 11)

 

내 마음 안에서 더러운 것이 나올 때,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어제 평소에 품고 있던 마음이 입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제 스스로가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5월경에 어린이들과 엄마들과 함께 봄소풍을 갔었습니다. 해마다 소풍 때면 어머님들께서 점심을 푸짐하게 싸오시어 맛있게 먹고 뒷정리가 끝난뒤에도 간식으로 먹는다든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역별로 어머니 모임을 하지 않기로 해서인지 점심을 챙겨주시는 학부모님들이 적으셔서 민망했습니다. 특히 외부 진행자까지 모셔온 터라 약간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 후 지난 7월에 북한산 계곡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송사리를 잡으러 갔었습니다. 이번에는 너무 여러분들이 챙겨 주셔서 원에 남아있던 선생님들과 함께 남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후일담으로 어느 반 담임 선생님이 지난번 소풍 때 "선생님이 배가 고팠다." 고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유치원 차로 체험 학습을 갔기 때문에 3일 후에 다시 2반 어린이들과 함께 똑같은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점심을 준비해 주신 분이 별로 없어서 점심이 부족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밥을 좀 사가지고 가서 먹었습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었지만 반 별로 다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후에 방학하기 전에 유치원에서 하루 자면서 하는 캠프를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간단히 준비해 오라고 하였습니다. 캠프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는 관계로 구석구석 교실 정리를 하고 제가 돌아보며 미흡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이 드시도록 준비해서 보낸 것 같은 과자들이 담겨 있는 쇼핑 백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당시는 그냥 넘겼지만 마음속으로 "선생님이 배가 고팠다고 한 그 반 학부모님들이 보내셨나?" 라는 생각을 품고 그 후로는 잊었습니다. 방학중에 직원들의 연수관계로 당직도 저와 다른 한 분이 맡고 있었는데 어제 연수중의 숙제를 하기 위해 선생님 두 분이 저녁에 유치원에 들렸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제가 그 선생님에게 그 과자가 선생님반의 것이었느냐고 물어 본 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유치원의 칼라는 점심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우리가 준비해서 먹는 것이지 학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하였더니 그 선생님이 약간 뾰루퉁해졌습니다. 속으로 "아차 잘못했구나. 실수했구나. 사과를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즉시 사과를 하지 않고 함께 있는 직원들하고 저녁을 챙겨 먹으려고 준비를 하는데만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이 다른 업무와 관계되는 일을 혼자 말하고 있을 때, 제가 친절하게 안내해주자 "저 섭섭했어요. 저희 반 것만 아니고 다른 반에서 가져온 것 까지 한데 모은 것이예요. 그리고 지난번에도 제가 김밥을 싸오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라고 제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그 교사의 등을 두드리며 "아 그랬어요. 미안해요. 그러나 김밥을 싸오라고 한 것은 아니더라도 학부모님들 입장에서 선생님이 배가 고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과자도 그 반만 챙겨 보내신 것으로 내가 오해를 했습니다. 미안해요." 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이구, 또 판단하는 실수를 했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뉘우쳤습니다. 더럽히는 것이 입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미 엎으러진 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단둘이서 이야기 하지 않고 편하게 가볍게 생각하고 다른 교사 두 분이 있는 곳에서 함께 이야기 한 것입니다. 방학중임에도 열심히 연수를 받으며 애쓰는 교사에게 격려는 못해줄 망정 마음을 상하게 해준 것입니다.

 

이 잘못을 하기전에 막내딸과의 일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엉뚱하게 터진 것 같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약함을 바라보는 자리에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저를 치유시켜 주시고 성장시켜 주시리라는 믿음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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