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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0 조회수1,016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5년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제1독서 고린토 2서 9,6-10

 

형제 여러분, 적게 뿌리는 사람은 적게 거두고 많이 뿌리는 사람은 많이 거둡니다.

 

이 점을 기억하십시오. 각각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내야지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충분히 주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

 

다. 그래서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것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고 온갖 좋은 일을 얼마

 

든지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서에도,“그분은 가난한 이들에게 후히 뿌려 주시고,

 

그분의 자비는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뿌릴 씨와 먹을 빵을 농부에게 마련해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도 뿌릴 씨

 

를 마련해 주시고 그것을 몇 갑절로 늘려 주셔서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해 주십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뿌린 자선의 열매입니다.

 

 

복음 요한 12,24-26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

 

이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




요즘 날씨는 왜 이렇게도 오락가락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해가 쨍쨍 내리 찌는 날씨

 

였다가 갑자기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를 반복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일하는데 상당

 

히 지장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날씨가 계속 이렇다보니 빨래도 제 때에 하지 못

 

하고 밀리게 되더군요. 해가 좋을 때, 빨래를 해야 바짝 말라서 뽀송뽀송해지니까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빨래통에 빨래가 가득 찼거든요. 더군다

 

나 해 날 때를 기다리다가는 이제 갈아입을 속옷도 그리고 양말도 없을 것 같았습니

 

다. 그래서 어제 저녁 일과를 끝내고서 빨래부터 먼저 했습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요? 세탁기는 친절하게도 빨래 다 끝났다고 신호음을 보냅니다.

 

저는 빨래들을 들고서 건조대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빨래를 탁탁 털면서

 

건조대에 잘 널었지요. 그런데 반쯤 널었을 때, 갑자기 급하게 전화할 곳이 생각났습

 

니다. 그래서 빨래들을 대충 대충 건조대에 널은 뒤, 얼른 방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지요.

 

방금 전 새벽, 저는 빨래를 걷기 위해서 건조대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상한 점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글쎄 빨래 중에 절반은 다 말랐고, 또 다른 절반은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이에요. 건조한 곳이라서 저녁에 널면 새벽에는 다 마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달랐지요. 그것도 절반만 마르고, 나머지 절반은 축축하니 제

 

가 얼마나 이상했겠습니까?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마르지 않은 빨래는 두꺼워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마르지 않은 쪽이 특별히 습한 곳이었을까요?

아마 눈치 채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맞아요. 제가 탁탁 털어서 쫙 펴서 널은 빨래는

 

다 말랐고, 바쁘다는 이유로 펴지 않고 대충 널은 빨래는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이지

 

요.

 

마르지 않은 빨래들을 어이없이 바라보면서, 주님을 따르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도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빨래의 입장에서 볼 때, 탁탁 털어내는 순간 어떨까요? 물론 빨래에는 생명이

 

없지만, 그 빨래에도 생명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한 번 바라보십시오. 아마 무척 정신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탁탁 털어서 쫙

 

펴서 널지 않으면 뽀송뽀송한 빨래가 되지 못하고, 대신 사람들에게 반겨지지 않는

 

눅눅한 빨래가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모습도 이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환영하지 않는 고통과 시련이라

 

는 것들이 나에게 오히려 커다란 의미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지

 

요.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밀알이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우

 

리들 삶 안에 썩어짐의 고통 없이는 어떠한 열매도 맺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내게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을 무조건 거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고

 

통과 시련이 정말로 견디기 힘들다면, 주님께 청하십시오. 같이 그 짐을 들어달라고

 

말이지요.

사랑 가득하신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빨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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