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늘, 하느님 은총 안에 살고 싶습니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2 조회수1,300 추천수12 반대(0) 신고

8월 13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마태오 19장 13-15절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말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오늘, 하느님 은총 안에 살고 싶습니까?>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사고를 저지른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저지른 사고를 뒷수습하는데, 상당한 금전적 대가 및 정신적 고통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 큽니다. 앞으로 잘 지도하겠습니다.” 피해자님들에게 연신 사과를 계속하고, 형사님들에게 혼도 나고, 그렇게 겨우 마무리 짓고 나서야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초대형 사고’를 쳤으니 당연히 크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 해야 마땅한데, 아이는 전혀 개념이 없었습니다. 반성하는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오히려 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머리 위로 김이 풀풀 올라갈 정도로 단단히 화가 난 저는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표현들을 다 동원해서 개념 없는 아이를 인정사정없이 혼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노래가 다 나오냐? 니가 인간이냐? 등등.”


그제야 분위기를 조금 파악했던지,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한 3분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천진난만한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저것 제게 묻기도 하고,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달라고 졸라댔습니다.


너무 기가 차서 웃음이 다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지닌 대표적인 성향인가 봅니다. 많은 경우, 아이들은 엄청 야단을 맞고 혼쭐이 나지만,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합니다. 꽁하니 마음에 담고 있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팩 토라지지만, 풀리기도 쉽게 풀립니다. 그렇게 혼나고도, 어느새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옵니다. 그런 면에서 어른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꾸러기지만 단순합니다.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계산적이지 않습니다. 잔머리를 굴리지 않습니다. 순수합니다. 해맑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 안수를 청합니다. 안수를 청하는 것은 유다인들이 오랜 관습입니다. 어린이는 아버지에게, 제자들은 스승에게 수시로 기도와 축복을 청하곤 했습니다.


안수를 청하러 몰려온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제자들은 그들을 꽤 심하게 나무랐습니다.


당시 어린이들은 거의 ‘인간도 아닌’ 존재였습니다. 성인이 되어야 사람대접 받는 시대였습니다. 당대 랍비들도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애정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은 “안 그래도 스승님께서 누적된 피로로 고생이 많으신데, 애들까지 몰려와서 괴롭히는구나. 애들은 가라!”며 아이들을 쫒아버렸겠지요.


그런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이런 의외의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어린이들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덕을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습니다. 그 덕은 다름 아닌 순결함입니다. 소박함입니다. 정직함입니다. 말씀하시는 그대로 믿고 따르는 단순함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 은총 안에 살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어린이와 같이 되십시오. 키를 낮추십시오. 마음을 비우십시오. 작은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야 하느님 품안에 온전히 안길 수 있을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